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한 해 지은 곡식이 떨어지고 햇보리도 수확할 수 없던 음력 사오월의 보릿고개 시절, 우리네 굶주린 배를 채워 준 것이 바로 감자, 고구마, 옥수수, 밤과 같은 구황작물이었다. 게다가, 산과 들에 열린 산딸기, 개암 등의 열매는 자연이 준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산에 올라 흔하게 열린 열매들을 따 먹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중에서도 붉고 앙증맞은 모습에, 새콤달콤한 맛으로 인기 만점이었던 것이 산딸기다.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건강과 참살이(웰빙)에 대한 관심과 관련 수요가 늘면서 다양한 기능성물질을 함유한 베리류(딸기류) 열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하나로, 블루베리가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한동안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엘더베리, 블랙베리, 아사이베리, 블랙초크베리, 라즈베리 등 다양한 베리류 열매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수입량과 더불어 국내 재배면적도 늘어나고 있다.

산딸기는 복분자딸기와 같은 나무딸기의 한 종류로 최근 10년 사이 급부상하고 있는 특용자원식물 중 하나다. 현재 상업적으로 재배·이용되는 나무딸기류는 우리나라 토종 복분자딸기와 산딸기, 서양의 복분자딸기인 블랙베리와 라즈베리(서양 산딸기)가 있다.

이들은 보통 열매의 색깔로 구분되는데, 열매가 완전히 익었을 때를 기준으로 복분자딸기류는 검은색을 띠고, 산딸기 종류는 붉은색을 띤다. 서양에 라즈베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토종 산딸기가 있다. 산딸기는 낙엽관목(落葉灌木 : 겨울에 잎이 지는 키 작은 나무)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에 분포한다. 산딸기는 주로 5〜6월에 꽃이 피고 6〜7월에 열매가 성숙된다.

보통 복분자딸기, 산딸기와 같은 나무딸기류의 덜 익은 열매를 ‘복분자’라고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산딸기의 덜 익은 열매를 ‘우질두’라고도 부른다. 보통 산딸기 열매는 잼이나 주스, 차로 먹거나 술을 담그고, 어린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효능면에서도, 신장 기능을 튼튼히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성기능 장애, 야뇨증, 당뇨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뿌리를 달인 물은 복통과 설사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산딸기 열매는 비타민A, B, C, 미네랄, 안토시아닌, 플라보노이드, 타닌 등의 함량이 높아 항산화, 항염증, 항균 및 항암 효과가 있어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로 수입되는 라즈베리 열매는 대부분 칠레, 터키 등에서 생산된 것으로 시럽, 와인, 음료 등의 식품첨가물로 대단히 인기가 높아 그 수요가 늘고 있다. 나무딸기류의 열매는 생으로 먹기도 편하고 맛도 좋다. 특히 산딸기는 신맛과 단맛을 고루 갖고 있어 생으로 먹기에 부담이 없는 임산물이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나무딸기류 재배 면적은 복분자딸기가 약 2,250여 헥타르로 가장 넓으며, 산딸기가 450여 헥타르를 차지하는데, 주요 재배 품종은 토종 산딸기와 라즈베리다.

사실, 우리나라 토종 산딸기의 품종육성은 아직까지 시작 단계로 신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생산자의 소득창출과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신품종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팀은 신품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특성 검정(檢定) 및 효율적인 재배기술 개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산딸기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신품종 개발을 위한 교잡육종(交雜育種 : 섞붙이기를 해 새로운 품종을 길러내는 일)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살고 있는 특산식물로 섬나무딸기와 남해안과 제주도에 자생하는 거문딸기가 있다. 이들은 산딸기에 비해 꽃과 열매가 크고 가시가 거의 없어,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육종재료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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