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현재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간의 협상이 결렬됐다. ‘총선에서 두고 보자’는 눈싸움만 벌인 채, 농촌진흥청 폐지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무식한 잣대’는 거둘 뜻이 없어 보인다.

농진청 폐지안을 만든 ‘이명박정부’의 인수위원회 또한 밀어붙이기식 ‘똥고집’은 여전하다. 국민을 잘 섬기고 경제를 꼭 살리는 길에 농업과 농민은 예외로 두고 있다. 인수위는 얼마 전 ‘농촌진흥청 등을 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하는 까닭’이라는 발표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여러 학자등의 전문가와 농민, 시민단체들은 반박 성명을 내거나 언론에 기고하는 형식을 빌려 농진청 존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그런 올바른 논리와 마음들이 어수선한 시국에 묻혀 색이 바래는 듯하다. 때문에 여러 반박 논리를 추려 인수위 발표자료의 모순을 정확히 짚어 주는 역할도 필요하단 생각이다. 단락을 정해 갈무리코자 한다.


▶인수위 농진청 폐지안 발표자료(이하 인수위)=지금처럼 농림부 산하 농촌진흥청 조직으로는 더 이상 대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정원, 직급과 보수체계로는 우수한 연구인력의 확보가 불가능하다.

▷반박=대부분의 출연연구기관이 기초연구보다는 연구비가 많고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상업화된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창출이 어려운 농업연구는 소외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수익이 없으면 당연히 우수인력 확보는 요원하다. 식량문제를 다루는 농업은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국가 유지차원의 기능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국가 연구기관이어야 한다.

▶인수위=경직적인 정부의 예산회계시스템으로는 농수산 분야의 특성상 불가피한 중·장기 연구개발과 유연한 대응체제 구축이 곤란하다.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창의와 자율도 제약을 받는다. 정부조직으로는 특허권 획득, 기술개발에 따른 Spin-off(스핀오프) 및 혁신농수산기업의 창업 등 일련의 상용화 과정을 추진하기에 무리다.

▷반박=일례로 출연연구기관이 되면 쌀 종자에도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 쌀의 경우 종자 톤당 500만원으로 산정하면 농민들은 2천50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는 농진청 한해 예산 5천억원의 절반이다. 농민은 소득이 줄 것이고, 농산물 판매가격 상승으로 국민도 손해를 보게 된다. 국가는 출연금을 지출하고서도 손해를 유발하는 것이다. 소득없는 연구사업에 창의와 자율이 좋아질 까닭이 없다. 상용화 과정 또한 같은 이유로 어렵다.

▶인수위=출연기관으로 전환돼도 농진청 소속 공무원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실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매년 정부가 안정적인 재원을 출연해 농림수산업 진흥이라는 고유 목적에 매진하게 되므로 출연기관이 영리기관으로 변질돼 농어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반박=당장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 농진청을 출연연구소로 전환시키면 연구와 지도의 이원화, 영농현장 지원 연구성과의 대폭 감소 등으로 대농민 서비스는 어렵게 된다.
농진청 연구직 공무원들은 매년 행정자치부의 정부업무심사평가와 과학기술부의 조사·분석·평가에 대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아닐 경우 행자부의 정부업무심사평가를 받지 않게 돼 결과적으로 영농활용, 시책건의, 품종개발, 무상기술이전 등은 성과목표가 될 수 없게 된다. 출연금 지원에 따른 과기부의 평가에 치중, 학술논문 성과와 수익적인 특허 성과만 남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당연히 인력 정비 과정을 거치게 되고, 현장 지도사업은 사라지게 된다.

▶인수위=농진청과 오랫동안 협조관계를 유지해 온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는 중앙정부조직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지자체 산하 기구이다.
따라서 7천941명에 달하는 농업기술원 및 농업기술센터 소속 지방공무원들 신분은 농진청의 정부출연기관 전환과 상관없이 계속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반박=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의 존재는 현재 불안한 상황이다. 지자체 단체장이 누구냐에 따라 지역적 특성이 어떻게 꾸려지느냐에 따라 사라질 수도 있는 처지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센터 법제화를 위해 농민단체들이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 표현대로 오랫동안 협조관계를 맺어왔던 농진청이 사라질 경우 이들 기관들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다. 기술개발과 지도사업의 심장부인 농진청이 없는 상황에서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가 자력으로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따지는 지자체의 특성상 이들 기관들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스핀오프(Spin-off)=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원이 자신이 참여한 연구결과를 가지고 별 도의 창업을 할 경우 정부보유의 기술을 사용한 데 따른 사용료를 면제하고 성공후 신기술연구기금 출연을 의무화하는 제도. 기업체 연구원이 내부기술을 바탕으로 사내 창업을 할 경우 해당 모기업에 대해 출자를 완화해주고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있다.



농촌진흥청 출연연구소 전환 ‘득’은 없고 ‘실’ 투성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촌인구는 350만명, 농업법인체는 5천260개로 집계됐다. 농진청을 출연연구소로 전환시키면 절대 다수의 농민에 대한 기술 서비스는 외면되고 농업법인체를 위한 수익성 연구에 매진할 것으로 추측된다. 국가기관인 농진청이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하던 품종과 기술들도 사용료 발생 등으로 국내 농업의 존립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정부안대로 조직이 개편될 경우 농진청의 농업 현장중심 연구 성과는 55.4% 감소하고, 연구원들은 민원사항을 외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또한 돈 되는 연구에 치중하고 연구 성과의 기술사용료가 높아지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농산업체을 대상으로 한 기술특허, 유상기술이전은 뚜렷이 많아질 것이다. 수익성 증대를 위해 품종로열티는 물론 상상치 못했던 곳곳에서 기술사용료가 발생하게 된다. 현장애로사항은 늘어가고, 국내 농산물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소비자 물가는 자연스레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