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장



67달러, 그리고 2만8천 달러. 한국전쟁이 끝난 당시와 2014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비교한 숫자다. 무려 42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또한 과거에는 생존을 위한 먹거리에 대해 양(量)이 먼저였다면, 지금은 한 가지를 먹어도 내 몸에 이로운, 이른바 질(質)을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 산림에는 보물 같은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산림에서 얻는 임산물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물들중의 하나가 산채다. 최근 산채류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친환경 농법(무농약)으로 일부 재배가 가능해짐에 따라 농가에게도 새로운 소득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두릅나무’는 산채류 가운데서도 소비자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두릅나무과(科)는 전 세계적으로 65속(屬) 800종(種) 이상이 있으며, 이 중 우리나라에는 8속 14종이 자라고 있다. 두릅나무속에서는 두릅나무, 독활, 땅두릅, 애기두릅나무 등 4종이 자생하고 있다.

‘봄 두릅은 금이요, 가을 두릅은 은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두릅은 4~5월경 줄기 끝에서 돋아 나오는 새순으로 ‘산채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대표적인 산나물이다.

최근 겨울철 농한기에 유휴(遊休) 노동력을 이용한 촉성재배(促成栽培 : 작물의 수확시기를 앞당겨서 재배하는 방법)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두릅나무는 심은 지 2~3년이면 수확이 가능해져 단기 소득이 되는 나무로 적합한 품목이다. 이 나무가 2010년 기준 전국적으로 약 1천 헥타르 정도 식재되어 있다니, 산채로서 두릅에 대한 농가의 관심이 높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두릅은 우수한 단백질은 물론 칼슘과 섬유질, 비타민 A 함량이 높아 여성에게 효과적인 식품이다. 많은 사포닌과 비타민 C 성분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나이트로사민을 억제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노화를 막아주는 항산화 효과도 뛰어나다. 그 중 특수 성분인 올레아놀산, 베타-타랄린, 사포닌 등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천연 약재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두릅나무는 ‘참드릅’, ‘들곱낭’, ‘들굽낭’ 등으로 불리며, 한약명으로 ‘총목피’라 해 신경계통의 질병이나 당뇨병 치료에 이용한다. 또한 나무껍질을 벗겨서 말린 ‘총백피’와 뿌리의 껍질인 ‘총근피’도 같은 목적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처럼 두릅나무는 새순뿐 아니라 뿌리, 종자, 나무껍질까지 당뇨병, 신장병, 급성간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위염, 위궤양 치료 등의 약용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항(抗)미생물 활성물질의 존재를 확인해 식품보존제 및 유용항균제로서의 이용 가능성도 알려져 왔다. 특히 가시를 달여 마시면 고혈압 등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두릅을 먹으면 충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니 두릅의 효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999년 두릅나무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4년에는 강원도 인제군 등 26곳에서 197그루의 우수한 나무를 선발해 새순의 특성을 분석했고, 그 중 새순이 굵게 올라오는 우량한 개체만을 골라 새로운 품종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두릅 생산에 대한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인 재배기술의 개발과, 고품질 생산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수확 후 관리기술의 개발·연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팀은 두릅의 맛과 향이 우수하고, 유용한 기능성 물질이 많이 함유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양과 질 모두를 향상시켜 수요자 공감형 연구 성과 창출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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