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 혜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 박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주인공 마리아가 아름다운 들판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뛰놀다가 미사에 늦을 것을 깨닫고 뛰기 시작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푸르른 초원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아름다운 선율과 녹음 속에서 평온함을 느낄 것이다.
초지는 가축을 방목하거나 풀을 베어 먹이기 위해 조성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들어서 축산진흥정책으로 초지조성을 시작했으며 초지조성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다, 파종 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맞물려 1990년대 이후로는 초지 연구가 점차 줄어들었고 동시에 면적도 줄었다.
이후 가축 사료자원의 개발을 위해 초지를 대신해 밭과 논을 통한 조사료 생산 및 이용 연구가 활성화 되었는데, 눈 여겨 볼 점은 최근 다시 친환경축산, 동물복지 및 순환농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초지 연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관상 아름다운 유럽의 드넓은 초지는 개인이 조성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실제 초지가 발달한 나라 대부분이 국가 지원 아래 초지를 조성한다. 국가 입장에서 보면 초지 조성은 친환경적으로 사료를 생산할 수 있고, 자연경관을 통해 관광 사업을 유치할 수도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고 노동임금이 높아 축산업이 고도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공장형 축산으로 발전하며 초지가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다.

초지는 가축의 밥상이라는 본래의 역할 뿐만 아니라 토양침식과 홍수를 막아주고 대기를 정화시켜 환경보전에도 도움이 된다. 초지가 제공하는 아름다운 경관은 휴식과 안정감을 주고, 골프, 잔디썰매, 승마와 같은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으며, 아이들이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농촌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동물복지, 친환경 축산 등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는 축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기도 하다.

방목을 시키면 동물은 초지에 거름을 주고, 초지는 더 푸르게 자라 자연스럽게 물질의 순환 고리가 생성된다. 공장형 축산에서 발생하는 동물복지문제와 가축분뇨처리문제도 초지조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또 안전하게 가축을 생산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트렌드에 부응할 수도 있다. 즉, 초지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공익적 기능, 즉 그것이 주는 부가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돈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미래축산의 필수적인 요소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농업 관련 지원 사업을 시행중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대부분 생산자의 수입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국가에서 조성한 초지를 저렴한 금액을 내고 가축이 이용하도록 해 농가의 생산 비용을 절감시키고 영토 이용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미약하나마 자연의 냄새를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 주말농장, 캠핑 등이 유행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초지는 관광 산업 발전 등의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이다. 또한, 축산업의 안 좋은 이미지를 바꿀 무기이자 앞으로 유럽과 미국의 축산물에 위협받는 국내 축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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