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략노출 곤욕, 국회는 진실게임 노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전략을 담은 문건이 외부로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문서 1부가 지난 13일 국회 한미FTA 특위 회의 때 국회의원들에게 배포된 뒤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비공개 회의 때 배포된 특위 위원용 문건 중 모 국회의원에게 배포한 문건이 회수되지 않아 특위 종료직후 확인작업에 나섰으나 회수하지 못했다”고 22일에 밝혔다.

그러나 해당 의원은 당시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만큼 문건을 빼돌렸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비공개 회의 참석자가 해당 의원 자리에 있는 문서를 빼돌렸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협상전략 문서가 유출, 공개됨에 따라 안팎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 협상단에게 협상전략을 읽혔기 때문에 곤혹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데다 국내에서는 자료유출 여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

이번에 유출된 문서에는 지난 7일과 8일 열린 양국 고위급 협의 결과와 분야별 향후 협상전략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문서유출책임의 화살을 국회로 돌리자 국회에서는 때아닌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문건 유출자가 국회의원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자 국회 FTA 특위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앞다퉈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22일 보도자료에서 “일부 언론에 유출된 자료는 외부인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는 공개회의 때부터 배포돼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미 대외비 문건으로서 효력을 상실했다”며 “유출책임을 국회로 돌리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회견에서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심 의원은 “정부가 국가기밀도 아닌 내용을 갖고 국익에 치명적 해를 끼치고 협상이 망가졌다고 흥분하는 것을 보면, 협상단의 일방적 양보를 합리화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문건내용은 이미 잡지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인 데다 법적으로 기밀문서도 아닌데, 정부 태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국회를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23일에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FTA 문서유출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국회는 대외비 문서유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도 정부가 유출책임을 은근히 국회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문건유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의 관리부실에 있다”며 “아무리 대외비 문건이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자세한 전략까지 노출하는 그런 자료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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