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 근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장


국내 닭고기 산업은 급속한 성장을 일군 대표적인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불과 30여년전 닭을 기르던 농가들이 야반도주하는 일이 빈번할 정도로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계열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국내 닭고기 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닭고기산업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사육농가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억울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사육에만 전념했던 농가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닭고기산업은 기약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계열화사업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회사와 농가간 분쟁은 끊임없이 지속돼 왔다. 투명하고 형평성 있게 계열화사업을 추진하자는 농가들의 주장과 이를 무시하고 제 갈길만 가던 계열회사는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사육농가들은 때론 아스팔트 농사를 지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극단적인 선택도 마다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농가들이 억울함을 성토해도 정작 억울함은 해소될 수 없었다. 계열회사들이 사육농가들을 대화상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사)한국육계협회가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 설립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지난해 8월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재탄생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하림, 참프레, 마니커 등 9개 계열회사 농가협의회가 함께 하고 있다. 지난 과거 농가협의회는 계열회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적극적인 행동을 나서지 못해 ‘어용’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농가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개인 안위가 우선이었던 부끄러운 과거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어렵사리 재탄생한 농가협의회는 지난 과거의 행적에서 벗어나 사육농가들의 권익실현을 최우선 순위를 두고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불합리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계열회사들 상대로 강력한 투쟁에 나서 바로잡아 나가고 있다. 계열회사들도 지난 과거에서 탈피해 농가들과 대화에 나서고 있다.

계열회사들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농가협의회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자세는 농가협의회가 제역할을 다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농가협의회는 농가 권익대변 뿐만 아니라 닭고기 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과거 단순히 사육에만 전념하는데 그쳤으나 이제는 국내 양계산업 발전을 위해 수입닭고기 대처 등 농가들이 해야 할 몫을 스스로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닭고기 산업의 백년대계를 이끌 닭고기자조금 거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수입닭고기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수년째 닭고기 소비량이 정체돼 있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닭고기자조금을 통한 국내산 닭고기의 우수성 홍보와 소비촉진 운동을 전개하는 방안이 유일할 수밖에 없다. 

2016년 새해가 밝았으나 올 한해 닭고기산업의 전망은 무척 어둡다. 수입량 증가, 소비침체, 공급과잉 등 부정적인 여건이 강해 올해도 닭고기산업의 고전이 전망된다. 닭고기산업의 위기로 계열회사들이 흔들린다면 농가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가와 계열회사가 동업(同業)자 가 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다. 

농가협의회는 농가들의 권익대변을 위해 탄생했지만 닭고기산업의 안정적 발전에도 지대한 관심을 쏟을 것이다. 1회전의 회전수에 목을 메던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 닭고기산업을 대비하는 통 큰 농가협의회로 변화를 거듭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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