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심의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농업계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우리 농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농업계와 상의 없이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한데 이어, 지난 4일에는 태국에서 열린 중국 주도의 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을 정부가 체결하면서 국내 농업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포괄적동반자협정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렌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가하는 초대형 FTA로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특히 RCEP는 그동안 WTO에서 민감 품목으로 지정되어 양허제외 품목으로 인정되어온 마늘·양파·고추 등 농산물과 사과·배·봉숭아 등 일반 과채류 전반에 걸쳐 수입 개방 압력이 거세질것으로 보여 국내 농산물 시장에 주는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농업은 24년 전 WTO 체제 출범이후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 WTO 체제의 시장개방 정책은 국내 농업·농촌에 대한 본질적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를 불려왔고, 개방된 시장경제는 국내 농업을 비교열위 산업으로 내몰려, 우리 농업은 지금 해체적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 또한 WTO 체제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농업에서의 시장 기능만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 농업·농촌 환경을 더욱 어렵게 했다. 이번 개도국 지위포기나 포괄적 동반자 협정 역시 정부가 농업·농촌에 미치는 영향과 사전 대응책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되었다. 다자간의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회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취약 산업에 대한  면밀한 관측을 통해 정부가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이렇듯 다자간의 협상에서는 자국 산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취약산업에 대한 보완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농업·농촌 정책을 보면 국내 농업환경을 고려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국익을 우선시 하며 취약산업인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지금 국내 농업은 해체적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농촌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라지는 농촌 마을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지역공동체는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국내 농업환경을 고려한다면,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은 예산관련 문제를 떠나 국내 농업·농촌을 보호하고, 지역 공동화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이번 국회에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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