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는 “아직 시기상조” 의견 팽팽

돼지고기 ‘탕박등급제’ 도입 확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시급히 탕박등급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한돈농가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관련업계간에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향후 탕박등급제 정착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과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합리적인 돼지고기 가격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까지 돼지고기 시장은 99%가 탕박으로 거래됐음에도 탕박에 비해 더 비싸고 가격 진폭이 큰 1%의 박피 물량이 전체 돼지고기 시장 가격을 결정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도축장들이 위생ㆍ안전성을 문제로 박피 도축을 중단하면서 전면 탕박 방식으로 도축됨에 따라 탕박 가격만이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가격 정산방식이다. 현재 돼지고기는 대체로 생체중에 지육률과 탕박가격을 곱하는 방식인 ‘지급률제’로 정산되고 있다. 그런데 박피를 탕박으로 계산할 때 생산자인 양돈장들이 경제적 손실이 우려돼 도축 후의 지육중량에 등급별 탕박가격을 곱하는 ‘탕박등급제’ 정산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생산자와 관련업계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탕박등급제 도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건국대 최승철 교수는 “탕박도축 시행과 함께 부위별 등급별 돈육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정확한 가격에 의한 거래가 이뤄져야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거래과정에 만족할 수 있다”며 “또한 등급제 실행에 따라 품질에 따른 등급별 차등거래가 가능해져 육류의 고품질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새로운 등급제와 가격체계의 갑작스런 시장도입은 시장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며 “새로운 등급제와 가격체계를 확립한 후 시험적으로 일정기간 동안 현행 생체정산 방식과 혼합해 새로운 제도를 시험하고 수정ㆍ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한한돈협회 최성현 상무는 “올해부터 탕박 정산이 시작됐지만 등급제 정산을 위한 업계의 노력이 거의 없었다”며 “등급판정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등급제 정산을 미루는 것은 등급제 시행을 미루기 위한 핑계다. 육가공업체들이 선도적으로 등급제 정산 시행시기를 잡고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육류수출협회 이선우 국장은 “규격등급 등 등급판정기준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개선돼야 하나, 현재 추진 중인 등급제를 일정기간 시행해본 후 시뮬레이션이나 의견수렴을 거쳐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면서 “또한 탕박등급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육가공업체와 농가에 대한 등급제의 필요성 등 사전 지도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축산물처리협회 이정희 부회장은 “돼지 등급제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등급제 정산은 시기상조”라며 “세계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등급제를 도입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송태복 축산경영과장은 “소비자도 탕박 등급제 정산에는 공감할 것이나 지급률과 등급제 정산이 동시에 농장과 업체별로 개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모두가 등급제 정산으로 가는 것이 힘든 여건”이라며 “등급제가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며, 협회에서도 자구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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