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통’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정문 화백이 1965년 어느 학생잡지에 실은 그림이 있다.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제목의 그림 한 장이다. 그림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집이며, 전기자동차, 움직이는 도로(무빙워크), 걸어 다니면서 보는 TV 등 다소 엉뚱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지금 보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 시절에 이 그림을 본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만화의 한 컷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창된 4차 산업혁명이 전 산업 분야에 바람을 일으켰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을 키워드로 농업을 비롯한 전 산업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리고 “농업이 바로 미래다”라고 말한 미국의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의 희망농업 메시지는 그 분위기를 한층 더 북돋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꾸는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대부분 스마트농업이 미래농업을 이끌고 우리 농촌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스마트농업은 드론의 예찰 및 방제 활용과 함께 온실이나 축사 등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다. 과거 관행적인 농업에서 빠르게 스마트농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정문 화백이 만화로 그렸듯이 재미있는 상상을 한번 해보자. 농업 기술개발에 화두가 되고 있는 농업현장의 현실적인 이슈들을 하나씩 꼽아본다. 농산물의 부가가치 증진이나 지역 특화작목 육성, 밭농업 안전생산, 품질 고급화, 수출 확대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상상에서 현실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나름대로 그려보았다. 이들 중 어떤 것들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먼저 스마트농업의 단위를 시·군의 넓은 공간으로 확대하는 상상을 해본다. 온실 단위의 스마트팜 뿐 아니라 노지재배까지 포함하는 넓은 지역적 개념이다. 현재는 좁은 농지면적 등 농장의 영세화로 인해 밭농업 전과정 기계화가 매우 어렵지만, 미래의 그곳에는 밭농업 전과정 기계화에 따른 지역별 특화된 작물의 안정적 생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특화작목 재배는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에 의해 첨단농기계나 로봇으로 경운에서 파종, 예찰에 의한 병·해충관리, 수확까지 논스톱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빅데이터는 기후변화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스템까지 연계되는 그림이다.

생산된 특화작목의 수확시기 및 거래정보는 시·군 지역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연결되어 소비유통에 따른 생산·출하량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지역 6차산업 농산물종합가공센터의 활성화를 일으켜 가공산업은 지역사회의 부가가치 증진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지역적 스마트농업은 특화작목의 수확시기에 맞추어 지역의 축제 문화를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다. 스마트농업은 지역특화 작목들을 규모화·조직화·균일화 시키고, 이는 수출을 위한 필수 항목들이기도 하다.

말도 안 되는 만화같은 상상이지만 이정문 화백의 만화도 불과 50년 만에 거의 모두 실현 되지 않았는가? 더욱이 요즘 기술의 변화속도는 그 때와 비교도 안될 만큼 빠르다.

앞에 나열한 현장의 이슈들은 만화 속의 상상보다는 사소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당장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슈들이다.

이러한 상상이 빨리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관련된 농업기술을 신속히 창출·이전시켜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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