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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바우 부부의 농사이아기-풍뎅이와 입 맞추던 날
2019년 08월 23일 (금) 16:08:24 . 경북 김천의 유기농사꾼 이근우 씨
 



   

아내는 오늘도 여느 때처럼 바쁩니다. 진작 만들어 둔 틀밭에서 쑥 뿌리를 캐내는가했더니 어느새 가지 밭에서 늙은 가지를 한 아름 안고 나옵니다. 저는 저대로 일 한답시고 부지런을 떠는데 아내가 야멸치게 한마디 합니다. “아, 올해도 배추가 늦었잖아.” 그렇습니다. 일에 치이고 부대끼다 보면 이 지경입니다. 이래가지고 오늘 배추 심는 거 끝내겠냐는 지청구를 들어가며 저는 배추모종을 가지러 부리나케 갑니다.

아내와 마주앉아 배추를 심을 때면 아내는 서둘고 저는 천하태평이라 아내와 엇갈리기 일쑤입니다. 저는 그게 싫어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우선 농막 추녀에서 이웃한 자두나무 가지까지 얽어맸던 거미줄 임자가 사라졌다고 아내에게 고합니다. 제 엄지 두 배쯤 크기의, 식성 좋던 거미가 지난해와 다름없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천하주유 중이라고 제가 허풍 치던 두꺼비, 뚜벅이도 이제는 자취를 감추었군요. 물가에서 촐싹대던 빨간 무당개구리 새끼들도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제 말을 듣던 아내가 점잖게 한마디 합니다. “가을이 온 거지.” 아내의 숙인 어깨 너머로 보이는 벌개미취나물의 키다리 연보라 꽃이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으로 보아 덤바우에 사는 모든 것들이 가을의 기미를 냄새 맡은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대낮은 폭염입니다. 습도도 80% 아래로 내려가는 법이 없어 밭에서 일 할라치면, 목욕탕에서나 나올 법한 뜨겁고 축축한 열기를 뿜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일을 하는 것인지 더위와 싸우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가는 허우적거림의 연속이고, 데었나 싶을 정도로 등짝이 화끈거리고 뒷머리가 얼얼합니다. 그래도 시간은 더위 먹는 법이 없어 차근차근 흘러 철을 바꾸고 있으니 그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기는 해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덤바우는 지금 환절기입니다. 초저녁 한 줄기 서늘한 산바람을 타고 성긴 반딧불이의 불빛이 허공에 떠오릅니다. 까만 어둠에 가을 길을 지도처럼 그리는 것이죠. 여름과 가을의 힘겨루기가 낮밤을 두고 치열한 지금, 두꺼비와 거미와 개구리들이 그 전장을 피해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2019년 8월 23일, 처서에 즈음하여 풀과 나무들 또한 긴 겨울을 예감하고는 지레 이파리가 꺼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지구의 천지조화는 서두는 법이 없어 기세가 등등할 법도 한데 가을은 필연코 다가올 제 세상을 향해 머뭇대다가 뒷걸음치기를 여러 번 하면서 빙빙 둘러 오는 중입니다.

그러나 계절의 대전환이 농사꾼에게는 애꿎고 조마조마 합니다. 급변하는 날씨와 기온에 농작물이 해를 입을까 염려스러워 그렇습니다. 속수무책이겠습니다만, 아내와 저는 희망과 우려를 막걸리 잔에 담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얼큰해집니다. 깊은 밤까지 그 맛을 음미하던 차에 돈키호테보다도 용감한 장수풍뎅이가 한 마리 날아와 제 입에 부닥쳤습니다. 헉 소리가 날만큼 따끔하군요. “이놈이! 어디다 대고 뽀뽀질이야!” 아내가 땅바닥에서 발버둥치는 풍뎅이를 향해 외칩니다. 하하 호호 웃는 사이 은근히 뿌듯해지는 것은 또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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