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논산시 ‘딸기아줌마’ 남기순 대표

새콤달콤한 맛과 상큼한 향기, 새빨간 색깔이 매혹적인 딸기의 계절이 왔다.
딸기 출하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딸기 생산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충청남도 논산시에서도 딸기 수확이 한창이다. ‘딸기아줌마’ 남기순 대표 역시 맛있는 딸기를 신선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 대표는 딸기 재배의 규모화, 친환경 무농약 재배, 딸기체험 등을 선도적으로 실행하며 논산의 수많은 딸기농가 중에서도 선도농업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딸기 수확에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남 대표를 만나 딸기와 함께한 20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딸기 재배 규모화해 수익창출

충청남도 논산시 광석면에 위치한 ‘딸기아줌마’의 남기순 대표를 찾았다. 수확한 딸기를 선별하는데 그녀의 손이 바삐 움직인다. 딸기 선별장에는 봄 햇살 가득 머금은 탐스러운 딸기가 한가득 놓여 있었고, 향긋한 딸기내음이 먼저 반겼다.

남 대표는 딸기농사만 20년차인 베테랑 여성농업인이다. 지금이야 지역에서 알아주는 선도농업인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20여년 전에 그녀는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남 대표가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논산에 정착한 것은 지난 1996년. 복잡한 도시를 떠나 마음 편히 살아보자며 농촌에 새터전을 잡고 정착했다. 논산에서 딸기 농사를 짓던 친정아버지 일을 도우며 농촌살이에 적응하던 중 딸기의 매력에 푹 빠져 그녀는 본격적으로 딸기농장을 운영하게 됐다.

남 대표가 딸기농장을 운영하며 가장 처음 시도했던 것이 ‘규모화’였다. 지금이야 규모화된 딸기농장이 많지만, 그녀가 딸기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딸기농사는 대부분 소규모로 재배했다. 워낙 수작업이 많은 작목이라 규모화 했었을 때 인건비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6천평의 규모로 딸기농사를 지었는데, 주변의 시선이 그리 곱진 않았어요. 다들 인건비 빼면 남는 것이 뭐가 있냐며 손가락질했죠. 그래도 인건비가 나가더라도 그만큼 규모를 많이 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규모화를 밀고나갔어요. 1년 뒤에 수익을 계산했을 땐 제 생각이 맞다는 것이 입증됐고, 주변 농가에서도 점점 규모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색다른 체험 발굴…체험객 만족도 높여

대표의 도전은 계속됐다. “똑같이 딸기를 재배해도 남들과 다르게 하자”는 신념으로 친환경 딸기 재배를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야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졌지만, 제가 친환경을 도입했을 당시에는 친환경이란 말이 나오기도 전이었어요. 워낙 딸기가 예민한데 친환경으로 한다고 하니, 이번에도 주변농가에서는 농사도 모르는 사람들이 쓸데없는데 돈쓰고 힘쓴다고 비웃었죠. 그래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전달한다는 생각으로 친환경 무농약 농법을 도입했습니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며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강조하기 위해 체험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딸기를 따 먹을 수 있는 수확체험 위주로 체험을 진행했다. 체험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딸기체험은 입소문이 퍼지며 점차 체험객 수가 늘어났고, 매년 찾아오는 단골 체험객들도 많아졌다.

남 대표는 매년 찾아오는 체험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체험객이 농장에서 딴 딸기로 딸기주스를 만들어줬다. 또 여기서 멈추지 않고 딸기잼, 딸기 고추장, 딸기 인절미 등을 선보였다. 해마다 찾아오는 체험객들에게 색다르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특히 딸기아줌마의 점심메뉴인 딸기고추장을 넣어 만든 ‘딸기고추장 비빔밥’이 체험객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며 지난해 9천여명의 체험객이 다녀갈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삶 만족해요”

남 대표는 현재 3천여평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이전보다 절반가까이 줄인 것이다. 나이가 들며 힘에 붙이는 것도 있지만, 농촌에는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진 탓이 크다.
또 체험농장이 많아지고 다양화되면서 높아진 체험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도 그녀에겐 늘 큰 숙제다.

그래도 남 대표에겐 희망은 있다. 그녀의 막내아들이 딸기농장을 함께 꾸려가겠다고 나선 것.

“세 명의 아들이 모두 어릴 적부터 주말이면 딸기농사를 도우며 컸어요. 그 중에서도 막내아들이 가장 열심히 일을 도왔죠. 그래서 진로를 선택할 때 함께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것을 제안했는데, 아들이 흔쾌히 받아 들였고 한국농수산대 채소과에 진학해 영농후계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여성농업인이 된 것을 후회한 적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한다.
“농촌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남편 또래의 중년남성들이 퇴직 후의 생활을 고민하는데, 농업은 정년 없어 내가 원할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10년 뒤에도 힘이 닿는다면 딸기농사를 짓고 있겠죠? 그때는 아들에게 농사일을 많이 넘겨주고 저는 그간 농촌에서 살면서 있었던 겪었던 소소한 일상들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요. 제가 이루고 싶은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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