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은 대기업 등 사회적으로 촉망받는 집단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아무래도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보니 경제적 궁핍함을 넘어서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대물림’의 기본 전제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흔히들 농업 분야는 열악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가업승계농이 전무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도시에서 멋들어지게 직장 생활을 하는 자식들을 당당하게 농촌으로 불러들여 대를 잇게 하는 가업승계농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업승계농은 단순히 소득의 높고 낮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승계농 비율이 1% 높아지면 신규로 1만 농가를 확보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은 가업승계농의 준비, 성숙, 확산의 프로세스 3단계별 맞춤형 교육 및 기술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승계농의 추진역량을 키우고 그에 따른 안정적인 소득으로 성공적인 경영이양은 물론 농업농촌의 지속적인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가업승계농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4곳의 가업승계농 스토리를 소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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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군 가야읍에 자리 잡고 있는 동동바구농장(대표 정경숙)은 아들 이상엽 군이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농장으로 내려오면서 왕성한 활기를 띄고 있다. 이상엽 군의 공식 직함은 동동바구농장 유통마케팅 실장이다.

‘동동바구’란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지명이며 홍수가 날 때 주변은 모두 물에 잠기고 동네 앞 큰 바위만 동동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부쳐진 이름이다.

동동바구농장은 1977년부터 지금까지 대를 이어오면서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블루베리와 다육식물, 녹용을 1차로 생산하고 블루베리를 이용한 2차 제조 가공 등을 꾸리고 있다. 2016년 이상엽 실장이 대를 잇겠다고 농장으로 돌아온 후 농장은 거센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도시민의 삶 접고 농업인 선택

이 실장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사회적 기업, 외국계 기업 등을 다녔던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부터인지 직장 생활을 하면 할수록 미래가 보이지 않고 암울한만 밀려왔다. 급기야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그저 고향에서 쉬다보면 재충전의 시간이 될 것이라 여기고 남는 시간 틈틈이 부모님 일손을 도우미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배웠다. 어느 순간에는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느끼게 됐고 농촌에서도 충분히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때 부모님께 더 이상 도시로 돌아가지 않고 청년 농업인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극구 반대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은 농촌에서도 희망을 품고 부지런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해주셨다. 그렇게 이 실장은 2016년 청년 농업인으로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

 젊은 혈기 앞세우다 부모님과 마찰

막상 농업인의 삶을 선택하고 보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답답한 마음에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군청을 찾아가 귀농·귀촌과 관련된 교육은 빠짐없이 찾아 다녔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니었다. 은퇴자나 고령자들이 농촌에서 노후를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 등이 교육 내용의 전부였다. 청년농업인이 농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초 그의 계획은 아버지의 노하우와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형태의 농장을 꾸리고 싶었다. 넘치는 의욕으로 단기간에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자신이 있었지만 조급함을 없애고 농사꾼이 배워야 하는 자세 등을 우선 습득하고 계획한 것을 실천에 옮기라는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그는 우선 부모님의 노하우부터 전수받기에 주력했다.

매일 새벽부터 밤늦도록 농부가 됐다. 그러다 문뜩 이렇게 하면 편할 텐데 라는 생각에 부모님께 제안하다 혼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40여년을 부모님의 방식대로 농사를 지어왔는데 새내기 농부가 제안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가 제안한 것은 단순히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생산된 자원, 생산되기 전 과정을 체험 등을 접목해 수익을 창출하자는 것이었다. 단순히 생산해서 판매하는 방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곧 실천으로 옮겨졌다.

 소비자와 새로운 형태의 공감, 수익창출

동동바구농장의 주력은 블루베리와 다육식물이다. 농장규모는 2만여평에 달한다. 그는 우선 농산물 수확체험에 많은 비중을 두고 추진했다. 또 부모님께서 40년간 가꾸어온 농장에 그의 생각과 노력을 통해 농장이 단순하게 1차 농산물을 생산하는 공간을 넘어서 정서적 치유의 공간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농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것과 동시에 농업의 색다른 측면을 보여주면서 농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자체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출하해 수익을 내는 전형적인 형태의 농업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스스로 농장을 찾고 그들에게 새로운 체험, 농업의 신선함을 제공해 농업의 다양한 공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단순히 남들 다하는 체험농장을 운영해서는 당장 수익성을 내는 것보다는 10년후, 20년후를 내다보고 소비자들과 농업이란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동동바구농장을 꾸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의 노력은 결실로 맺었다. 청년농업인 3년차에 농장을 스스로 찾는 소비자들의 수가 3천명을 넘어서더니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청년농업인 소통 강화

그는 아무리 바빠도 전국의 다양한 청년농업인들을 만나며 교류를 강화하는데 소홀함이 없다. 특히 청년농업인연합회라는 채널을 통해 도시 지역의 장터에도 참여하고 농업정책포럼에도 참여하는 등 교류를 통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도 하고 농업과 농촌사회 발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려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교육이 부실한 상황에서 이들이 도시로 돌아가지 않고 농촌에 정착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청년농업인끼리 소통을 강화하고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 농업의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난 과거와 같이 기성 농업인들을 위한 획일적인 교육을 청년농업인들에게 강요해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절실한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교육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래야 농촌에 청년농업인들의 바람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청년농업인 육성 시스템 마련 ‘절실’

청년농업인 3년차에 접어든 그는 현재까지 대만족이다. 농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추호도 없다. 마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오히려 왜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농업이라는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는지에 대한 후회만 있단다.

“아직 초보 농부지만 현재 농촌사회는 수많은 어려움과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농촌의 고령화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고 젊은 농부들의 유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부모님의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새로운 농촌을 만들어가는 승계농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농업농촌의 힘듬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전국 각지에서 부지런하게 농업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내 농업농촌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요동칠 날이 반드시 온단다. 

“정부나 지자체는 농업의 미래를 짊어진 청년농업인들의 양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청년농업인들은 기성세대 농업과 다른 형태의 농업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결국 현실로 반영된다면 우리 농업은 또다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청년농업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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