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양성면의 이경애 (49세) 씨는 절대 농사짓는 40대 후반 여성이라고 볼 수 없는 피부와 몸매를 가졌다. 이 씨에게 그 비결을 물었더니 스무살때부터 농작업시 착용한 마스크와 배를 자주 먹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밝고 생기 있는 표정과 날렵한 동작을 보면 비결이 그것만이 아닌것 같은데…



농사경력 30년의 베테랑 농업인
“배 하나만큼은 정말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자신있어요. 웬만한 남자 농사꾼 둘셋보다 저 하나가 더 낫다니까요.”
이 씨의 농사경력은 자그마치 32년이다.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이 그렇듯 어렸을 때부터 집안 농사 돕는게 당연했죠. 그렇지만 저는 좀 달라요.”
이 씨는 열세 살이란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어려서부터 어머니 노릇을 해야만 했다. 집안의 유일한 여자였던 맏딸 이 씨는 그날부터 집안의 안주인 노릇을 해야만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집안일을 비롯해 농사일까지 도맡아 하기란 정말 힘들었다. 결국 이 씨는 고등학교를 중간에 포기해야만 했다.

“농사일이라는 것이 남자든 여자든 혼자하기가 버거워요. 동생들이 아무리 남자라도 너무 어리다보니 당연히 제가 도와야했죠. 거기에 집안살림에 동생들 뒷바라지까지 하려니 학교를 자주 빠지게 됐고 결국은 포기해버렸어요.”

정말 안타까운 사연임에도 말하는 이 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전혀 후회하지 않는 듯한 말투다.
“제가 선택한 일인데 후회하면 뭐해요. 제가 조금 희생해서 살림이 유지됐고 또 동생들 모두 대학까지 나왔으니 그것으로 만족이죠.”

이 씨는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배 농사를 도왔다. 그러다가 25세가 되던 해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이 씨는 혼자서 집안의 농사를 도맡아 하게 됐다.

이렇게 이 씨도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기에 남편 이상흥(50세) 씨를 만나게 됐다. 힘들어 하는 이 씨의 곁을 말없이 지켜준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감동해 만난지 3년만에 둘은 결혼을 했고 이 씨는 삶의 동반자이자 든든한 농사 파트너를 만나게 됐다.

농사도 일등, 미모도 일등
“안성의 ‘이품배’하면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요. 매년 품평회때마다 우리가 상을 휩쓸 정도니까요.”
은근한 자랑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씨의 과수원 규모는 16525㎡(5천평)다. 이 씨가 처음 시집올 때 보다도 6610㎡(2천평)나 넓어지긴 했어도 이 씨의 농사경력과 수확물의 인지도에 비해서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다.
이 정도로 인정을 받았으면 한 ‘만평’ 정도 지어야 하는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 씨는 “절대 그럴 순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농사를 남의 손에만 맡기다 보면 품질이 좋아질 수가 없어요. 우리 배는 수확을 빼고는 철저히 남편과 제 힘으로만 재배하고 있어요. 배 적과부터 배 솎기, 봉지 씌우기를 둘이서 직접 하기 때문에 배 하나하나의 품질을 그때마다 확인·관리 할 수 있는거죠. 우리가 농사량을 늘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이 이상 늘릴 생각 없어요.”

품질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이 씨의 피부는 아무리 봐도 직접 농사짓는 여자의 피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배를 많이 먹어서 이뻐졌나봐요”라며 너스래를 떠는 이 씨는 사실 젊었을 적만 해도 밖에 나가면 누구나 농사짓는 여자구나라고 알 수 있는 피부였다고 한다.

“어느 날 시내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너무 비교가 되더라구요. 이래선 안돼겠다 싶어서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서 착용했죠. 처음에는 답답했는데 한참 쓰다보니 오히려 더 시원하고 땀흡수도 잘돼 일하기가 수월해지더라구요. 지금 시중에서 파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의 원조격이예요.”

스무살 때부터 착용한 마스크 덕에 30대도 부럽지 않을만큼 뽀얗고 탄력있는 피부를 갖게된 이 씨는 주변 모두에게 마스크를 권장하는 마스크 전도사가 됐다.

생활개선회와 만나고 달라진 것들…
이 씨는 생활개선회를 만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지천에 산·꽃·풀이 널려있는 농촌에 살면서 꽃을 가꾸겠다는 생각을 누가 하겠어요. 늘 푸성귀만 가득한 시골밥상을 보며 누가 웰빙의 필요성을 느끼겠어요. 또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누가 하겠어요”라고 말한다.

이 씨는 생활개선회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배움의 기쁨 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까지 가지게 됐다.
생활개선회에서 꽃꽂이를 배워 ‘화훼장식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만 해도 꽃은 그냥 당연히 봄이 되면 내 주변 구석구석에 피는 존재였다. 꽃꽂이를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꽃이란 것이 집안의 공기는 물론이고 사람의 마음까지 정화시키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됐다.

또, 건강에 좋다고만 생각했던 시골밥상도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음을 배웠다.
그 뿐만이 아니다. 늘 힘든 농사일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고 믿었던 것이 무지였음을 철저하게 알게 해준 곳도 생활개선회였다.

이 씨는 생활개선회 덕에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과 자신에게 내재돼 있던 배움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됐다.
“주 2회 농업기술센터에서 사물을 배우고 있어요. 작년에는 안성 바우덕이 축제 때 공연을 하기도 했었죠. 올해는 더 열심히 연습해서 공연도 많이 다닐 꺼예요.”

노인도우미와 화훼장식 기능사 자격증, 스포츠댄스에 사물까지… 농사 지으면서 만만치 않을텐데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씨는 한경대학교에서 실시한 여성농업자기술자 과정에서 와인과정을 이수하기도 했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컴퓨터 교육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전통 떡 교육을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활개선회에서 받은 교육들을 설명하면서도 이 씨는 마음이 들뜨는지 볼이 발개진다.

맛좋고 영양많은 안성배를 많이 먹는 것도, 꾸준한 운동도 모두 이 씨 미모의 비결이 맞지만 이 씨 미모의 가장 큰 비결은 배움에 대한 열정과 생활개선회가 아닌가 싶다.

“봉사활동은 삶의 활력소”
이 씨는 그 바쁜 농사일 틈틈이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봉사활동 많이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안성시생활개선회안에서도 가장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는 회원으로 유명할 정도다.
현재 이 씨는 생활개선회 내의 노인건강도우미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시집와서 시댁 어른들을 모시고 또 거동을 못하시던 시 할머니의 대소변까지 받아내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생활개선회에서 노인환자 다루는 법을 가르친다고 해서 배우게 됐죠. 처음엔 좀 더 쉬운 방법을 배우려고 간 교육이었는데 배우다보니까 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60시간 교육과 실습을 통해 전문가과정을 이수했죠.”

노인건강도우미 자격을 취득하고 이 씨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시어른들 간병만해도 질릴법한데 이 씨는 오히려 삶의 활력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 가게 된 곳은 양로원 목욕봉사.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봉사활동을 하고 온 날은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 같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제 몸이 힘든 만큼 말끔해지고 깨끗해진 노인분들을 보니까 왜이렇게 가슴이 뿌듯하던지… 고마워하시는 노인분들을 보니까 없던 힘까지 불끈 솟더라구요. 집에와서는 뻗어버렸지만 그 당시에는 힘든 줄을 몰랐어요.”

그 날부터 이 씨는 봉사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이 씨는 지금도 한달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복지회관에 밥봉사와 평화마을에 목욕봉사를 다니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는 날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이 씨. 얼마 전에는 태안으로 기름제거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이 씨같은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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