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아름다움의 부래미마을 ‘벤치마킹’의 표준

  
 
  
 
전국 곳곳에서 ‘부자 농촌, 부자 농업인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 바람을 타고 있다. 부자 농촌과 농업인 만들기는 생소한 이야기도, 사실 거창한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보다 좀 더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농촌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준비한 농촌과 농업인들은 여지없이 성공한 마을이 됐다. 또 지금도 현장에서는 많은 농업인들이 자신들의 작목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신문에서는 부자 농촌, 부자 농업인 만들기에 성공한 전국의 농촌과 농업인들을 하나씩 소개 한다. 이들은 모두 끊임없는 노력과 창의력 행동지침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부래미(富來美).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이 찾아온다는 뜻을 가진 경기도 이천의 부래미 마을은 입구에서 들어서면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사람도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처럼 마을도 이름을 따라 가는 것일까? 마을 주민 다해서 30세대에 70여명이 살고 있고, 아무리 둘러봐도 논과 밭, 그리고 습지 주변에 어우러진 갈대숲이 전부인 조그만 마을. 이 마을은 불과 4년 전만 해도 보잘 것 없는 가난한 농촌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허나 지금은 월 평균 2천여명이 다녀가고, 연간 2만명이 다녀가는 등 국제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신적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으로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는 품격 높은 부자마을이라는 마을 이름에 걸맞다. 마을 주민들 역시 마을 이름처럼 훈훈한 농심(農心)이 그리운 도시민에게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마을로 가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작은 시골 마을의 매력은 뭘까?

슬로우~ 슬로우~ 퀵퀵

“슬로우~ 슬로우~ 퀵퀵!” 댄스 스포츠의 기본스텝이 아니다. 슬로우는 부래미 마을사람들의 컨셉이다. 부래미 마을 사람들은 모두 여유롭고 친환경적이다. 오죽하면 먹을거리 체험관도 ‘슬로우 푸드 체험관’이고, 경기도가 지정하는 ‘슬로우 푸드’마을로도 지정받았을까.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통나무로된 안내문이다. 이어 ‘그린스쿨’이라는 커다란 팻말을 머리위로 지나치면서 교육관으로 들어서게 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린스쿨은 2003년 11월 주민들이 합심해 완성한 100평 규모의 통나무 체험교육관으로 지금 부래미 마을의 농촌관광을 이끄는 공간이다.

교육관을 짓는데 5억원 가량이 들었지만 2003년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받은 2억원과 농림부의 마을 가꾸기사업 등으로 받은 8천만원 외에는 모두 주민들이 해결했다. 땅은 마을 터를 무상으로 사용했고, 인건비는 주민들의 일손으로 채웠다. 마을을 알리기 위한 브랜드 홍보와 함께 상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주민들이 농촌문화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한 바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누구하나 발길이 닿지 않던 이 작은 시골마을에 지난 4년간 다녀간 사람들은 주민들의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마을 모습에 마음이 넉넉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부래미 마을의 홍보담당 ‘마당쇠’ 고경필씨는 “부래미 마을 주민들은 사업초기부터 지금까지 6년동안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마을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 그대로가 가장 큰 무기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체험관과 교육장을 운영하는 것이 부래미 마을의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다. 먼저 눈에 띠는 것이 농기계 전시관이다. 농기계 전시관에서 아이들은 옛날에 사용하던 농사기구를 직접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다. 농업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마을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습지생태공원도 자랑거리다. 2천여평 규모의 생태공원은 20년 전에는 농사를 짓는 땅이었다. 그러나 물이 항상 고여 있어 유휴지가 됐다. 농사를 짓던 땅을 몇년 묵혀놨더니 갈대가 우거지고 새들과 곤충이 찾아와 자연스럽게 습지생태공원으로 변했다. 습지생태공원의 500여미터에 이르는 나무통로는 가족, 연인들의 산책코스로 적합하다.

저수지의 다양한 우렁이를 보는 것도 코스의 하나다. 부래미 마을은 오리농법 등 유기농사를 짓고 있어 1급수의 깨끗한 물이 담긴 저수지를 갖추고 있다. 우렁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자란 자연식 우렁이는 시중에 나와 있는 양식 우렁이 보다 맛이 훨씬 쫄깃쫄깃하여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이 더욱 좋다.

모방이나 가공보다 전통 살려

부래미 마을은 지난 2004년에 정보화마을로 지정 돼 운영되고 있다.
고경필씨는 “정보화 마을 지정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을 주민의 90%이상이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다”면서 “그 결과 주민들은 컴퓨터를 통해 체험이면 체험, 민박이면 민박 등 쳇바퀴 굴러가듯 각자 분야에서 자기 역할을 다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내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주민들은 누구라도 마을전체의 운영상황을 항상 체크할 수 있다.

이 같은 고객만족도 실현을 위해 마을주민들 스스로 학습열기도 뜨겁다. 성공한 농촌마을의 지도자들을 초빙해 수차례의 강의를 듣는가 하면 농한기를 이용 짚공예와 사물놀이 등 전통문화를 배우고 있다.
부래미 마을은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돼 일주일에 2개 이상의단체가 찾아와 마을을 둘러본다. 중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부래미 마을을 찾는다고 한다.

보잘 것 없는 가난한 농촌마을에서 성수기에는 월 2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부자마을로 거듭난 부래미 마을은 모방이나 가공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다. 도시민들이 원하는 맥을 간파해 도농교류의 물꼬를 트는데 성공한 사례다. 가난한 마을일때도, 부자 마을로 가고 있는 지금도 늘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부래미 마을 주민들이 보여주는 순박함과 성실함으로 이룬 성공사례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우리나라 농촌의 나갈 방향 중 하나를 보여준다.
확실한 투자마인드, 확실한 마을기금

부래미 마을 주민들은 마을 운영 프로그램 기획, 운영방향에 대한 차별화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마을의 경영 규모가 커지면서 단순히 농사체험, 문화체험, 먹을거리 체험, 놀이체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래미 마을은 공동운영과 개별운영을 혼합한 독특한 운영형태를 갖고 있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체험마을에 참여하고자 하는 도시민들의 예약을 받는다. 그 후 마을의 해당 주민과 연계시키고 10%가량의 수수료를 마을 기금과 운영비용을 적립해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90%의 체험 및 민박수입은 해당농가에 돌아간다. 마을운영기금은 시설 관리비용, 인건비 재료비, 홍보비, 마케팅비, 보험료 등에 들어간다. 나머지는 마을기금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투자 마인드가 확실하다.

고경필씨는 “자금이 없으면 시장개척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마을의 자생력을 위해서도 마을기금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래미 마을의 앞으로 계획은 전문인력을 영입해 마을 경영에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마을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농사와 경영을 겸하는 마을주민들은 점차 한계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고경필씨는 “마을이 앞으로 더 규모가 커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마을과 마을 주민들의 순수한 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부터는 마을의 내실을 다지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도시민들이 단 하루를 쉬고 가더라도 내 집처럼 쉬고 갈 수 있도록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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