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현 석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 연구관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약 1.5℃ 이상 상승했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우리나라 같은 북반구에 속한 곳일수록 더 현저히 나타나고 있으며 해양보다 육지에서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이었던 우리나라가 기온의 연교차가 심한 아열대기후로 변화되는 현상은 무분별한 토지개발, 교통체증, 이산화탄소 배출 등 자연적인 원인보다는 인위적인 요인이 크다. 지구의 온실효과는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야할 온도를 그대로 잡아 두어 예측 불가능한 기후를 만들었다. 여름철 무더위와 집중호우, 겨울철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등이 좋은 예다.

축산에서는 초식가축의 안정적인 사육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따른 초지관리와 조사료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말, 소들이 많은 제주지역은 푸른 초지가 잘 발달돼 있어 더욱 관리가 중요하다 하겠다. 2010년에 초지 조사 결과 전국의 초지면적은 3만 9371ha이고 그중 제주는 1만 7289ha으로 44% 정도를 차지했다.

관리등급별로는 상급초지가 6631ha, 중급초지가 6291ha, 하급초지가 4367ha으로 중·하급 초지가 62%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대부분의 목초는 북방 계통이었는데 제주지역도 북방형목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북방형목초는 추위에 강해 겨울철에는 잘 견디나 여름철 고온이 지속될 때는 ‘하고현상’으로 잎이 마르고 뿌리가 고사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북방형목초의 생육 적온는 15〜21℃으로 생육 적온 범위를 넘는 고온조건에서는 목초의 광합성량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호흡량이 증가돼 생육이 정체되고 말라 죽는 것이 증가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해 병충해 발생이 증가하고 잡초 발생도 많아지며, 토양의 수분도 부족하므로 초지가 전체적으로 부실화되기 쉽다.

반면에 남방형목초는 원산지가 대부분 열대나 아열대 지방으로 30〜35℃ 정도에서 잘 자라며 15℃ 이하가 되면 생육이 크게 저하된다. 남방형목초의 특징은 초기 생육은 늦게 성장하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북방형목초 보다 지속성이 좋고 여름철 더위와 가뭄을 잘 견딘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주지역에서도 남방형목초의 재배가 비교적 잘 되는 편인데 1967년부터 3년간 제주시험장 해발 200m 고지에서 남방형목초를 재배한 결과 달라스그라스(Dallisgrass)와 바히아그라스(Bahiagrass)의 월동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름철 목초의 생산성은 북방형목초인 오차드그라스보다 생산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2015년도에 해발 400m 고지에서 버뮤다그라스(Bermudagrass)를 파종했을 때는 겨울을 나면서 피해를 받아 이듬해 재생이 어려웠으며 생산량도 저하됐다.

 제주와 같이 따뜻한 지역에서 남방형목초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북방형목초가 여름철 생육 저하 및 ‘하고현상’으로 목초 생산성이 저조할 때 남방형목초를 보완 작물로 파종해 말이나 소를 북방형목초와 윤환시켜가면서 이용하면 조사료가 부족한 여름철에 효율적으로 목초지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지구 온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제주도와 같은 남쪽 지역에서는 기존의 북방형목초의 생육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아직은 남방형목초가 중산간지 이상에서 겨울철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나 앞으로 온난화가 더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그에 맞는 남방형목초의 도입과 새로운 품종 개발 연구에 힘을 기울여야겠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