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광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필자에게 아버지는 언제나 무뚝뚝하고 엄한 분이셨다. 한참이 지나서야 한없이 여린 마음과 자식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계셨음을 깨닫고 아버지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곁에 계셔주시기를 빌었다. 남의 아버지를 부르는 말로 ‘춘부장(椿府丈)’이 있다. 한자 춘(椿)은 참죽나무를 뜻하는데, 동양에서는 ‘8,000년을 봄으로 살고, 8,000년을 가을로 산다던 상상속의 나무’를 춘(椿)이라 불렀다. 이러한 의미를 알고부터는 참죽나무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떠오른다.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로 나무높이가 20미터, 지름이 30〜40센티미터에 달하며, 중부 이남의 해발 500미터 이하 마을이나 절 주변에 주로 심겼다. 자생지는 중국, 네팔, 부탄, 인도 등지이며, 멀구슬과 나무 중에서도 추위에 견디는 성질(내한성)이 강하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새순 채취 목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참죽나무 줄기의 껍질을 춘목피(椿木皮), 뿌리의 껍질은 춘근백피(椿根白皮)라 하는데 이들은 설사, 이질에 효과가 있고, 혈변, 산후 자궁 출혈에 지혈 작용을 보이며, 적대하(赤帶下)를 멎게 한다. 이와함께 옴, 버짐, 악창(惡瘡) 치료는 물론 어린아이의 감질(젖이나 음식 조절을 잘못하여 생기는 병)에도 효과가 있으며, 심한 설사와 종기가 났을 때 피막을 만들어 주는 약리효과도 있다. 열매 또한 통증, 허리와 배 부분의 경련, 류머티즘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

춘목피와 춘근백피의 채취 시기는 3월〜6월이 적기로, 춘목피는 직접 벗겨서, 춘근백피는 검은 겉껍질을 벗기고 방망이로 두들겨 껍질을 겉돌게 한 다음 벗겨서 사용한다. 건조 시에는 안쪽을 햇볕 쪽으로 향하게 하여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참죽나무의 뿌리는 염료로 쓰이고, 목재는 결이 곧고 광택이 있어 내후성(잘 썩지 않는 성질)과 보존성이 높아 고급 가구재, 악기재, 기구재를 제작하는 데 이용되어 왔으며, 나무의 모양과 단풍이 아름다워 관상수(觀賞樹)로서의 가치도 증대되고 있다.

참죽나무의 참맛은 역시 나물이다. 새순을 데쳐 무친 참죽나물은 일명 연엽채, 춘엽채라 하여 봄의 미각을 돋우는 채소로 그 맛이 일품이며, 생으로 무쳐먹는 것 외에도, 튀김, 전, 쌈, 자반, 튀각, 장아찌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경상도에서는 참죽 장아찌를 ‘가죽장아찌’라고도 부르는데, 이로 인해 ‘가짜 참죽나무’라는 별명을 지닌 가죽나무와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죽나무는 길가에 흔히 자라고 어린잎에서는 역한 냄새가 나, 그윽한 양파향이 나는 참죽나무와 쉽게 구별된다.

참죽나무 새순은 각종 공해, 농약 등의 과다사용으로 농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현대인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무공해 식재료로 재배농가의 신 소득자원으로 가능성이 높다. 새순을 이용한 부각, 장아찌 등은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 참살이 식품으로 소비자로부터 인기가 높으며 가공을 통해 연중 이용할 수 있어 소득수종으로 부각되고 있다.

참죽나무 새순은 새순이 붉은색을 띠고 크기가 10〜15센티미터에 이르는 4월 중순경에 1차 수확하고, 5월 중하순 경에 2차 수확이 가능해 수확량이 꽤 많은 편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참죽 새순은 수확 후 햇볕에 노출되거나 상온에 방치되면 새순 끝이 마르고 시들어 상품성이 떨어지므로 신선도 유지를 위한 포장법 개발 및 안정적인 수급처 확보 등이 필요하다.

이처럼 참죽나무의 목재로서의 가치와 약용가치를 살려 육성하고 종묘의 증식 및 재배기술을 개발·보급한다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휴경지를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참죽나무 재배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현장에서 절실하게 묻고 생각하며 참죽나무 재배농가와 한마음으로 참죽나무 품종을 개발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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