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2년간 국제곡물가가 가파르게 상승세를 지속하자 우리나라는 현재 애그플레이션(농산물로 인한 물가상승)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현상은 2009년에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나 높은 곡물가 유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계임 연구원을 만나 한국인의 식품소비 트랜드 분석을 듣고 농업인들의 항로를 모색했다.

향후 식품소비지출 트렌드로서 외식 비중의 확대 경향은 다소 둔화되지만 증가추세를 지속할 것이다. 몸에 좋은 식품류와 친환경제품 등을 선호하는 건강중시 경향, 고급화와 기호식품소비 증가로 나타나는 맛 지향 현상, 세척·절단제품과 배달서비스 등이 증가하는 간편성 추구 경향, 채소·과일·가공식품 등에서 다양성 제고 추세, 외식시장의 전문성 경향 등의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다. 영양 섭취 및 식생활 트렌드로서는 동물성 식품 및 지방 섭취 증가, 계층별 영양섭취 격차 확대, 불규칙적인 식생활 경향, 주부 정보 활용도 증가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식,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쌀 순 섭취...
지출비율 증가세

최근 국내 식품소비의 두드러진 특징은 가구의 외식 지출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1990년만 하더라도 가정 내 곡류 및 빵류 지출액 점유율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06년에는 46%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연령계층이 낮을수록 외식 지출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주요 외식부문 섭취비율은 쌀 29.4%, 쇠고기 35.4%, 돼지고기 39.6%, 닭고기 30.2%, 한우 8.4%로 분석되었다. 외식을 제외한 가정 내 소비의 경우 곡류 및 식빵, 육류, 어패류, 유지 및 조미료 등 주식용으로 소비되거나 주식과 보완재로 소비되는 식품류는 지출비중이 감소 내지 정체하는 추세다. 반면 과일류, 빵 및 과자류, 차·음료·주류, 기타식료품, 외식 등 기호식품의 성격을 갖거나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식품류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일본 28.7%, 미국 44.4%보다
외식지출비 높다

국내의 외식 지출비중은 1990년 20%에서 2006년 46%까지 증가해 일본의 28.7%(2006년, 중식 포함), 미국의 44.4%(2005년) 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가정 내 식품류별 지출 변화에서는 일본의 유지·조미료 비율 증가와 과일류 비율 감소 현상, 미국의 적색육 소비감소와 곡류 소비증가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식지출의 경우 55~59세를 정점으로 증가하다 감소하는 역U자 형태를 보였으며,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선호가 높은 편이었다. 식품류별로는 고령화될수록 곡물가공품, 차와 음료, 주류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요건은 건강, 고급, 간편, 다양화 ‘패턴’

가정 내 식품소비행태 분석에는 서울지역 거주 621가구의 주부, 외식 소비행태분석에서는 36개 외식업체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주요 식품 구입패턴은 건강지향, 고급화, 다양화, 간편화, 합리화로 도출되었다. 가격과 건강 지향은 60세 이상 연령층이 다수이며, 다양화와 간편화 지향에서 고소득계층의 비율이 높았다. 가격지향과 다양화 지향에서 매일 식품을 구입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간편화 지향에서는 주 1회 구입비율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쌀, 소포장과 저가 고가 양극화

쌀은 소포장 단위 소비가 증가하고, 저가 및 고가 쌀의 소비비중이 확대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외식·급식업체와 저소득계층의 저가 쌀 수요가 확대된 반면, 고소득계층을 중심으로 고가 쌀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육류 중 쇠고기의 경우 등급별·부위별 가격격차가 확대되고 1등급 출현율도 1998년 15.3%에서 2006년 44.5%로 3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고품질 차별화 특징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돼지고기(50.7%)나 닭고기(33.6%)를 쇠고기와 차별화된 맛 때문에 구입하고 있었다. 닭고기(30.9%)는 영양가가 높아서 구입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적색육(쇠고기, 돼지고기) 구입빈도가 감소해 쇠고기의 주 1회 이상 섭취비율이 1998년 48.8%에서 2005년 30.8%로 감소했다. 또한 가계의 육류 지출액 중에서 육가공품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에는 증가추세를 보여 왔으나 1990년대 이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채소류 구입 76%, 국민절반 매일 과일 섭취

채소류의 경우 친환경인증제품을 구입하는 비율(76.1%)이 높게 나타났다. 양채류 소비도 빠르게 확대됐다. 현재는 벌크형태 구입(82.6%)이 많으나 포장 및 세척·절단제품의 경우 주부 연령층이 낮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수요가 증가했다.

과일은 가정 내 소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한 식품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매일 과일을 먹으며, 약 70%는 주 4회 이상 과일을 먹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친환경인증제품을 가끔 또는 자주 구입하는 소비자가 72.3%로 높았으며, 몸에 좋다고 알려진 토마토(9.2%), 바나나(5.4%), 복숭아(5.0%)의 소비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 밖에 고소득가구, 맞벌이, 도시지역 거주가구를 중심으로 과일소비의 다양화 경향이 나타난다.

가공식품은 간편화와 다양화가 주된 조류이나, 식품의 특성을 반영해 최근 건강 지향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식용유나 설탕·소금 등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고급제품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으며, 음료류의 경우 주된 수요계층인 10~20대를 겨냥한 저칼로리·기능성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가족 월1회 외식 22.6%...화학조미료 사용 ‘문제’

가족단위 외식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외식을 하는 가구가 22.6%로 가장 많았으며,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가족단위 외식은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배달음식과 조리식품 구입은 주부의 연령층이 낮을수록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 가족단위 외식 시 1인당 평균 외식비용은 1만 6천원 정도였으며, 장소 선택기준으로는 맛(47.9%), 요리 종류(22.2%), 식당의 청결도(14.8%) 등을 고려했다.

한식 전통음식 증가

외식에서도 건강 지향이 확대되면서 한식(36.9%)과 전통음식(21.6%)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외식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화학조미료 사용(35.6%)이 지적되었다.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트렌드는 전문화, 건강 지향, 간편화로 요약될 수 있다. 메뉴별로는 죽, 초밥, 샐러드, 샌드위치, 베이커리, 에스프레소, 와인 등의 소비가 늘고 있으며, 업종별로 전통음식점, 에스닉푸드, 건강음식점, 씨푸드 전문점 등이 유망할 것으로 평가되었다.

동물성 단백질 42.4% 확대

영양소 섭취 트렌드와 소비주체인 소비자의 식생활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곡류 소비가 감소하고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동물성 단백질의 비율이 1980년 28.7%에서 2005년 42.4%로 크게 확대되었다. 지방 섭취량도 같은 기간 동안 21.8g에서 2005년 46g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가구수입이 낮을수록 영양소 섭취 수준과 질적인 평가가 낮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계층의 영양소 섭취 수준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았으며, 특히 동물성 단백질 섭취 비율은 28.4%, 지방급 에너지비는 12.8%로 매우 낮았다. 에너지의 58.6%를 가정식에서 섭취하며 외식에서 41.4%를 충당했으며, 지방은 외식에서 섭취하는 비율이 45.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아침 매일 먹는 직장인 35.8%, 청소년 46%

매일 아침밥을 먹는 비율이 직장인 35.8%, 청소년 46.1%였으며, 상당수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저녁식사를 불규칙적으로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9.6%로 연령이 낮을수록, 소득이 낮은 집단일수록 불규칙적인 식생활을 했다.

청소년이 저녁식사 시간이 불규칙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3%로 주로 학원을 가야 하기 때문(46.6%)이었다. 밖에서 사 먹을 경우에는 주로 분식점(38.2%), 편의점(17.4%), 패스트푸드점(15.3%)을 이용했다. 불규칙적인 식생활이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끼니 당 영양섭취에 불균형 현상이 나타났다. 50세 이상의 연령층의 경우 아침, 점심, 저녁이 에너지 섭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일정한 반면 청소년과 20대 직장인의 경우 아침식사에서 에너지를 섭취하는 비율이 각각 16.7%와 14.6%에 불과했다.

청소년, 우리 농산물 인식 취약

청소년층은 한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으나 국산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취약했다. 청소년의 47%가 국산 농산물 섭취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 수입식품도 관리만 잘하면 수입이 늘어나도 된다는 문항에 60점 이상 평가함으로써 수입산에 대한 거부감이 많지 않았다.

주부의 52.2%가 식품 구입시 표시를 보는 편으로 직장인(49.2%)과 청소년(31.3%)에 비해 표시정보에 대한 활용도가 높았다. 식료품을 구입시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유통기한을 확인하며 원산지 표시, 가격, 브랜드 등을 확인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그 밖의 인증정보 등에 대해서는 표시를 확인하는 비율이 적었다.

식품표시에 대해서 주부층의 62.3%가 신뢰하는 편이라고 응답해 대체로 높은 신뢰도를 나타냈으며, 신뢰하지 않는 경우는 주로 사후관리와 검사과정을 불신했다. 한편 청소년은 신뢰하는 비율이 34.2%에 불과하고 표시내용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증제도의 인지도 조사결과 원산지표시와 친환경인증은 인지도가 높았으나, 전통식품인증이나 HACCP 등 대다수의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

식품 관련 정보를 주부는 대부분 포장지 표시(30.2%)나 TV·라디오(24.3%)에서 얻고 있었으며, 직장인과 청소년은 절반 이상이 TV·라디오에 의존하고 있었다. 학교급식을 하는 7~19세의 경우 급식으로부터 에너지를 섭취하는 비율이 2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외식부문에서 에너지를 섭취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20대로 외식부문 에너지 섭취비율(46.4%)이 가정식 섭취비율(44.7%)을 초과했다.

가계비 중 식료품 비중 하락 전망

가계비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향후 소득 증가추세를 감안해 추정할 경우 2006년 26%에서 2020년에는 21~22%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외식 지출비중의 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것이긴 하지만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식 비중은 2006년 46%에서 2010년 48%, 2020년 5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향후 가정 내 식품류별 지출액 비율에는 건강 지향과 다양한 식품소비 섭취 지향이 영향을 미쳐 곡물, 육류, 어패류, 과일, 채소는 신세대일수록 소비가 감소하는 세대효과와 인구고령화 추세에 따라 소비가 감소하는 연령효과가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류별로 가정 내 지출비중을 전망하면 육류와 어패류는 2000년 이후, 가정 내 지출비중 감소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과일과 채소 역시 향후 지출비중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 불균형, 생활습관병 빠르게 확산...

사회·경제·인구학적 여건 변화에 따라 건강 지향, 고급화, 다양화, 간편화, 합리화로 요약되는 새로운 식품 구입패턴이 등장했다. 이들 트렌드가 식품소비행태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었다. 영양소 섭취 증가추세는 장기적으로 둔화될 전망이지만 집단별 섭취 불균형 현상이 확대되고 영양과잉집단과 영양결핍집단이 공존하는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생활에서도 불규칙적인 식생활과 서구식 식생활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영양불균형이 확대되고 생활습관병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었다.

‘꼭’ 식생활 교육 추진해야

국내 농업 생산 및 식품 공급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세분화된 소비자계층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판매 전략과 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소비자의 올바른 인식과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위해 정보 제공을 위한 교육·홍보사업을 확대하고, 건강한 식생활 습관이 형성되도록 식생활 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의 선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식품별 구입 특성을 감안해 구체적인 생산·유통·판매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쌀의 경우 맛과 안전성 지향의 고급화 경향과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하는 경향이 동시에 나타나므로 차별화된 시장공략이 필요하다. 쌀의 영양학적 우수성과 외국에서의 건강식 평가 등을 홍보하고, 다양하고 간편한 가공제품이 개발·보급되어야 한다.

육류는 품질차별화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품 생산과 품질 관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채소 및 과일류는 친환경제품과 소포장 및 세척·절단제품 수요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가공식품도 고급화 경향 증가와 기능성 수요 확대에 대응하여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며, 외식시장에서도 외식 수요의 맛·건강·간편화 지향을 감안하여 시장을 전망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 및 소비정책은 저소득계층, 고령층, 청소년층 등 특정계층을 세분화하여 구체적으로 수립될 필요가 있다. 식품표시제도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확대하고, 특히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급식 및 교과과정을 통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불규칙한 식생활을 개선하고 영양불균형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범국민운동차원의 식생활교육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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