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을 비롯한 생활 양상의 서구화 추세로 유방암 및 자궁내막암의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 인식의 변화로 정기적인 자궁암 검진을 받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발생빈도가 줄어드는 추세이나, 아직 자궁경부암은 전체 부인암의 약 22%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부인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암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여성에게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흔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의 발생연령은 범위가 넓어서 20세에서 70세 사이에 나타날 수 있으며 자주 발생하는 연령은 45세에서 55세 사이이다.

고위험군 HDV 감염이 성생활의 시작과 함께 10-20대에 발생해 상피이형성증은 10년 후, 자궁경부암은 40-50대에 최대 발생하는 만큼 주기적 반복적 자궁경부 세포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02년 한국 중앙 암등록사업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02년 한 해에 3,979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등 서구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높은 발생률이다. 여성에게 발생하는 전체 악성 종양 중 자궁경부암은 9.1%로, 유방암,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에 40대가 29.3%로 가장 많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연보에 의하면 2005년 암으로 사망한 여자는 총 2만4,104명이다. 이 중 자궁경부암은 1,067명으로 4.4%(여성에서 10대암의 사망률 중 8위)를 차지했다.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려 자궁경부암에 대해 김병기(金秉基)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상세한 조언을 구했다.


자궁의 위치·구조·기능

자궁은 서양배 모양의 근육기관으로 진골반 안에 있고, 자궁의 앞쪽에는 방광, 뒤쪽에는 직장이 있다. 자궁의 크기는 임신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란 크기(상하가 약 7cm, 좌우가 약 4cm) 정도이며, 두꺼운 근육으로 이루어진 장기로서, 자궁의 하부 1/3을 자궁경부, 상부 2/3를 자궁체부라고 한다.

자궁을 세로로 절개해 보면 가장 바깥쪽에 자궁장막이라는 얇은 막이 있고 그 안쪽에 평활근으로 이루어진 두터운 자궁근층이 있다. 다음에 그것과 이어진 형태로 자궁 내막이라는 부드러운 조직이 있다.
자궁 경부는 자궁의 제일 아래쪽에 위치해 바깥쪽으로 질과 연결되어 있으며, 주로 근육조직으로 되어 있는 자궁체부에 비해 좀 더 신축성 있는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자궁은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자궁 안에서 수정된 난자가 착상해 40주 동안 이곳에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으며 자라게 되고 40주가 되면 자궁 근육의 수축 작용에 의해서 태아를 출산하게 된다.


자궁경부암이란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이 암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며 암이 되기 이전인 전암단계를 상당 기간동안 거친다.
자궁경부 표면의 정상 상피세포에서 시작해 미세한 현미경학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자궁경부 상피내이형성증(정상조직과 암조직의 중간)을 거쳐, 상피내에만 암세포가 존재하는 자궁경부상피내암(자궁경부암 0기)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도 발견해 치료하지 못하면 다시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정상 상피세포에서 침윤암이 되는 과정은 수년 내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자궁경부암의 암화과정

상피내암이란 암세포가 상피에는 존재하나 기저막까지는 침범이 되지 않은 상태로, 암 병기로는 0기암으로 표시한다. 상피란 우리 몸의 가장 바깥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이다. 피부나 우리 몸의 각 장기 모두 가장 바깥층에 상피가 위치하고 그 아래 부분에 기질이 위치하는데 이 상피와 기질 사이의 경계를 형성하는 부분을 기저막이라 한다. 기저막을 침범한 경우를 침윤성 암으로 분류한다.


자궁경부암의 일반적 증상

초기에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증상이 전혀 없으며, 대부분 진행된 후에 증상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비정상적 질출혈이다. 암 세포들이 종괴를 형성하면 이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분포가 많아지고 이곳에서 출혈이 있다. 비정상적인 질출혈이란 폐경기 이후에 출혈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폐경 이전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출혈이다.

이러한 출혈은 성관계 후, 심한 운동 후, 대변을 볼 때, 질세척 후에 많이 나타날 수 있다. 폐경 이전의 여성에서는 생리량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생리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행된 암이 있는 경우에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암덩어리가 2차적으로 감염되거나 암 덩어리 자체에 괴사가 생기면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생겨 질 분비물이 증가한다.

골반통, 요등 등 자궁경부암이 상당히 진행돼 주위 장기를 침윤하면 요관이 패쇄되어 신장이 부어 허리가 아프거나 골반 좌골신경이 침범돼 하지 방사통이 있을 수 있다. 방광, 직장으로 전이된 경우에는 배뇨곤란, 혈뇨, 직장출혈, 변비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체중 감소는 자궁경부암이 진행된 단계에서 나타난다.


자궁경부암의 진단방법

자궁경부암 검사 방법은 크게 실제로 암이 맞는지 확인하는 조직검사와 암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병기 설정 검사로 나눌 수 있다.
진찰은 자궁경부암이 질, 골반, 방광, 직장 등으로 침범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다. 내진과 자궁경부질세포검사를 통해 자궁경부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다.

자궁경부질세포검사= 보통 팝스미어(pap smear)라고 불리는 이 검사는 세포 채취용 솔로 자궁경부와 질세포를 채취해 유리 슬라이드에 펴 발라서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법이다. 세포검사는 위음성률이 높다는 단점이 있으나, 비교적 간단하고 통증이 없으며 가격이 저렴한 매우 좋은 검사이므로 자궁경부암의 조기검진에서 사용되고 있다.

질확대경검사= 자궁경부질세포검사나 육안 관찰에서 이상이 있을 경우 질확대경검사(Colposcopy)를 시행한다. 이는 자궁경부의 비정상 부위를 질확대경으로 확대해 자세히 보는 것이다. 외래 진료실에서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으며, 필요한 부위의 조직검사를 동시에 시행할 수도 있다.

조직검사는 자궁경부에서 작은 조직을 떼어내어 염색한 후 현미경으로 조직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상의 검사를 시행해도 암세포가 자궁경부의 표피에만 있는지, 기저막을 뚫고 더 깊이 침범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면 원추절제술을 할 수도 있다.

원추절제술은 방법에 따라 메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최근에는 출혈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류가 흐르는 루프(Loop)를 이용하는 환상투열요법이라는 방법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진행단계

자궁경부암의 병기는 크게 1기부터 4기까지 나뉜다. 0기는 상피 내에만 암세포가 존재하는 경우로 상피내암이라고도 하며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기 때문에 암의 분류에 속하지 않는다. 1기는 암이 자궁경부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다른 부위로 퍼지지 않은 경우, 2기는 병변이 자궁경부를 벗어났으나 골반벽으로까지는 퍼지지 않았으며, 질벽 상부 2/3까지 침윤한 경우, 또는 자궁 옆 결합 조직에 침윤된 경우, 3기는 병변이 질의 하부 1/3까지 침윤되거나 골반벽 침윤 또는 요관침윤으로 신장이 부은 경우, 4기는 병변이 주변 장기(방광이나 직장점막)를 침범하거나 원격전이가 된 경우를 말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주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에 관하여는 최근의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의하면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 HPV)의 감염이 주된 원인 인자로 인정됨에는 이견이 없다. 모든 HPV 감염이 곧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16, 18 아형 등의 일부 HPV 감염은 자궁경부암 및 자궁경부암의 전암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종양 및 상피내암의 발생에 중요한 원인 인자로 인식되고 있다.


성생활 상대 많으면 ‘위험’

따라서 자궁경부암에 이환될 위험성은 고위험성 HPV 감염이 일어나기 쉬운 상황에서 증가된다. 그 동안의 역학 조사에 의하면 16세 이전의 조기 성경험자, 성생활의 상대자가 많은 경우(예; 윤락 여성), 다산 여성 등의 성접촉과 관련된 생활 양상이나, 흡연, 비타민 A, C, 엽산 등 일부 영양소 결핍, 개인위생이 불량하거나 의료혜택이 결여된 저소득 계층에서, 지역적으로는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 서구에 비해 발생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성생활의 상대자가 많은 경우에 자궁경부암의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여성 자신의 문제도 포함되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여성의 성생활 배우자 수는 1, 2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남성 배우자의 성생활 형태와도 상당한 부분이 연관되리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의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 인자들을 이해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발암 위험 인자

자궁경부암 위험인자는 △30대 이후의 여성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또는 아시아 같은 지역 △저소득계층 △흑인, 히스페닉 혹은 아메니칸 인디언 △경산부 △16세 이전의 성경험자 △성적 상대가 많은 사람 △인유두종 바이러스 특히 16,18아형이 발견된 경우 △장기 흡연자 △이전에 규칙적인 암 검를 하지 않은 사람 △비타민 A,C 엽산염이 부족한 사람 등이다.


정기 검진으로 초기진압

한편 자궁경부암은 비교적 긴 전암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다. 따라서 비정상 질 분비물이나 성교후 질출혈 등의 자각 증상이 없을 지라도 위험 요인에 따라 6개월 - 1년 주기로 정기적인 검진을 시행하는 것은, 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진단하고 치료해 궁극적으로 자궁경부암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전암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암, 상피내종양의 경우에는 원추절제술, 환상투열요법 등의 비교적 간단한 보존적 수술이나 냉동치료, 레이저 소작술 등으로 대개의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단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아주 초기인 미세침윤암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광범위한 수술 및 방사선 치료에 따른 합병증, 재발 가능성에 따른 불안 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전암 또는 초기암 단계에서의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돼야 한다.


근본 치료원칙은 수술과 방사선요법

수술요법은 단순히 자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자궁방(자궁에서 골반벽 및 기저부에 이르는 자궁 주변조직), 질상부 1/3을 포함한 근치적 광범위 자궁적출술과 골반 및 부대동맥 임파절 절제술을 포함한다. 병소 부위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이를 토대로 암세포의 주위 조직 및 임파절로의 파급 여부 등을 규명해 차후 치료방침 설정 및 예후 판정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과, 젊은 여성에서 난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반면에 광범위한 수술에 따른 출혈, 장시간의 마취 유도로 전신상태가 불량한 고령의 환자나 내과적 합병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시술이 부담된다. 또 암기가 IIb를 넘어선 경우에는 시술이 곤란하고 수술 시 방광, 요관, 직장, 대혈관 등 주위 장기의 손상 위험성과 수술 후 배뇨 및 배변장애, 하지의 임파부종 및 골반강 내 임파낭종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수술기법의 발달에 따라 최근에는 일부 환자들에서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을 시도해 개복수술로 인한 동통, 장기 입원, 장기간 배뇨장애 등 합병증을 줄이는 성과를 보이고도 있다.

방사선요법은 병소부위를 포함한 임파절 전이 가능한 부위에 고단위의 방사선을 조사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로서 수술 요법이 가지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향상된 치료 기법에도 불구하고 방사선 치료에 반응 않는 암세포의 존재로 인한 치료 실패, 젊은 여성에서 난소 기능의 상실, 방사선에 의한 방광염, 대장염으로 인한 배뇨 및 배변장애, 십 수년 후 방사선에 의한 이차성 암의 발생 위험 등의 단점도 있다.

근래에는 수술이나 방사선요법 같은 근본적인 치료를 시도하기 전에 다양한 약제를 사용한 선행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는 치료에 반응하는 경우, 암 종괴의 부피를 줄여 암기를 낮춤으로서 최초 IIb 이상 이었던 진행된 환자에서도 수술 요법의 적용이 가능케 하며, 미세 임파절 전이를 제어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자궁경부암 치료에 있어서 다원적인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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