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첫 신고 이후 전국에서 의심신고 잇따라

지난 4월 4일 이후 두 달 동안 잠잠하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다시 고개를 들며 확산하고 있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제주시 소재 토종닭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를 받고 정밀 검사한 결과 H5N8형 AI로 확인됐다. 첫 신고 이후 의심신고가 이어지며 14일 기준 고병원성 AI 발생 농장수는 제주, 부산 기장, 전북 군산ㆍ익산ㆍ완주ㆍ전주ㆍ임실, 순창, 경기 파주, 울산 남구ㆍ울주, 경남 양산, 고성 등 35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10일 고성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온 이후 현재(14일)까지 추가로 접수되지 않고 있지만, AI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장 21일 가량 된다는 점에서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H5N8형 AI바이러스가 분변 등 외부환경 또는 가금류에 감염 상태로 남아 있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I 바이러스는 온도에 약해 분변의 표면에 있던 것은 금방 사멸하지만, 분변 내부 깊숙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는 6월까지 잠복하기도 한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AI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역학 조사 중이나, 제주도 AI 최초 신고농가의 경우 전북 군산 소재 오골계 사육 농가에서 구입한 오골계가 감염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AI 발원지로 추정되는 전북 군산 소재 농가에 대해서 다각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했고, AI 감염원인으로 추정되는 오골계 6,900수에 대해 집중 추적해 방역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6,900수 가운데 판매된 3,600수 중 160여수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5월 14일 군산에서 정읍으로 판매된 오골계 중 약 30수가 폐사해 반품 받은 것으로 조사되며 AI 바이러스가 이미 전국에 퍼진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 전파 확산을 막기 위해 AI 의심농가 역학 관계를 신속하게 파악해 예방적 살처분 등 신속한 초동방역을 추진하고 있다.

6월 7일부터 24시간 동안 전국 가금 소유자 및 축산관련 종사자에 일시이동중지 명령 발동 및 일제소독을 실시했다. 동시에 6월 8일부터 전북ㆍ제주 등 AI 발생지역에서 비발생 지역으로 가금류 반출 제한을 발령했다.

6월 5일부터는 전국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에 살아있는 닭 등 가금 거래를 금지했다. 이번 반출제한으로 입을 수 있는 관련 가축거래상인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희망하는 경우 수매와 함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AI 발생이 관리의 사각지대였던 소규모 농가에서 확산되고 있어 AI 전파 위험도가 높은 지자체 관내 100수 미만의 소규모 사육농가의 도태ㆍ수매 조치가 추진된다. 수매대상은 AI 발생 축종인 토종닭과 오골계이며, 계열화 사업체에 납품하는 농가는 제외된다. 10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책임지고 수매ㆍ도태하며, 100마리 이상 농가에 대해선 농식품부가 수매를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수매ㆍ비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6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축산업 허가 또는 등록하지 않아 AI에 취약한 가금농장에 대해 농식품부, 검역본부, 농협 등으로 구성된 중앙점검반 1차 점검을 진행하며, 향후 재래시장 등을 통해 소규모로 유통되는 오골계, 토종닭 등 특수가금 농가에 지자체별 전담 공무원 지정 및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번 고병원성 AI가 발생 즉시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통해 지연신고 농가의 벌칙과 제재 조치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AI 상황점검 및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AI 의심신고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말고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비상한 각오로 철저하고 선제적인 초기 방역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AI 발생지역 가금류가 다른 시ㆍ도로 반출되지 않도록 하고 전통시장이나 소규모 농가 등 방역 취약지역에 대한 축사소독, 수매나 도태 같은 AI 방역조치가 현장에서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AI 발생으로 계란과 닭고기 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7일 기준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5,886원으로 전일 대비 20원 하락했고, 계란가격도 22원 하락했다며 아직까진 가격에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 그러나 지난 8일 한 치킨프랜차이즈업체에서 기습적으로 20개 메뉴의 치킨 가격을 인상했고, 초복도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 적은 물량 공급에 가격이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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