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함께할 수 있는 양계업 그런 세상 만들어야죠”

전북 진안군에서 양계업으로 열정을 다하고 있는 양재윤 대표는 40대 귀농인이다. 도시에서 멋드러진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야 할 그가 한적한 시골에서 닭과 시름하는 이유가 뭘까?

양 대표는 나름 경력이 화려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외국계 회사에서 17여년간 근무할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일방적으로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고. 이후 진안군청에서 공무원으로 제2의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박봉에다 온갖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무렵 지인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양계업에 뛰어들었다.

사실 말이 좋아 양계업이지 순전히 빚잔치였다. 토지를 매입하고 농장을 신축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10억원에 육박했다. 자칫 무리한 투자가 될 수 있었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육계 사육에 전력을 다했다. 최대 수익을 올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첫 입추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양계인의 삶이 시작됐다. 첫해부터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간 7회전 사육으로 빚잔치를 벌였던 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갈 수 있을 만큼 소득도 짭짤했다.

귀농 6년차에 접어든 현재 상황은 어떨까? 양 대표는 “여기서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한눈팔지 않고 오로시 사육에만 전념했다”면서 “덕분에 8억원에 육박했던 부채는 절반정도 남았고 나머지 부채도 차질없이 상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닭과의 시름만으로도 바쁜 일상에서 그는 지난해 사육농가협의회장직을 맡았다. 사육계약서 변경 문제로 전임 집행부가 난데없이 그만두면서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한 농가협의회를 되살리기 위해 그가 앞장섰던 것이 계기가 돼 수장까지 맡게 된 것.

그는 “농가협의회는 회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이것을 방치하기 보다는 활성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앞서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협의회장보다는 농가로써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농가들의 권유가 워낙 완강해 회장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농가협의회는 회사에 큰 부담을 주고 농가들의 요구조건을 챙취하는 곳이 아닌 대화와 협의를 통해 최선의 타협점을 찾는 곳”이라며 “120여 회원 농가들의 요구조건이 다양한 것이 사실이지만 농가들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회사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양계인의 삶을 시작하면서 단 한번도 멋드러진 직장인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양 대표. 어느덧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댓가가 돌아온다는 농사철학도 생겼다.

포부도 크다. 현재 7만수 규모의 농장을 10만수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규모화를 갖추고 안정적으로 사육성적을 유지한다면 그가 꿈꾸던 삶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는 “회사와 농가가 각자 가진 불만을 서로 공유하며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서로간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것”이라며 “특히 양계업도 당당한 직업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자식한테 물려줄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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