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욱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관



얼마 전, 딸에게 소금공주에 관한 동화를 읽어준 적이 있다. 소금공주는 국왕인 아버지를 소금만큼 사랑한다고 말해 궁궐에서 쫓겨났지만, 결국 병든 아버지를 소금으로 살려낸다는 이야기다. 주변에 흔한 소금이 인간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처럼 인체에 중요한 소금을 과거에 우리나라 산골 오지에서는 어떻게 얻어 생활했을까?

바로 소금처럼 짭짤한 맛이 있는 열매가 달리는 나무를 활용해 소금 대신 사용해 왔는데, 그 역할을 한 것이 붉나무다.

붉나무는 최근 한 방송에서 ‘소금이 달리는 나무’라고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붉나무 열매를 덮은 하얀 가루는 나트륨이 들어있는 소금이 아니고 소금과 비슷한 맛이 나는 천연 사과산칼슘이다. 예전 산골마을에서는 짠맛이 나는 이 가루를 모아 두부를 만들 때 간수(두부 모양을 만들게 하는 응고제)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산에 불이 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잎이 붉게 물든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고, 지역에 따라 뿔나무, 불나무, 오배자 등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 각지의 낮은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붉나무는 키는 7미터 정도 자라고, 옻나무과에 속해 전반적인 모양과 생김새가 옻나무와 매우 비슷하지만 엽축(葉軸, 잎줄기)에 날개가 있어 잎을 보면 쉽게 구별된다. 붉나무는 옻나무와 달리 독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간혹 붉나무를 만지고 두드러기가 난다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8〜9월에 황백색의 꽃이 피고, 10월이면 포도송이 같은 작은 열매가 달리는데 이 열매에 생기는 흰 가루에서 시고 짠맛이 난다. 이 열매는 특히 야생동물들이 좋아하는데, 너도 나도 열매를 먹고 주변에 잘 전파해준 덕분에 우리 주변에서 붉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붉나무 수피를 달여 먹으면 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으며, 열매는 술로 담가서, 어린 순은 삶아서 나물로 먹었다. 열매 삶은 물은 설사에 효과가 있으며, 붉나무 진은 상처가 덧난 곳이나 피부가 튼 부위에 바르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붉나무 가지에서 분리된 semialactone이라는 성분이 중풍에서 신경 보호효과를 높이고 혈관성 치매의 훌륭한 치료제 및 개선제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특히 붉나무는 귀중한 약재인 오배자(五倍子)가 달리는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오배자는 붉나무에 달리는 진디물집인 충영(gall)을 뜻하는 말로 식물체에 곤충류가 알을 낳아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부분을 뜻한다.
민간에서 오배자는 종기를 없애주는 작용이 탁월해 오배자 삶은 물을 머금고 있거나 입안을 닦아주면 입병에 좋다고 알려져 왔다.

이와함께 한방에서는 수렴지사(收斂止瀉, 설사를 멎게 함), 진해(鎭咳, 기침을 그치게 함), 지혈(止血, 피를 멎게 함), 지한(止汗, 땀을 멎게 함)을 위한 약으로 사용한다. 임상에서는 소화기 출혈, 궤양성 결장염, 유정, 폐결핵으로 인한 도한(盜汗), 각혈, 이질, 자한(自汗), 당뇨병, 식도암, 치질, 화상, 조루, 소아 설사, 장염 등에 효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뇌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뇌 관련 질환의 치료와 예방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새로운 강력한 항암 물질이 발견되어 의학계에서 큰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배자를 인위적으로 대량 증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보통 주위에 흔하면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붉나무는 분명 가치 있고 무궁한 잠재력을 지닌 나무다.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는 점을 살려서 돈이 되는 나무, 즉 가치 있게 바꾸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립산림과학원은 간절하게 절실히 묻고 가깝게 생각하는 ‘절문근사(切問近思)’의 자세로 붉나무의 가치를 더욱 붉게 빛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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