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정책 보호막도 사라져”
소비자단체,“고공행진 꺾어야”
농민단체,“공깃밥 275원이 비싼가”
정부, 양곡미 방출 카드만‘만지작’
농정에 국민적 공감대 요원

쌀 목표가격이 사라진 2년차에 접어들면서 ‘적정한 쌀값’ 범위가 모호해지고 있다. 현재의 산지 쌀값은 아직 적정한 ‘제값’ 에 도달하지 않았다는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물가안정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나 외식업계에선 ‘역대 최고치’ 쌀값임을 강조하며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최근 소비층의 주장을 이유로 들어, 정책점검회의에서 물가안정 우선 대책으로 정부양곡 방출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적정한 쌀값’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농식품부 식량정책 담당자는 “지난해부터 쌀 수급관리제도를 도입, 매년 10월15일까지 쌀값 안정을 위한 매뉴얼을 정하고 있다”면서“정부는 초과생산량 기준 이상 범위에서 미곡을 매입하는 등 원활한 수급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통계청 발표의 산지 쌀값이 적정한가’의 재차 질문에, 담당자는 “상식적으로 쌀값이 가장 낮았던 2016년 12만5천원일 때, 이를 적정한 가격으로 보진 않았다”면서“지난해 수확기 이후 20kg짜리 5만3천원선을 넘기면서 현재 5만5천원선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보는 시각이 모두 다를 수 있다” 고 직답을 피했다. 정부 입장에서‘비싸다 안비싸다’언급하기엔 부적절하다는게 담당자의 언급이다.


생산자·소비자는 쌀값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로 인해 생산자와 소비자간 갈등이 증폭되고, 오히려 생산자를 보호해야 하는 농식품부의 양곡정책에 혼선이 야기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논벼 소득이 높아졌다는 통계청의 단순 수치 발표에 바탕을 둔 농식품부의 양곡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인 2020년 논벼 생산비는 10a(300평)당 77만3천658원으로 총수입 121만6천248원을 감안하면, 논 300평의 순수익은 44만2천591원이 나왔다. 300평에서 대략 500kg 즉, 25가마 쌀이 생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전년보다 가마당 1천910원 가량의 수입이 더 잡힌 것이다. 


생산자인 농민 입장에서는 산출되지 않는 자가인건비, 토지용역, 기자재 투입비 누수부문 등에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이상기후와 집중호우로 유실된 생산기반, 생산피해 등도 수치로 계측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쌀값 고공행진→수익증가→물가대책 정부미 방출 등으로 이어지는 정책이 예견된다는게 농업계의 우려다.  


때문에 적정 범위가 모호해진 쌀값에 대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요구다. 일례로 목표가격제가 폐지되면서 소비자단체의 쌀값 인하요구가 거세졌다. 목표가격제 시행시기에는 없던 일이다. 


쌀값이 5만4천원대를 유지하던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정부가 양곡 총 37만톤 방출 계획에 뜸을 들이면서 쌀값 인상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적정가격 범위가 없어지면서 쌀값이‘비싸다’는 소비자단체 자체 판단에 따른 성명이었던 것이다.


반면 농민단체들은 20kg들이 한가마에 6만원, 공깃밥 기준인‘100g에 300원’이, 생산비를 포함한 최소 벼농사를 영위하는 쌀값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쌀 시세를‘회복단계’로 보고 있다.


농업계 연구단체 한 관계자는“상반되는 여론에 맞부딪쳤을 때, 정부 정책은 실질적 상황에 접근하는 조사작업과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면서“이미 37만톤 방출 계획을 내놨고, 여기에 따른 수급안정 상황을 맞고 있는데, 한쪽 편을 들어 인위적인 가격억제정책을 가하는 것은 반드시 부작용이 수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문재인정부 농정의 핵심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라 강조하면서, 정작 국민과 농민간 틈을 만들고 있다”면서“쌀농사가 상징성이 큰데 반해, 막상 소비자입장에서의 쌀에 대한 경제적 가중치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 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 부문에서 쌀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가정에서 1천원의 소비지출이 있을 경우, 이중 쌀값으로 지출하는 돈이 5.2원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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