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원 30주년 행사 일환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은 ‘한국의 농정개혁’이란 주제로 열려, OECD 무역농업국의 카멜 카힐(Carmel Cahill) 과장과 3명의 OECD 사무국 직원들이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했다.

오전에는 전문가 위주로 토론을 진행했다. 오후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농정개혁’이란 주제 하에 발표와 토론을 했다. 오전에 열린 전문가 토의에서는 OECD가 각국의 농정을 평가할 때 분석도구로 사용하는 생산자지지추정치(PSE: Producer Support Estimate)와 정책평가모형(PEM:Policy Evaluation Model), 농업-환경지표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정책의 설계와 집행

첫 번째 분과에서 OECD 농업무역국의 농업정책 및 무역과 카멜 카힐과장이 ‘정책의 설계와 집행’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카멜 카힐 과장은 “최선의 정책은 1998년 OECD 회원국 농업각료회의에서 인정한 투명성(Transparent), 목표지향성(Targeting), 맞춤형(Tailored), 유연성(Flexible), 형평성(Equitable)의 원칙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WTO에서도 허용 정책으로 인정하고 무역 파급효과가 적은 생산과 비연계(Decoupled)된 정책의 효율성이 높다. 또한 정책개혁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보상정책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수혜대상을 분명히 하고 기간을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농정개혁

두 번째 분과에서 OECD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농정개혁과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농정개혁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OECD 입장에서 본 평가에 대해서는 OECD 사무국의 정일정 박사와 마티니(Martini) 박사가 금년 2월에 OECD에서 공개 승인한 ‘한국농정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요약하여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OECD는 한국이 지난 10년 동안 직접 지불제의 확대, 농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 OECD가 권고한 사항을 전반적으로 잘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개혁을 위해서 △시장가격지지의 비연계 직접지불로의 전환, △지속적인 농업시장개방, △직접지불제의 개선, △우유쿼터제의 개선, △농가소득원의 다양화, △농업·농촌정책의 구별 및 연계화, △규모의 경제를 위한 농지 규제 개선, △농업인에 대한 정의 재검토, △비료 및 농약사용 감축을 위한 조치 제안, △고품질 안전농산물 제공, △전통식품의 세계시장 마케팅 강화, △기업가적 경영 촉진 등 12가지 사항을 정책권고로 제시했다.
또한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로의 조직 개편이 이러한 농식품 분야의 목표추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박성재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농정방향에 대한 OECD의 평가는 국내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 진행정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각 차이가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OECD는 시장개방을 전제로 생산과 무역의 왜곡을 최소화 시키는 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하지만, 국내의 평가는 생산자인 농업인, 소비자, 농촌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농정의 과제로 농업구조 조정의 속도에 대한 공감대 형성, 안전한 식품 공급체계의 구축, 중소농의 생활 안정, 농촌정주환경의 개선과 복지대책의 확충 등을 제시했다.

농업, 완전개방 단계 진입 중

박 선임연구원은 한국 농정개혁의 성패는 개방속도에 대응해 농업과 농촌부문의 안정을 이룰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며 타결된 한·미 FTA와 추진 중인 한·EU FTA 등 주요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한국농업은 완전개방 단계로 진입한다고 역설했다.

농업, 구조조정 속도 공감형성 필요

그는 농업 구조조정의 속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일본, 대만과 비교해도 농가의 농외소득 의존도가 낮아서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는 그는 “농업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속도는 국내 농업구조의 특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농업생산액 비중이 40%에서 7% 대로 하락하는 데 26년 걸렸는 데, 일본은 73년, 독일 92년, 영국 113년이 걸렸다. 서구유럽이 3세대 이상 걸려 조정해온 속도를 국내는 1세대만에 달려온것이다. 국경보호를 폐지하고 세계적 경쟁환경으로 전환한 시점도 우리나라에게는 불리함 점이 많다.

선진국은 이미 구조조정을 끝낸 상태였고 농산물 과잉 문제를 처리하는 시점에서 정책의 전환을 했지만 국내는 농업인구의 압력이 높고 재정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길로 바꿔야 하므로 더 힘들다.

여기에 농촌의 노령화 속도가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는 그는 “농가는 1981년에 고령화단계에 진입해 한국사회(2000) 보다 19년 앞섰으나 이미 1998년에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해 한국사회(2026년 예상)보다 28년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농가인구의 고령화는 이동가능성을 크게 제약할 것이고 구조조정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라는 그는 이들을 농업의 외부로 이동하도록 한 비용을 면밀히 고려해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가속시키기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안전식품,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시급

또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기 까지 과정에서 위해요소 처리정보를 소비자가 알아야 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안전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산업과 농업과의 연계성 강화 문제, 국민에게 균형된 식품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교육 강화도 주된 정책과제라고 말했다.

중소농 생활안정 시급

국내 농정의 가장 큰 숙제이면서도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농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농 대책이다고 지적했다.

농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지 않음에도 농업에의 의존도가 높은 중소농은 저소득과 소득불안정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경영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경영규모에 연계한 직접지불에 의한 소득보전의 효과도 크지 않다. 농외소득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농외소득에 의존한 성장을 취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농의 성격은 연령, 재산, 소득구성, 지역 등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정밀한 정책프로그램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복지대책과 전직 프로그램, 농업적 성장 프로그램 등 농가의 특성과 희망에 따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에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가 절반가량 된다고 덧붙였다.

농촌정주환경개선 복지확충

농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농촌정주환경의 개선과 복지대책의 확충이 필요하다. 약화되는 농업의 역할을 대신해 줄 농촌지역 산업의 활성화와 생활환경, 교육·보건의료, 복지서비스의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감소, 과소지역의 확산 등은 농촌의 정주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농촌주민의 기초서비스를 충족시킬 시스템을 세밀하게 구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시설물 설치 등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은 머지않아 버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그는 자원낭비의 실례로 비판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여성의 결혼 이민으로 급속 진행되는 농촌의 다문화사회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된 이들의 한국사회 적응은 물론 미래 한국농촌의 주역으로서 지역사회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는 그는 “법적인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복지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정보부족으로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위약계층을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촌 자생력 길러야

“한국의 농정개혁은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생산과 연계된 보호조치를 제거하고 시장지향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전제했다.

반면 “아직은 농업의 보호 수준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고 직접지불이 생산과 연계돼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농정개혁의 평가는 보호수준 등 보다는 개방환경에서의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 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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