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성과관리팀장


박병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성과관리팀장


#1. 꽃뱅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굼벵이)를 이용한 식품가공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를 하려던 경남 함양군 소재 B업체는 판매할 제품을 다 만들고도 거의 1년 동안 판매를 하지 못했다. 꽃뱅이의 식품공전 등록이 늦어지는 바람에 생긴 문제였다.

 #2. 봉독(蜂毒)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를 하고자 했던 경북 영주시 소재 S업체는 사업화를 포기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유는 국산 봉독이 아직 약품(藥品) 소재로 허가되지 않아서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하 재단) 성과관리팀장을 맡은 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업체마다 사정이 달라 사업화에 성공하여 시장에 진출한 업체가 있는가 하면, 기술을 이전하고도 시제품조차 만들지 못한 업체도 있다. 후자들 중에는 기술은 우수한데 제도가 아직 미비하여 사업화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업체도 종종 있다. 

경영학에 보면 미래 선도자(first mover),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라는 용어가 있다.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인 선도자를 미래 선도자(first mover)라고 하며,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전략 또는 기업을 일컫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라고 한다. 농업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성과 이전업체들의 사후관리 업무를 총괄하면서 과연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은 미래 선도자인가, 아니면 빠른 추격자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2000년 이전만 해도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 성과는 농업·농촌현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하였다. 그러나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이종 기술 또는 산업이 융·복합되면서 2017년 현재에도 여전히 미래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조금은 의문이 든다. 분야에 따라 농업·농촌현장은 이미 선진국 수준인데 연구현장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연구개발성과를 사업화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현장에 기술이전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앞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오래 전부터 민간에서 꽃벵이(굼벵이)나, 봉독을 약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여전히 허가를 하지 않고 있다. 식품(食品)이나 약품(藥品)은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므로 당연히 허가의 조건이 엄격하고 까다로워야 한다. 그렇지만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고, 연구결과 그 효능이나 기전(Mechanism)이 명확히 밝혀졌는데도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혹시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미래 선도자이기는 커녕 빠른 추격자도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아닌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업정책과 제도, 연구개발 모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이 된다.

농촌진흥청과 재단에서는 농업현장의 다양한 기술수요를 반영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사업은 기획 단계부터 농업인, 농산업체 등 외부의 수요를 확인하고, 외부 전문가와 공동으로 추진하여 수요자 맞춤형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즉 공급자 측면이 아닌 철저히 수요자 요구 중심의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 선도자가 되려면 이 정도로는 조금 부족하다.

기술소비자인 고객의 요구는 점점 다양해지고, 산업현장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나 재단이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이런 걱정이 단순히 기우가 되기를 바라며, 빠른 추격자보다는 미래 선도자가 되고자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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