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기준 탕박으로 일시 전환…혼란 불가피

돼지 박피도축이 지난 11일부로 전면 중단됐다. 탕박등급제가 온전히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피도축이 중단됨에 따라 정산기준이 일시에 전환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부분 돼지가격은 박피가격을 기준으로 정산됐다. 그러나 전국 도매시장 14곳 중 6곳에서만 박피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박피물량이 전체 돼지 거래량의 2%정도에 불과해 가격의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또한 박피도축이 탕박도축에 비해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는 등 탕박도축에 대한 소비자단체의 요구가 제기됨에 따라 박피도축 중단에 힘을 보탰다.

이에 지난 2015년 7월 돼지고기 안정 및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돈협회와 농축협, 도축ㆍ유통업계는 ‘등급제 정산 정착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탕박등급제 정산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후속 논의를 이어왔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올 9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연말까지 모든 도축장에서 박피도축을 중단키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농협 음성ㆍ부천 축산물공판장은 지난 12월 11일부터 박피 도축을 중단한 것. 또 부경양돈농협의 김해축산물공판장과 경기 안양에 위치한 협신식품, 인천에 위치한 삼성식품 도축장이 박피 도축 중단과 박피 작업 라인 철거에 들어갔다.

박피경매가 이뤄져온 6개 도매시장 모두 박피도축을 중단하며 국내 박피경매는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이에 돼지가격 정산기준이 박피ㆍ생체중에서 탕박등급제로 일시에 전환된다.

그동안 한돈농가에서도 돈가안정과 한돈 품질 향상을 위해 탕박등급제로 정산제도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해왔다. 그러나 갑작스런 박피도축 전면 중단에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산방식 전환에 따른 혼란을 줄이고 안정적 등급제정산 정착을 위해 박피도축 중단을 보류해야 한다는 것.

한돈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박피도축 중단은 발전적인 등급제정산이 지연되고 육가공업체들이 요구하는 탕박지급률제만이 고착될 수 있기 때문에 등급제 정착 방안 마련과 농가계도를 위해 박피도축 중단 연장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최소한의 기간연장을 요청했으나 축산물처리협회와 육류유통수출협회 반대로 한돈농가의 요구가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또 한돈협회는 “돼지가격 정산기준 전환을 빌미로 등급제정산 전면시행을 뒷전으로 한 채 일부 지역에서는 육가공업체의 담합의심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탕박등급제 전환보다는 지급률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특히 탕박지급률 정산에서 박피지급율로 환산 시 67%에도 미치지 못하는 탕박지급율 75% 적용을 강요하는 퇴행적 시도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피도축 중단의 근본적인 이유는 기존의 박피작업이 위생상의 단점과 한돈의 품질향상을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등급제정산을 정착시키고자 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작금의 육가공업계의 탕박지급율제 고착시도는 현재 문제가 되었던 박피지급률제와 차이가 없어 전형적인 주객전도이자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퇴행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돈협회는 “도축ㆍ육가공업체들이 MOU 원칙대로 등급제 정산방식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탕박등급제 정산을 전면 실시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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