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명 규
국립식량과학원 논이용작물과장


 쌀과 쌀을 기반으로 한 식문화는 우리 민족의 반만년 역사와 함께 한 귀중한 문화이자 생명이며, 건강을 지키는 힘이다. 필자가 어릴 적에만 해도 희고 윤기가 돌며 부드럽고 향기마저 감도는 쌀밥 한 그릇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거의 사치에 가까웠다. 그만큼 쌀이 귀했고 비쌌기 때문이다. 쌀이 남아돈다는 공급과잉은 극히 최근에 대두된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쌀 재고량은 약175만 톤으로 유엔권고 기준인 80만 톤을 2배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고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쌀 공급과잉의 주요한 원인은 우리나라가 쌀 자급을 달성한 후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어 국민소득이 향상됨에 따라 쌀 소비가 고기나 밀가루 제품인 빵, 국수 등으로 대체되면서 상대적으로 쌀의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일인당 쌀 소비량이 1970년대에는 약 130㎏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약 62.9㎏으로 2배 이상 감소하였다. 이와 반대로 국내 당뇨병 환자는 1970년대에는 30만명 미만 정도였는데 최근 5년간 당뇨 진료 환자가 1,2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농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쌀 소비량 감소와 성인병인 당뇨병을 연관시키는 것이 한편으로는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식습관과 질병과의 연관성은 다수의 보고가 있으며 특히 인디안 부족의 하나인 미국 애리조나주에 살고 있는 피마인디언 부족은 서구식 식습관을 따르고 있는데 남자는 60%, 여자는 70%가 당뇨병에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멕시코 사막지대에서 살고 있는 미국 인디언과 같은 피마인디언 부족은 전통적인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어서 비만이나 당뇨병에 큰 문제가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민족은 수천 년간 쌀, 보리, 콩 등 곡물에서 주요 에너지원을 얻어 생활을 해오고 있는 민족이다. 우리 몸은 짧은 기간 만들어진 체계가 아닌 오랜 기간 조상으로부터 우리 환경에 맞도록 진화 발전하여 왔으며 여기에 우리의 주식인 쌀이 있는 것이다.

  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농촌진흥청에서 식량 부족시기부터 꾸준히 연구를 해 오고 있다. 70년대에는 만성적인 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량이 많은 다수성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하여 식량자급을 달성하였으며, 80/90년대 이후에는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밥맛이 좋은 찰기 있는 품종(자포니카형)들을 개발하였다. 2000년 대 부터는 국제 무역환경 변화로 국내 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하고 치열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이것은 오랜 기간 우리 민족을 지켜온 생명줄을 지키는 연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 소비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연구도 변화해야만 한다. 이제는 소비자의 변화에 맞게 밥쌀용은 세계 최고의 밥맛 품종으로, 반면에  다양한 소비층에 부합하도록 다양한 용도의 쌀 품종도 개발하여야만 한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빵, 과자, 국수 등을 만드는 원료인 밀가루를 쌀가루로 만들어 대체할 수 있는 ‘밀가루 대체 가공용 쌀’,  건강증진 및 의약보조용 기능성 쌀인 ‘칼슘 강화 쌀’, 신장병 환자용 ‘저글루테린 쌀’ 등이다. 이를 통해서 전통적인 식재료를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쌀 산업의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천연색소, 화장품소재 등의 산업용 소재개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세계화 개방화 흐름으로 FTA 등 무역협정이 맺어지고 있지만 쌀 산업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우리민족의 생명줄을 지키고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더불어 쌀 공급과잉에 대한 당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연구와 정책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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