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덕수 교수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난소암은 한국여성의 생식기암 가운데 자궁경부암 다음으로 발생빈도가 높은 암으로 전체 여성 암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발생빈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난소암은 연간 1400여명이 새로 발견되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배덕수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찾았다.
배 교수는 “최근 난소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조기발견이 중요한 만큼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고 말한다.


난소, 난자생산 장기

난소는 여성 골반에 위치한 작은 장기로 자궁 좌우에 각각 1개씩 두개로 되어 있고 정상 가임 여성에서는 평균 한달에 1회 정도 배란을 통해 난자를 생산하여 정자와 만날 경우 수정이 가능케 하고 여성 호르몬 분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이다.

난소암 90% 상피성 난소암

난소암은 크게 나눠 난소를 덮고 있는 껍질에서 생기는 상피성 난소암과 그 이외의 비상피성 난소암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 다시 생식세포종양과 성삭-간질성 종양으로 나눌 수 있다.
난소암의 90%는 상피성 난소암이 차지하고 있다. 이 암은 전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사춘기 이전에는 드물고, 대부분 40-70대에 발생하며 56-60세에서 최고의 발생빈도를 보이고 있다.

배란 많을수록 ‘위험’

난소암의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배란으로서 배란을 많이 할 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임신이나 수유 기간이 없이 쉬지 않고 배란을 한 경우, 즉 결혼한 후에도 아기가 없는 여성이 중년 이후인 경우, 출산 경험이 없는 중년 이상의 미혼 여성 등이 난소암 발생 위험도가 높다. 또한 난소암의 가족력, 고연령 및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의 과거력 등도 위험 인자로 생각되고 있다.

난소암 진행…통증, 복부팽창 질출혈 동반

난소암은 초기 대부분 무증상인 경우가 흔하고, 병이 진행되면서 통증, 복부팽창, 질출혈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난소암의 2/3 이상은 3기 이상 악화되어야 발견되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예방 및 조기 진단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초기발견 힘들고 완벽한 조기진단법 없어

난소암은 자궁경부암과 같이 간단한 세포진 검사를 통해 암의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기는 힘든 편이고 정기적인 골반진찰과 질식초음파, 그리고 혈액에서의 CA-125라는 종양표지물질 검사를 통하여 조기진단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불행히도 아직 완벽한 조기진단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또한 난소의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의 구분도 개복술이나 복강경수술 등을 통해 난소 조직을 직접 얻어야만 병리 검사로 확진할 수 있는 것이 난소암 진단의 어려운 점이다.

하지만 최소 1년에 1회 정도의 산부인과 방문과 골반진찰, 골반 초음파 검사 등을 같이 시행한다면 조기진단의 가능성을 높힐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하더라도 규칙적인 정기검진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난소의 경우 월경주기 등과 관련되어 비특이적으로 낭종(물혹) 등이 관찰되는 수가 많으므로 난소종양이 관찰되는 모든 경우의 환자를 수술하는 것이 아니고 몇가지 시험적 개복술의 적응증이 있어 이에 해당되는 환자에 있어 수술을 시행한다.

예를 들어 폐경후에 난소 종양이 관찰되는 경우, 2-3개월간 이상 관찰중 크기가 계속 커지는 경우, 물혹이라 하더라도 8cm 이상이 되는 경우, 초음파 소견상 복잡한 모양이나 고형질의 종양인 경우, 색도플러 검사나 컴퓨터 단층촬영, 자기공명촬영 등에서 악성이 의심되는 경우, 난소 종양과 혈액 검사상 CA-125가 100 이상 매우 높은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난소암 진단되면 병기설정

수술중 난소암으로 진단되는 경우, 향후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병기설정이 필요하다. 난소암의 병기를 간단히 설명하면 난소에 국한된 경우는 제 1기, 난소이외 자궁, 나팔관등의 골반 기관을 침투하였을 경우에는 제 2기, 복막, 횡경막, 대망막, 임파결절 등에 전이가 보일 때는 제 3기, 원격전이가 있을 경우는 제 4기라고 한다.

난소암으로 진단되면 되도록 암조직이 적게 남도록 수술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향후 항암치료에 잘 반응하도록 하려는 것과 그로 인한 생존률의 향상이 주목적이다.

난소암의 1기 초반의 경우는 추가로 항암제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나 1기 후반부터는 모두 항암제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이와 같이 수술적 요법과 수술후 항암화학요법이 난소암의 치료에 가장 기본이다.

최근에는 암의 발생과 진행과정을 분자유전학적 수준에서 밝혀내어 암을 일으키는 특정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이를 이용한 암의 유전자치료도 실제 임상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난소암이 다른 암에 비해 현재의 치료만으로는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나 분자치료와 같은 새로운 차원의 치료법 개발이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여성생식기암 중 사망률 57% 차지

난소암의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이 병행되고 있으나, 75%의 환자가 처음 진단시 이미 3기 이상의 진행성 암으로 발견되고 병의 진행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전체 환자의 5년 생존율이 39%로 낮고 여성생식기암 중 사망율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난소암은 무엇보다도 조기 발견에 조기 치료만이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진단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매년 한 번 이상의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미혼여성, 누우면 배나와...아랫배에 ‘혹’

실제의 경우이다. 27세의 미혼 여성이 외래를 방문했다. 4-5개월 전부터 누우면 배가 좀 나오는 것 같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점점 심하게 나오는 것 같아서 만져 보았더니 아랫배에서 혹이 만져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통증도 없었고 생리도 거의 규칙적이라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가 혹이 점차 커지는 것 같아서 내원했다는 것이다.

초음파 검사를 하였는데 이미 복수가 차기 시작한 진행성 난소암으로 밝혀져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시 난소암이 이미 복강내에 다 번지고 난 상태라 암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고 자궁과 난소를 다 제거하고 말았기에 만일 치료후 생존하더라도 아기는 가질 수 없는 딱한 지경이 된 것이다.

젊은 여성에서도 드물지만 상피성 난소암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아주 초기에 발견하면 한쪽 난소 절제만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항상 자각 증상이 없다하더라도 아랫 배가 갑자기 나오거나 혹이 만져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있을 때는 지체없이 산부인과를 찾아 검진을 받아두는 것이 상책이다.

난소암, 급격 진행되는 특징…
지속관찰 필요

김인숙 씨(가명, 44세, 주부)는 지난해 5월 산부인과 외래를 찾아 정기검진을 받은 결과 난소에 4cm 가량의 혹이 관찰됐다. 이에 혈액검사를 해 본 결과 정상수치를 나타내 지속적인 관찰을 하기로 하고 한달후로 예약을 잡아주었다.

그러나 김 씨가 병원을 찾은 것은 6개월이 지난 11월 말이었다. 그동안 수험생인 아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검사결과 김 씨는 난소암 3기의 진단을 받았다. 난소암은 급격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 관찰이 꼭 필요한 질병이다.

그러나 김 씨는 수험생인 아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하다 크게 병을 키우게 된 것이다.
보통 난소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80~90%가 완치되는데 비해 3기가 되면 30%대로 크게 낮아진다.
결국 김 씨는 수술후 약물치료를 받았고 힘든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조금만 일찍 병원을 찾았으면 보다 쉽게 고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방, “간단하고 쉬운 방법 없다”

난소암은 여러 가지 원인인자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발생하며, 난소암의 위험인자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난소암을 예방하거나 피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없다.

그러나 알려져 있는 위험인자가 없다고 해서 난소암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는 것도 옳지 않으며, 위험인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암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일반적으로 환경적 요인 및 생활 습관과 같은 요소들은 대부분의 암 발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금연, 균형 잡힌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은 난소암의 예방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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