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이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시간과 경영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농업인’이라는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 향상을 위해 ‘공동경영주’ 제도를 도입했지만, 가입하는 여성농업인의 수는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여성농업인 지위향상을 위한 농업경영체 제도 개선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표하고, 공동경영주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여성농업인 직업적 지위 보장위해 ‘공동경영주 제도’도입

농업경영체 등록제도는 농가 및 농업법인을 하나의 경영체로 식별하는 시스템으로 2008년부터 시행됐다.


농업경영체 등록 시, 경영주는 전업·겸업의 여부 관계없이 농업인 기준인 경작면적 1,000㎡ 이상, 영농종사 90일 이상, 농산물판매액 120만원 이상에 부합하면 농업경영주로 등록이 가능하다.


처음 농업경영체 등록제를 시행할 당시에는 주로 농가의 가장인 남성이 자동으로 농업경영주가 되고 그 배우자인 여성농업인은 농업 노동과 경영에 참여하고 있더라도 무급 가족 노동자로 분류됐다. 직업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농업경영주의 배우자에 대한 양성평등 및 직업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2016년 농업경영주의 배우자인 여성도 경영주로 인정하는‘공동경영주 제도’를 도입하고 농업경영체 등록 시 이를 표시토록 했다.


또한 공동경영주 등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공동경영주 등록 시 경영주의 동의가 필요했던 것을 동의 없이 등록 가능하게 하고, 배우자가 농업에 종사한다고 언급만하면 검증없이 등록이 가능토록 개선했다.

 

   공동경영주, 경영주와 동일한 지위로 인정 안돼

그러나 공동경영주로 가입하는 여성농업인의 수는 매우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
농업경영주는 지난 2015년 159만명, 2018년 165만9천명, 2019년 168만6천명으로 최근 5년간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공동경영주 등록인원은 2017년 2만3천명에서 2018년 2만7천명, 2020년 6월 말 3만8천969명으로 증가세가 미미한 실정이다.


이 연구보고서는 공동경영주의 등록 비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공동경영주로 등록을 해도 경영주와 동일한 지위가 인정되지 않고 경영주와 동일한 혜택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농업 관련 법률 상, 여성농업인의 공동경영주 자격은 ‘경영주 외 농업인’에 불과하다. ‘공동경영주’는 ‘경영주’의 용어를 사용하지만 농업 관련 법률에서는 별다른 규범적 의미가 없다. 즉, 경영주의 권리와 의무가 없는 것이다.


특히 경영주는 겸업을 해도 농업인 지위를 유지하지만, ‘공동경영주’는 겸업을 하거나 일용직을 하고 있는 경우 공동경영주 등록이 되지 않거나 이미 등록이 돼 있는 자도 취소가 돼 공동경영주의 자격을 잃게 된다.


만약 공동경영주로 등록된 여성농업인이 가공, 체험 등 겸업을 할 경우, 공동경영주의 지위 상실로 인해 행복바우처, 농협조합원 가입 자격요건 상실 등 농업인에게 부여되는 수혜로부터 제외된다.

 

   공동경영주 등록 여성농업인 가공·체험 등 겸업 불가
   겸업 시 공동경영주 등록 안돼

여성농업인들이 겸업을 하는 이유는 농업소득이 적기 때문이다. 
2018년 전체 농가소득에서 겸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겸업농가가 43.2%에 이를 정도로 겸업을 하지 않으면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8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 여성농업인의 겸업은 부족한 농업소득을 보완하는 필수노동으로 자리하고 있다. 여성의 겸업이 농업경영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농업인이 농업생산 이외 소득활동을 하고자 하는 주요 이유는 추가소득 마련 38.5%, 생활비 부족 14.6% 등 경제적인 이유가 전체 53.1%로 조사됐다.
이에 여성농업인들은 농업 생산 이외에 가공·유통·판매를 겸하고 있는데 이 경우 농업인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

 

  현행 공동경영주 제도 개선 시급

이 보고서는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공동경영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규정하고 권리의무를 명확히 하는 법률 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현행 기본법, 농어업경영체법은‘농업을 경영하는 자’와 ‘농업에 종사하는 자’로만 구분하고 있어 부부 간 농업공동경영을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인 규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농지가 어느 일방 배우자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부가 농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관계에 있을 경우, 부부가 모두‘농업을 경영하는 자’로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일방 배우자 명의의 임대차계약 또는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부부가 공동으로 농업을 경영하는 경우에도 역시 부부가 모두‘농업을 경영하는 자’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농업경영체 등록제도의 목적과 특성을 감안할 때 등록을 남용할 경우 오히려 실무적인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에 통계분석, 현장조사, 설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부부 공동경영의 실태를 충분히 조사한 다음, 농업경영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형태로 공동경영의 유형을 분류해 등록하게 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제안했다.

 

   공동경영주도‘겸업소득’인정해야

또한 이 보고서는 공동경영주의 겸업 소득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부터 시행된 소규모 농가 직접지불금(소농직불금)의 기준을 적용해 현재 공동경영주의 겸업 소득을 인정하는 방안이다. 공동경영주가 겸업에 종사하는 경우 겸업소득의 확인을 거쳐 농업인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농업인 확인서 발급규정에 예외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


세부적으로는‘소규모 농가 직접직불금 지급요건의 농업외 종합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고 가족농업인의 영농사실확인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농업인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해 공동경영주의 겸업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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