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수급조절 개선한 현장 전문가…“협동조합은 농민 것”

지난 12일 제23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김병원 전 전남 나주 남평농협조합장. ‘농업 대통령’ ‘대그룹 회장’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농협중앙회 차기 회장인 김 당선자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공약으로 내건 농협개혁 목록을 현실에 접목시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로 요약된다.

농협 경제지주를 폐지하고, 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하겠다는 등의 농협법 개정을 공약했다. 회장 단임제에 대한 보완대책으로 지역본부에 조합장 출신 비상임 도지회장직을 신설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모두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들이다.

김병원 회장 당선자의 공약 요지는 ‘국민의 농협’이고 ‘조합경제 활성화’에 포인트가 맞춰진다. 제2차 농협개혁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도 나오는가 하면, 현실 정치에 사장될 공약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의도하는 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바다.


“농협 2차 개혁, 경제지주 폐지”

2012년 사업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개정된 농협법이 실행됐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설립하는게 골자이다. 하지만 농협 관리감독 부처인 농식품부를 제외하고는 농협개혁이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쇄도했고, 일선 농민조합원이나 단위조합들 조차 경제사업활성화라는 당초 목적에 맞지 않는 농협법 개정과 실행을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일선조합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실현하겠다는 또 다른 농협개혁을 부르짖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를 건드린 김 병원 후보자가 당선됐다는 건 새로운 해석을 낳고 있다. 김 당선자는 사업구조개편의 근간이었던 농협 경제지주를 폐지해 1중앙회 1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것.

농협중앙회의 경제지주는 일선 조합들의 경제사업과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미 농협중앙회 계열 때부터 조합들의 경제사업과 경쟁과 마찰을 빚는 문제로 태생된 농협개혁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맞으면서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시절에 쌀 계약재배사업, 무·배추수급조절 등 경제·유통사업에서 농협중앙회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던 경험을 내세워 경제지주의 계열사업들을 확실히 관리감독할 수 있는 중앙회 소속으로 복귀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2월까지 중앙회로부터 모든 경제사업 인수인계가 완료되는 분위기상 현실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선 조합들의 경제사업 활성화의 당초 명분에 충실하겠다는 김 당선자의 다짐과, 정부 조달금까지 받아가며 사업구조개편 완료상태로 내닫고 있는 현실 간의 맞대응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장 직선제는 조합원의 뜻”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의 가장 많은 공약 중 하나가 회장 선출방식이었다. 현재의 291명 대의원 간선제는 부정선거와 금품살포 등을 이유로 2009년 바뀐 것이다. 민선 1기 한호선, 1기 원철희, 3기 정대근 회장까지 줄줄이 구속 수감되는 복마전이란 사회적 지탄대상이었다. 4기 최원병 회장 또한 25명의 임직원을 검찰 구속내지 수사대상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간선제를 택한 것이다.
1988년 직선제가 시행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상식과 협동조합 원리에 따르자면 조합원 직선제가 맞다. 현실적인 선출 형편을 고려해 1천115명의 조합장에 의한 직선제가 7년전 뒤집어진 것이다.

회장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부정선거가 만연하다고 간선제로 바꿀게 아니라, 부정선거를 단속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현재의 간선제 방식은 협동조합 이념과 농협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라는데 동의한 것이다. 100% 농축협이 출자한 농협중앙회의 회장을 뽑는데 대리 투표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설명인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농협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직선제로 바꾼다는 의견에 대해 심도 있게 검증해야 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협법 개정을 위한 담금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찬반 양론으로 팽팽한 현재의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확실한 대안으로 직선제를 주장하라는 주문이다. 김병원 당선자의 또 다른 장애물인 것이다.

“상호금융중앙은행으로 조합 지원을”

1천115개 조합, 4천600여개의 점포, 예대규모 432조원. 국내 최대 제2금융권 농협의 네트워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잠재된 시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까지 500조원의 여수신 규모를 목표로 정해논 상태.

김 당선자 공약은 이같은 상호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앙회 소속의 상호금융부서를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법인화 하는 안이다. 상호금융 수익률을 5% 이상 올리게 되면 조합상호지원자금이 20조원까지 조성된다는 예측이다. 현재 8조6천억대 규모보다 두배이상 이익이 산출된다는 계산이다. 이쯤되면 조합당 평균 100억원 상다의 무이자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김 당선자의 공약이고 밑그림이다.

일반 금융계에서도 설득력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단 금융지주가 관련된 제1금융권과 별반 이해관계가 설정되지 않았고, 회원농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염두해둔 계획이란점이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정부의 허락을 받을 사안이다. 정부측 관계자는 “상호금융부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와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독립화를 통해 진행할 문제인지는 사전 논의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조합장 출신의 선택…중앙회는 지원 조직”


김병원 차기 회장은 당선 소감에서 “234만 농민조합원이 웃고 농사지을 수 있는 농협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3선 조합장을 역임하면서 중앙회에 대한 서운함과 경험에서 나오는 미래 계획까지 함축적으로 다진 일설로 풀이된다.

그만큼 김 당선자의 공약 또한 일선조합의 지원대책으로 집결돼 있다. ‘회원농협을 주인으로’라는 타이틀과 함께 △중앙회 내 ‘조합컨설팅지원부’를 설립하고 3년 주기로 컨설팅을 시행한다거나 △협동조합 이념교육원을 설립해 원칙과 정체성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군지부장을 중앙회 직원으로 전환하거나 △순익 10억원 미만 농협들은 강소농협으로 육성하는 등의 조합 실질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회원조합장 전체 총회를 연 1회 실시하고, △계통구매사업 시스템을 혁신하고 완전공개하겠다는 소통의 정책도 피력했다. △중앙회 경제사업과 경쟁하는 조합들의 출하물량의 60%를 책임지고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확약했다.
기존 중앙회 조직을 떼어내 지원하겠다는 김 당선자의 공약이 거대 유기조직인 농협중앙회가 호락호락 인정해줄지 의아한 대목이다.


“김병원은… ”

임명제와 민선선출제를 합쳐 52년만에 호남출신으로 당선된 김병원 차기 회장은 1953년 나주에서 태어났다. 광주농고와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전남대 경영학·농학 석사,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의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9년엔 남평농협 13대 조합장으로 당선돼 3선을 역임했다. 농협중앙회 이사 8년, NH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등 고른 이력의 소유자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세 번째 출마해 당선된 김 당선자는 남평조합장 당시에도 신용사업보다 협동조합 본연 업무인 경제사업에 치중한 사업을 펼쳤다. 또한 국내 고질적인 농산물유통과 수급조절 부문에서도 생산자협의회 조직들과의 연대와 계약재배 등으로 실질적인 개선효과를 경험한 인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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