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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기는 일
2016년 07월 01일 (금) 15:46:00 박형진 시인 .

서울에 사는 친구 한 사람이 갑자기 시골에 땅 사서 집을 짓는다고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사정은 잘 몰라도 오래전부터 혼자 사는 사람입니다. 궁금하기는 해도 그런 것이 사람을 알고 지내는 것의 전제 조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 그저 그런갑다 하고 여러 가지 일에서도 그냥 넘어가곤 하지요. 집짓는 것도 마찬가지. 해동하면서 바로 시작 한다더니 처음에는 번갯불에 콩 튀어 먹는 듯이 기초가 놓이고 기둥 들보 서까래가 올라가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더군요. 그리고 아예 준공식 하는 날짜까지 받아서 보냈고요.

순조롭게, 그러나 참 빠르게 진행되는구나, 상량식 때는 가봐야 할 텐데, 맡겨서 짓는다고 하지만 여자 혼자 업자를 상대하는 일이 녹록치 않을 텐데 하는 따위의 생각을 하는 동안 집 시작한지 어연 석 달이 훌쩍 넘어가서 준공식 날이 다가왔습니다. 꼭 일주일 앞둔 때였습니다. 제 핸드폰에 불이 날정도로 문자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다 종합하면 새로 짓는 집에 구들방을 한 칸 들였는데 불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굴뚝에 연기를 강제로 뽑아내는 배출기까지 달았는데도 말입니다.

구들방 굴뚝에 배출기를 달았다는 것은 구들을 잘못 만들었다는 간접적 증거입니다. 하지만 그 업자란 사람은 흙집을 서른 채나 지었대서 평당 오백만원에 믿고 맡겼다네요.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불은 실내, 즉 거실에서 때도록 했다는군요. 형식이야 어떻든 연기를 강제로 뽑아내게 배출기를 달아서 작동시키는데도 불이 전혀 들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 된 거겠지요. 나중에는 불 때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보라 해서 보았더니 한눈에 봐도 잘못된 구조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입니다. 저보고 지금 당장 내려와서 살펴보고 업자에게 얘기를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이것은 어려운 문제가 시작됐음을 뜻합니다. 건축주인 친구가 직영으로 집을 짓는다면 각 분야별로 사람을 쓰면서 재료를 대주면 되지만 한 채를 통째로 업자에게 맡기고 대금을 결재하는 일에서는 제가 아무리 구들 기술자라 해도 업자가 요구하지 않는 한 끼어들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는 거였습니다. 업자도 나의 조언을 받아들일 거라고 하면서요.

준공하기 전에 한번 미리 가보는 것도 예의이긴 하겠다 싶어 꼭 두 시간 반을 달려 집짓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배기 일백 칠십 평의 대지에 삼십 평짜리 흙집인데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요, 첫눈에 들어오는 것부터 아니올시다 더군요. 그러나 여기서는 절대로 입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 그 순간부터 건축주와 업자간 분쟁이 시작되니까요. 제가 보기에 그건 사기였습니다. 일일이 다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못 미쳐도 한참을 못 미치는 거라서 이거 참 큰일이더군요. 업자도 물론 전 공정을 다 잘하는 사람일수는 없는 것이라 분야별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인데 이건 업자가 돈을 다 먹기 위해서 싼 재료를 쓰고 뒷 서두리 꾼 몇 명대서 자기가 혼자 한 거였습니다. 구들은 그중에서도 최악이어서 자기도 처음 실험으로 해본 것이라나요?

업자 앞에서 한사코 입을 봉하고 있는 저에게 친구가 업자의 동의를 구해서 조언을 요청했습니다. 저야 말로 서른 채 이상의 집에 이러저러한 악조건을 극복하며(!) 구들을 놓는 부업을 해왔던 사람인데 그러나 이런 경우 원리에 입각해서 기술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할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좋게 좋게 이야기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아궁이를 조금만 더 낮게 했으면 어떨까싶네요’ 식으로 애매함속에 문제의 본질을 숨기는 겁니다. 그러나 이건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지요. 좀 더 고상하고 차원 높게 이야기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열의 성질이 어떻고 대류가 어떻고 달아나는 열의 성질을 이용하되 그것을 붙잡아 두어야 하는 모순의 통일이 어쩌구 저쩌구…

어쨌든 제가 있는 자리에서는 구들을 뜯어서 다시 하는 걸로 친구와 업자 간에 의견이 합치되고 내일 모레 저는 다시 와서 잠깐 들여다 봐 주기로 했습니다. 다시 두 시간 반을 달려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흗날 아침, 업자가 사람을 시켜 구들방 뜯는 일을 시작했는가 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일의 진행되는 것에 맞춰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전화기너머 들려오는 소리는 뜻밖이었습니다. 업자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는군요. 그 뒤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할 테니 미루어 짐작하십시오.

다만 빨리 좀 와달라고, 거의 울 듯 한 친구를 위로할 일이 더 큰일이어서 두 시간 반을 달려갔는데 그동안 여차저차 했었다는, 친구로서는 감추고 싶고 너무나 기막힌 이야기를, 그러니까 까놓고 이야기해서 사기 당했다는 이야기를 한 시간 가까이 들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구들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를 위로 하는 일이 그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구들이란 건 재료가 다 준비되어 있다 해도 사흘은 해야 되는 일인데 오가는 거리는 멀고 날은 덥고 함께 일할 사람도 없고 이것 참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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