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근본대책’ 지시 불구, 생산조정·식량원조·조기격리만 나열

내년도 농업예산에도 올해와 같이 쌀 변동직불금에 1조4천900억을 집중 편성하는 등, 쌀값이 20여년전 수준으로 폭락해도 대책없이 지낼 것이란 전망이다. 쌀대책과 관련 문재인대통령의 ‘근본대책’ 지시에도 조기격리, 식량원조, 생산조정제 등 이미 한계를 드러낸 정책들에만 예산이 짜여진 정부예산안이 지난 1일 국회로 넘어갔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농식품부 2018년도 예산 및 기금안 규모는 14조4천9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3억원 0.036% 늘었다. 총 정부예산이 지난해보다 7.1% 늘어난 429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농업예산 비중은 3.6%에서 3.3% 줄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분야별로는 농업·농촌 분야에 13조3천770억, 식품분야 6천739억, 기타분야에 4천43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겪으면서 축산 사육환경 개선과 가축질병 예방을 위한 상시 방역체계 구축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4천775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가금류 밀집 사육환경 개선, 위생시설 지원 등과 가금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가금산물 이력제 도입기반이 마련된다.

또 청년층 영농창업 활성화 및 농식품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지난해보다 11.7% 늘어난 1조2천528억이 투입됐다. 40세미만 1천500명 청년들의 영농창업 정착지원과 귀농창업자금 등으로 매월 최대 100만원씩 지원된다. 문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쌀수급안정대책에 ‘예산 집중’이 재발하면서 2년 연속 다른 사업 예산이 깎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올해 신규사업인 쌀 생산조정제 대상면적 5만ha에 1천368억원(340만원/ha), 쌀 식량원조 5만톤 460억원, 쌀 소비 마케팅과 유통 활성화에 208억원, 양곡관리비·매입비 1조892억원 등이 배정됐다.

특히 쌀 고정직불 8천90억원, 변동직불 1조4천900억원 등 쌀수급안정사업에 총 3조6천억 규모가 투입됐다. 농업예산의 25%에 달하는 비중이다. 전년도보다 2천74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상 최악의 쌀값 폭락을 기록한 올해를 기준으로 내년도 쌀산업 예산을 맞춘게 됐다. 생산조정제를 도입해도 쌀값 폭락이 충분히 예측된다는 가정이 깔린 예산책정이란 분석이다.

문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농식품부 핵심정책토의(업부보고)에서 쌀값 하락과 관련,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농촌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쏟아주기 바란다”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내년도 정부예산안 대로라면 새로운 쌀수급안정대책은 없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 쌀값이 정상화된다면 불용이거나 허수항목의 변동직불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공익형 직불, 논 타작물 재배 지원 등에 활용해 농정구조 개편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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