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수 민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연구사



국민 생활수준 향상과 주 5일제 근무의 정착으로 휴양과 놀이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레크리에이션 공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원과 공원, 축구장과 같은 스포츠 시설에 대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잔디’다.

잔디는 인간이 야생동물들을 가축화하면서부터 그 개념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에 사용되고 있는 잔디밭의 원형은 과거 중국,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및 페르시아에 있던 고대정원에서 생장습성이 지표면 위로 낮게 자라는 식물로 조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고대정원에 있던 잔디밭은 중세시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서아시아지역에서 유럽으로 전파되기 시작하였고 특히 영국과 서부 유럽의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잔디는 푸른 경관을 제공하여 그 위의 건축물이나 나무 등을 더욱 아름답게 나타내주는 미적 효과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지구환경에도 큰 역할을 한다. 잔디는 탄력 있는 표면과 좋은 감촉으로 안정감을 주며, 잔디 운동장에서는 넘어져도 부상 정도가 일반 운동장에 비해 가볍다. 또한 1헥타르(ha)의 녹지는 12시간당 900킬로그램(kg)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600킬로그램의 산소를 방출한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가스교환을 함으로써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기온조절효과가 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도시열섬현상이 문제가 되는 지금,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또 공사현장, 고속도로, 댐 건설 등이 이루어지는 곳의 절토면(切土面)이나 성토면(盛土面)의 보호를 위해 덮는 잔디는 비가 내릴 때 빗방울 충격을 완화시키고 수량의 유출량 저하 및 유속 감소로 토사유실 및 지반붕괴를 막아준다. 뿐만 아니라, 수분이 잔디밭으로 스며들어 지하에 저장됨으로써 수자원이 보존되는 효과도 있다.

잔디 관련 사업은 1971년 포항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이 벌거숭이였던 산을 울창하게 만든 산림녹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73년부터 1977년까지 5년간, 연 인원 360만 명을 투입해 영일만 일대 4,538헥타르를 울창한 산림으로 변모시켰는데 이때 잔디가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잔디산업 관련 시장 규모는 미국의 1/30~1/40의 수준으로 작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여러 방면에서 잔디의 요구도가 급증하고 있으며, 국도나 고속도로 등 도로 개발 시 나타나는 사면(비탈면)을 녹화하면서 토양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심는 법사면용 잔디, 공공건물이나 일반 주택의 정원 및 공원에 경관 제공용으로 이용되는 관상용 잔디, 축구장이나 야구장과 같은 경기장과 골프장 등에 이용되는 스포츠용 잔디 등 다양한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에서는 도서(섬)ㆍ해안 및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약 400여 개체의 잔디를 수집, 형태 및 유전적 분석을 통한 신품종 개발과 잔디육성기반을 구축하였다. 또한 일반 농가와 수요자들의 고품질 잔디 개발 요구에 따라 다양한 육종방법을 이용하여 고밀도형의 ‘남부1’과 엽색(잎의 색깔)이 진하고 그린기간이 긴 ‘늘푸른’을 선발하였고, 세엽형(細葉形)의 ‘세아’를 개발하였다. 또한 잔디 형질 전환체의 유전자 안정성과 탈출 방지를 위해 불임성의 3배체 잔디를 개발하고자 2배체 잔디에 콜히친(Colchicine) 처리를 하여 4배체 잔디인 ‘태지’를 개발한 후 4배체와 2배체의 인공교배를 통해 3배체 잔디인 ‘단지’를 개발하였다.

앞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개발된 고품질 신품종 잔디의 체계화된 생산매뉴얼 제작을 통해 농가 보급을 실현하고 재배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잔디의 고품질화를 위한 잔디조성 및 재배·관리기술에 대해 더욱 활발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나아가 수요자들이 잔디를 애용하고 즐길 수 있으며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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