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 중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농협개혁을 일군 성공한 최초의 회장이 되길 기원한다. 이는 최초로 호남출신 중앙회장이 탄생함에 따른 기대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절절한 바램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14일 취임한 신임 중앙회장이 반드시 해야 할 일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농업이 처한 위기상황에서 농협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쌀시장 전면개방,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값싼 외국농산물 수입의 급증, 농산물가격의 연이은 폭락, 농가소득의 정체, 도ㆍ농간 소득격차와 농가양극화의 심화로 한국농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해 11월 14일 농민 수만 명이 서울에서 개최한 전국농민대회는 농민들의 힘든 사정을 호소하고 정부에게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농민을 기다린 것은 대책은커녕 물대포였다. 시위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농협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한국농업농촌의 활로를 열수 있다.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갈아엎는 일은 없을 것이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역순환형 농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며, 농민의 소득, 문화, 복지 수준이 향상되어 농촌이 보다 살만한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농민의 이해에 반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함부로 수립하지는 못할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시급히 개혁되어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막강한 지위와 권한, 하향식 통제구조 등을 통해 회원조합과 조합원 위에 군림하고 있다. 회원의 이익 증진을 도모해야 한다는 농협법의 규정과 달리 중앙회의 경제사업은 자체사업으로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중앙회의 신용사업은 조합원을 위한 상호금융보다는 농업과 농민을 앞세워 도시민 상대로 ‘돈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

중앙회는 교육사업, 대정부 농정활동 등 농협의 중심 운동체로서의 역할에 소홀할 뿐만 아니라 무이자 자금 지원을 통해 회원조합을 통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2011년 농협법 개정에 따라 추진중인 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은 당초 취지와 달리 회원조합 경제 활성화가 아닌 중앙회 자체이익 강화계획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중앙회 개혁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첫째, 지역연합회 설립 및 품목별 연합회 활성화, 중앙회와 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등 회원조합과 조합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산지유통과 도매유통사업의 회원조합 이관 등 회원조합 지원을 통한 조합원 소득 증대를 목표로 경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상호금융연합회 설립, 보험과 카드사업 불합리한 계약조건 시정 등 상호금융 활성화와 조합원 대출금리 인하를 목표로 신용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넷째, 교육위원회 개선, 대정부 농정활동 강화 등 교육지도사업을 제대로 전개해야 한다. 다섯째, 경제사업 활성화 투자계획 재수립, 회원조합과의 공동투자 적극 추진 등 회원조합의 권한 강화, 농민조합원 실익증대라는 목표하에 사업구조개편을 재추진해야 한다. 여섯째, 중앙회장 선거시 조합원 총의가 반영되는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선거시 후보자 정책토론회 허용 등 선거제도를 민주적으로 개선하고 공정선거를 추진해야 한다.
약속을 이행하는 중앙회장이 되시라.

구속과 전횡으로 비판받아온 역대 중앙회장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선거시기 운동본부와 협약한 24대 공약권고안을 이행하여 농협 개혁의 역사에 이정표를 남겨야 한다. 조합과 조합원을 섬기는 중앙회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공약이 반드시 실천될 수 있도록 참여와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을 지키기 위한 출발은 협동조합을 바로 세우는 일임을 자각하고 농협개혁을 위한 새로운 대행진에 모두 함께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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