서울시, 동부팜청과 지배주주 변경 승인

서울시가 동부팜청과(주)의 지배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3년 이내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매각을 전제한 조건부 승인이다. 그러나 이번 승인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에 대해 법률전문가의 자문과 서울시(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해석에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관련 내용을 짚어본다.


서울시, 동부팜청과 지배주주 변경 조건부 승인

구랍 28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동부팜청과의 지배주주 변경 신청에 대해 주식 전액을 3년 이내(2018.12.24.일) 조기 매각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2015.12.24.)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밝힌 조건부 승인 조건은 △첫째, 칸서스네오1호 유한회사는 동부팜청과(주) 주식을 3년 이내 매각한다. 단, 이 매각기간은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재지정(2017.1월)과는 별개로 한다. △둘째, 동부팜청과(주)는 칸서스네오1호 유한회사가 소유하는 동안 배당하지 아니한다. △셋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물류효율화를 위한 제반시책(물류법인 설립 등)에 협조한다. 등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이번 동부팜청과의 지배주주 변경 조건부 승인은 그 동안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의 장기화에 따른 시장불안 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기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도매시장법인 인수에 반대하며, 이는 해당 도매시장법인의 재지정과는 별개의 사안임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행정소송관련 1심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기로 서울시와 방침을 정했다”면서 “그러나 진행되고 있는 행정처분 취소소송(3차 업무정지에 따른 과징금 8,100만원 관련)에 대해서는 집중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대해 동부팜청과 관계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동부팜청과 관계자는 “투기자본이라는 선입견 보다는 선진경영 기법의 도입을 통해 산지 출하자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도매시장법인의 기능을 보다 강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나갈 것”이라며 “개설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산지 출하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동부팜청과 전 직원들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지정조건 제5호는 법령상 근거 없어”

그러나 서울시의 지배주주 변경승인과 관련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설명에는 입장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지배주주 변경 승인에 대한 결과는 같지만, 승인 과정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부팜청과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2015구합74845 지배주주 변경 불승인처분 무효확인)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제12부의 판결은 2015년 12월 3일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을 접한 법률전문가는 “서울시가 동부팜청과의 지배주주 변경 불승인처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지정조건 제5호는 법령상 근거 없이 동부팜청과의 주식양도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고, 구주주의 동부팜청과 주식양도를 제한할 수 있는 효력도 없다”면서 “따라서 서울시가 동부팜청과에 대하여 처분한 지배주주 변경 불승인 통보는 동부팜청과의 권리의무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서울시는 더 이상 이번 판결에 대하여 다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정조건 제5호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한 서울시의 행정처분 역시 무효이며,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의미다.
한편 최근 열린 공판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공판과정에서 행정처분 취소소송 역시 행정소송 판결 결과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별도로 다루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언급됐다”고 말했다.

 개설자 임의규정…“적확한 법률검토 시급”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조례 시행규칙 제4조(지정절차 등)에 따르면 “도매시장법인의 지정을 받고자 하는 자는 별지 제1호 서식의 지정신청서가 정한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정조건 제5호’는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조례 시행규칙 별지 제1호 서식인 지정신청서의 뒷면에 인쇄되어 있는 ‘도매시장법인 지정조건’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농안법과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조례에 더해 개설자가 정한 8가지 준수사항 중 하나이다.

지정조건 제5호는 “지배주주(최대주주, 10% 이상 지분 소유한 주요주주 포함,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최대주주, 주요주주 포함)를 변경하고자 할 경우 사전에 개설자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정관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변경 20일 전까지 사전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지정조건 제5호와 관련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세밀한 법률검토 없이 개설자 임의에 따라 만들어진 ‘도매시장법인 지정조건’은 수정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이를 차용하고 있는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개설자 역시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도매시장 1호인 가락시장과 개설자인 서울시의 농수산물도매시장조례 및 관리규정은 전국 공영도매시장 개설자의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공영도매시장의 핵심 유통주체라고 할 수 있는 도매시장법인의 주주변경을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 침해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유통주체의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화를 지향하려는 정부 정책기조와도 상당부분 어긋나 보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도매시장 관계자는 “가락시장 관련 개설자(서울시)의 조례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관리지침 등은 전국 도매시장에서 교범처럼 사용되고 있음에도 도매시장법인의 주주변경과 관련된 서울시의 지정조건이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가락시장이 이 정도라면 타 도매시장의 지정조건이나 관리규정 등이 가락시장보다 잘 정비되어 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각 도매시장별 관리규정이나 지정조건 등에 대해 적확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매법인간 인수·합병… 규모화 및 도매시장 물류네트워크 구축 등 ‘시너지’

도매법인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일본 도매시장의 사례는 상당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도매법인간 인수·합병은 도매시장간 물류기지 역할을 제고시키고, 이를 통해 전국단위의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가능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유통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도매법인의 인수·합병 하나만으로 규모화 및 물류효율화 등의 시너지를 발생시킨다.

특히 1개 도매시장에 다수의 도매시장법인이 영업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경우는 인수·합병을 통해 1개 시장에 1개 도매시장법인만 있는 곳도 다수일 정도이다. 그럼에도 수집과 분산에 있어 산지 출하자 및 소비지 대형유통업체의 가교역할에 충실한 점에 있어 상당한 시사점을 볼 수 있다.

도매시장 전문가들이 밝힌 일본의 도매법인간 인수·합병 사례로는 동경청과가 대표적이다. 일본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오타시장의 동경청과는 자회사를 여럿 두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도이치가와사키중앙청과다. 가와사키중앙도매시장 북부시장내 유일한 도매법인인 도이치가와사키중앙청과는 동경청과의 자회사 한 곳이 기존 도매법인을 인수한 케이스. 특이점은 우리나라와 달리 도이치가와사키중앙청과의 경우 가와사키중앙도매시장 북부시장내에 있는 유일한 도매법인이라는 점이다.

이밖에도 2016년 토요스 시장 입주를 앞두고 있는 츠키지 시장의 농산물 도매법인 시티청과의 주식을 경쟁업체인 동경청과가 매집하고 있다는 소문은 일본 도매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구전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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