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수급대책, ‘수입산 방출’…물가상승 주범인 양 호도

‘수박값 폭등’ ‘달걀값 폭등’ ‘양파값 폭등’...

수입개방으로 인해 국내 농축산물은 가격하락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언론이 농축산물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 최근 가뭄과 AI 등의 영향으로 일부 농축산물가격이 일시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 정부는 ‘서민밀착형 물가안정’을 이유로 해당 농축산물 보관물량을 방출하는 등의 가격 하향 안정대책으로 일관하면서 농업인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1일 농식품 수급안정대책 발표를 통해, 지난 3월이후 농축산물 가격 하향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최근 가뭄 등에 따라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결국 수급조절물량을 운용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계획인 것. 우선 채소류에서 양파는 시장심리 안정을 위해 생산자단체·저장업체 등에 원활한 출하 등을 협조요청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오를 경우 TRQ(저율할당관세물량) 잔량 6만3천톤을 조기 운용할 방침이다. 배추 14천500톤, 무 5천톤 등도 수급조절물량이 준비됐다고 밝혔다.

축산물의 경우 닭고기 추가 가격 상승시 정부와 민간 비축물량 총 8천톤을 공급 확대하고, 가격 상승으로 관심 품목인 계란은 태국산 수입에 이어 스페인, 뉴질랜드, 호주 등 계란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미국산 또한 추가 수입할 계획이다.

이같은 대책발표에 대한 농업계의 반발을 감안, 농식품부 박범수 유통소비정책관은 “농산물 가격을 특정연도와 비교하는 것은 해마다 가격 증폭이 크기 때문에 통계적 착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들이 농축산물을 물가상승 주범으로 몰지 말라는 당부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농식품부의 해명에도, 농업계에서는 물가상승 때마다 맨 먼저 농축산물을 ‘보여주기식’(Showing)으로 물량을 방출해 가격을 후려치는 정부의 일관된 방법이 잘못됐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그도 그럴것이 농축산물에 수산물까지 포함한 1차산업 품목은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전체 생활품목의 73개 7.8%로, 품목별로 세분하면 가중치는 더욱 낮아진다. 생활에서 소비부담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통신비는 품목수 6개 5.5%로, 농축수산물에 비해 가중치가 월등히 높다. 커피의 가중치는 2.3%이다. 이에 반해 우유·치즈·계란이 1.0%, 소·돼지·닭 등의 육류는 2.5% 등으로, 가중치를 따지면 물가상승 주요인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이미 개방을 겪으면서 농산물가격은 상승의 계기를 잃고 있고,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뭄 등으로 일부 품목이 지난해보다 올랐다는 비교평가를 통해 수입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는 것은, 더 이상 농업인들이 헤어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정부에서도 양파값이 60% 뛰었다고 하지만, 평년보다는 25% 높은 수준이고, 밭작물 전체적으로는 가뭄 피해가 미미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며 “소비자들이 가정경제에 부담이 될 정도로 2만원가격의 수박 한통을 매일 소비하는 일도 없을뿐더러, 아무리 ‘금배추’로 김치를 담그는 상황이더라도 소비성향을 감안할 때 물가안정의 타깃으로 삼을 만큼 막대한 부담요소인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 김원석 농업경제지주 대표이사는 언론기고를 통해 “농산물 가격을 비교할땐 평년 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농산물의 계절성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또 정보기술(IT) 강국에 맞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방식으로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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