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길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 과장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이 났다. 큰 시험을 치르느라 그동안 많은 수험생들이 고생을 했는데, 한시름 놓은 것도 잠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다름 아니라 어떤 학교에 들어가야 할지, 그리고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취업하기가 소위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시기다. 요즘 대학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대학문을 나서자마자 실업자가 되는 실정이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 ‘청년 태반이 실업자이거나 신용 불량자’라는 뜻의 ‘청년 실신’, ‘인문계의 90%는 논다’라는 뜻의 ‘인구론’ 등 슬픈 신조어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제 갓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로선 앞으로 자신의 미래 진로를 생각하며 어떤 학교와 학과를 선택할지 결정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에 미래 진로를 결정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공해보고자 한다. 지금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 유망 직업으로 농부를 꼽고 있다. 또 농업을 미래 유망 산업으로 지목하고 있다.

유명한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2030년 인류 전체 일자리의 50%가 소멸되고 80% 이상의 직업이 없어지거나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 농업은 기술혁신과 융합되면서 가장 멋진 직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작년 한국을 방문했던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모 대학교의 경영학 석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MBA가 무슨 필요가 있나. 당장 농대로 가라. 지금의 20대 30대가 은퇴할 때쯤엔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 생애는 미국 금융인보다 중국 농부의 삶을 살고 싶다”라고까지 말을 했다.

지금 세계는 미래 농업의 성장 가능성에 큰 주목을 하고 있다. 이미 해외의 많은 기업들은 농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하며 농업에 뛰어들었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센서기술, 모바일기술 등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접목시켜 고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농업은 앞으로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기능성식품, 바이오에너지, 의약품, 산업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드러낼 것이다. 

우리나라도 농업에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등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융복합시켜 농업을 신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농작물을 재배하는 온실의 빛, 온도·양분 등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하면 온실의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는 땅속의 열과 발전소 폐열을 이용한다. 이상기상에 대비해 농장날씨와 재해정보 등을 미리미리 휴대폰으로 제공하고, 드론과 같은 무인비행체를 이용해 농작물 작황도 추정한다. 곤충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을 이용해 화장품과 의약품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단백질을 3D 프린팅 재료로 이용해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이처럼 이제 농업은 생산하는 농업, 먹는 농업을 넘어서 정밀농업, 생명농업, 문화농업 등으로 변화·발전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바야흐로 수능이 끝나고 학교와 학과 선택을 위해 고민해야하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입시철인 것 같다.

앞으로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많은 수험생들에게 한번쯤 농업에 눈을 돌려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신 성장동력으로 거듭나고 있는 농업도 우리 젊은이들이 도전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열정과 패기로 가득한 많은 젊은이들이 농업의 길로 들어선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더욱 더 희망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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