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높은 무역의존도 때문… 상반기 내 결정”

정부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여부를 다시 타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CPTPP는 기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CPTPP에 가입하면 안정적인 해외시장 확장과, 경쟁력 확보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쌀, 쇠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 시장을 같이 개방한다는 의미여서 한미FTA개정협상과 연계돼 농업계에 파란이 예상된다.

TPP는 지난해 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탈퇴선언으로, 나머지 11개국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명칭을 바꿔 지난 8일 공식 조인식을 가졌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CPTPP 가입여부를 올해 상반기 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조건부 CPTPP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도 다시 가입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배경이 조성됐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더 나은 협상’을 조건으로 TPP 가입 협상에 임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 또한 3월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투자설명회에서 “TPP 복귀에 대해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TPP 탈퇴 선언 이후, 농축산업계의 TPP 복귀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지지층인 농업계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 또한 TPP 재가입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의 CPTPP 가입 검토는 추진력을 더할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정부의 의중에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할 관세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에 대한 조정 잣대로 CP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뜻을 세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막대한 농업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CPTPP는 기존 TPP 협정문의 95%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협정문은 지식재산권 등 회원국들의 민감한 조항들에 대해 관세철폐를 미루거나, 미국의 참여를 의식한 조항들을 남겨둔 수준에서 조인식을 마쳤다. 미국이 가입했을 당시 TPP 협정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후발주자로 가입의사를 공표했을때 우려했던, 쌀을 비롯한 주요농산물 양허제외 품목이 사라질 수도 있는 점, 수출국들의 유전자조작농산물(GMO)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장치,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기업 우대금지’ 사항 등이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공기업 우대금지 사항의 경우 ‘정부의 직·간접적 소유 또는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규정하고있다. 이를 우리나라 농업현실에 대입하면, 해석 여하에 따라 농협중앙회, 지역별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한 농업보호 내지 농업지원정책 등이 CPTPP 협정문에 위배 돼 통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정부의 농업지원정책 마저 무너질 공산이 큰 것이다.

또한 일본 주도의 CPTPP는 미국이 탈퇴했을 당시, 회원국들의 추가 탈퇴를 막기 위해 일본 쌀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강수를 썼다. 우리나라가 CPTPP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할 경우, 기존 회원국들의 협정문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터라, 그동안 TRQ(관세율할당물량)으로 묶고 양허예외를 지켜가던 쌀시장을 완전히 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결국 CPTPP에 가입하겠다는 결정이 나오면, 주요 농산물에 대해 양허제외 품목으로 구분하겠다던 우리 정부의 대국민 공약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게 농업계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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