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흥 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공학과장


정초에 음나무 가지 묶음을 대문간 위에 걸쳐 놓거나 큰방 문설주 위에 가로로 걸어두면 귀신을 막아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몸에 무섭게 생긴 가시가 많아 예로부터 음나무를 양의 기운을 가진 나무로 여겨, 음기를 좋아하고 양기를 싫어하는 귀신을 물리치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음나무는 두릅나무과(Araliaceae)에 속하는 낙엽활엽수로 큰 키로 자라며,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데, 높이가 25미터, 가슴 높이지름도 1미터에 달한다. 또 대체적으로 군집성이 없어 산발적으로 자라는데, 보통 해발고 400~500m 부근이 중심지대가 된다.

음나무는 어릴 때에는 음지에서의 광합성을 통해 생장하는 능력이 높아 나무 사이나 나무 밑에서도 자라지만 크면서부터는 햇빛을 요구하며 단간(單幹)으로 빠르게 생장한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으로 불규칙하게 세로로 갈라지며, 가지에는 굵고 날카로운 가시가 총총 박혀있는데 어려서 달렸던 가시는 성장하면서 떨어진다. 잎은 서로 어긋나며, 5~9갈래로 손바닥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고 꽃은 황록색으로 한여름인 칠팔월에 10여개 안팎의 새 가지 끝에 각기 작은 꽃이 우산 꼴로 뭉쳐 피어난다. 핵과(核果)인 열매는 둥글고 10월에 검은색으로 익는다.

음나무 의 새순은 개두릅으로 알려져 있으며 봄철의 고급 산나물(산채)로 각광받고 있다. 민간에서도 역시 어린순을 흔히 ‘개두릅’ 또는 ‘엉개나물’이라고 부르며 두릅처럼 데쳐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특히 가지와 껍질은 육류 요리를 할 때에 첨가하면 고기도 부드러워지고 맛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그 삶은 물로 식혜나 차를 만들어 마시면 신경통에 좋다. 나무껍질은 해동피(海桐皮)라고 해서 진통, 해열, 두통, 혈관확장, 혈압강하, 요통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약재로 귀하게 이용된다.

또 쌉쌀한 맛을 내는 사포닌 함량도 인삼 못지않아 효능과 영양면에서 가히 산나물계의 귀족이라 할 만하다. 목재는 황갈색을 띠며 가느다랗고 아름다운 무늬가 있어 가구재와 조각재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생하는 나무가 봄철의 새순은 물론 나무껍질의 채취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채취, 남획(濫獲)돼 자생하는 음나무의 군락구조가 심하게 훼손되거나 파괴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소득의 증대와 더불어 건강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되면서 고급 산나물로서의 음나무 순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음나무의 수요는 늘고 있는데 재배현실은 농가 주변 울타리, 소규모 휴경지 등에 천연 자생 어린모를 이식해 재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크고 억센 가시가 많은 음나무의 특성상 대량생산을 위한 밀식 재배관리가 어렵고, 수확된 새순의 품질이나 수확량의 안정적인 유지가 힘들어 고부가가치를 지닌 상품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래서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음나무 우량품종 육성을 위해 1996년부터 연구에 착수, 2009년 안정적인 새순의 품질과 다수확성을 갖는 음나무 우량품종인 ‘청송’과 ‘청산’을 개발했다. ‘청송’, ‘청산’은 일반개체와 비교해 가시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어 재배·관리가 쉬워 노령화 추세로 노동력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더불어 일반개체에 버금가는 새순 발생으로 노동력 절감과 생산량 증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음나무는 재배사례를 찾기가 어려웠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약리효과가 밝혀지고, 이를 건강기능성 임산물로 인식한 농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재배가 늘고 있다.
음나무 싹은 이른 봄 별미로 각광받는 두릅 순보다 맛도 뛰어날 뿐 아니라, 아직은 수확량이 적어 두릅 순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등 농산촌의 소득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더욱이 식용, 약용, 고급 목재로 모든 부위를 이용할 수 있어 조경수 또는 소득작목으로도 전망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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