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 교 수(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농작업 도중에 농기계에 의해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농작업 전이나 농작업을 하면서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뜻밖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에는 ‘올바른 응급처치 요령’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송형곤(宋炯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환자, 급할 땐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빨리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사고, 또는 갑자기 발생한 질병 등으로 인해 급히 병원을 찾아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교통사고나 추락, 화재와 같은 사고는 물론이고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피를 토하는 경우, 어딘가 심하게 아픈 경우, 숨쉬기가 곤란한 경우, 사지가 마비되는 경우, 경련을 하는 경우 등이다. 이럴 때 한가하게 외래 진료일시를 예약하고 기다릴 수는 없다.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로 달려가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급하게 하는 의료행위
응급처치란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생명을 구하고, 질병이나 부상의 악화를 예방하며, 계속되는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행해지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빨리 처치 않으면 생명 위험 환자
응급환자란 △빠른 시간 내에 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거나 중대한 합병증, 후유증이 예상되는 환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빠른 시간이란 수 시간 내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지면서 출혈이 심한 경우에 수분내지 수 시간 내에 지혈과 부목고정과 같은 응급처치가 늦어지면 출혈로 사망하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마음 급하다고 응급환자 아니다”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예로,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아 동네의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위암이라며 빨리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는 얘기를 듣고 급히 응급실로 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하루라도 빨리 수술과 같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하루 이틀 늦어진다고 생명이 위태롭거나 합병증, 후유증 등이 생기지도 않을뿐더러 응급실에서의 특별한 처치가 필요치 않다. 마음이 급하다고 응급환자는 아니다.

급하지 않은 환자
응급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환자를 비응급환자로 판단하고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응급처치가 필요치 않으나 입원을 빨리 하려고 응급실에 오는 경우
▲외래 진료를 받자니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며 응급실을 찾는 경우
▲급작스런 악화 없이 수일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가지고 응급실에 오는 경우
▲외래 진료가 가능한 만성 또는 경미한 질환을 가지고 직장 또는 학교 등의 이유로 밤이나 휴일에 응급실을 찾는 경우
▲급한 증상이 아님에도 검사를 받거나 약을 타려고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
▲기타 인근 의원이나 종합병원 외래에서 진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현장응급처지, 이송 중 응급처치
응급처치는 응급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발생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현장 응급처치나 병의원으로 옮기면서 행하는 이송 중 응급처치 역시 매우 중요하다.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기도유지나 지혈, 부목고정 등과 같은 현장 응급처치는 물론이고 척추 손상환자의 조심스런 이송 등은 응급실내 응급처치 못지않게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응급환자 발생하면, “침착하라”
첫째, 우선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당황하게 되면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응급처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환자를 더욱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둘째,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환자상태가 나쁘거나 급할수록 주변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119구급대는 응급환자 신고 접수 후 5분 내에 현장에 출동하여 도움을 주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국번없이 119로 전화하면 되므로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특히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현장 등에서 무리하게 환자를 빨리만 옮기려 하다보면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셋째, 그렇다고 응급처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욕심을 부리다 보면 불필요한 처치를 하거나 응급실 도착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엌에서 요리를 하다가 칼에 손을 베인 경우에, 출혈이 멈추도록 상처부위를 거즈로 감싸거나 손으로 누르는 것은 좋지만, 약국에 달려가 지혈제나 항생제를 사다가 상처에 뿌리고 응급실에 오는 것은 잘못이다.

생명유지, “기도유지 인공호흡
심장압박” 처치 우선
넷째, 응급처치의 우선순위를 알아두어야 한다. 생명유지에는 호흡과 심장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숨을 제대로 쉬고 맥박이 잘 만져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도유지, 인공호흡, 심장압박 등이 다른 처치에 우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고개가 앞으로 젖혀져 있으면 기도가 막힐 수 있는데 이 경우에 눈에 보이는 사지의 출혈에만 신경 쓰다 보면 숨을 못 쉬어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다.

큰 병원 고집 말고 가까운 병원으로…
다섯째, 병원 응급실로 옮겨야겠다고 결정이 되면 가장 가까운 병의원의 응급실로 환자를 옮겨 1차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무조건 큰 병원만 고집해 멀리 떨어진 대학병원 등으로 옮기다 보면 치료시기를 놓쳐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가정이나 직장주변에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이름과 위치, 전화번호 등을 평소에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불이나 뜨거운 물에 데었을 때
화상은 열에 의한 손상이다. 1차 손상 후 신체표면이나 의복 등에 뜨거운 물 등이 남아 있으면 손상이 진행되므로 빨리 찬물을 끼얹거나 상처부위를 3-5분간 찬물에 담구어 잔열을 없애주는 것이 응급처치이다. 이후에 의복 등을 벗기고 병원으로 옮기되 몸에 들러 붇은 옷 등은 제거하면 안 된다.
반드시 깨끗한 찬물로 화상부위를 씻어 상처가 확대되지 않도록 하며 의사 처방없이 기름이나 각종 민간요법 물질을 함부로 부착하지 말아야 한다.

염산, 양잿물, 변기세척제등의
화학물질이 묻었을 때
상처를 주는 원인물질을 빨리 제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옷을 벗기고 싱크, 샤워, 호스 등을 이용하여 10분 정도 물로 씻어 준다. 눈에 들어간 경우는 손으로 눈꺼풀을 벌리고 10-20분간 컵이나 수도꼭지를 이용해 흐르는 물로 씻어주되 반대편 눈을 보호하기 위해 다친 쪽을 아래로 향하게 해야 한다.

칼에 베거나 피부가 찢어져 피가 날 때
칼에 베이거나 피부가 찢어져 피가 날 때에는 옷이나 양말, 반지 등을 제거하고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들어 올린 후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상처 부위를 감아 피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출혈이 계속되면 손으로 상처부위를 눌러주면서 병원으로 가면 된다. 지혈제나 분말의 항생제, 담배가루 등을 뿌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며, 상처 윗부분을 노끈 등올 단단히 묶고 오는 것도 좋지 않다.


실수 또는 고의로 약을 과량 삼킨 경우
실수 또는 고의로 약을 너무 많이 삼킨 경우에는 손가락을 입에 넣고 토하게 한 후 남아있는 약이나 포장지 등을 찾아 즉시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어린 아이나 의식이 없는 환자는 토하게 하면 안 되고 입안에 남아 있는 침이나, 토물, 약품 등을 제거한 후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고개를 뒤로 젖혀준 상태에서 응급실로 이송한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구토를 계속하면 입안에 있던 토물이 폐로 넘어 가지 않도록 머리와 상체를 배나 다리보다 약간 낮춘 상태로 옮겨야 한다. 염산이나 양잿물, 석유류 등은 의식에 관계없이 토하게 하면 안 된다.

삐거나 뼈가 부려졌다고 생각될 때
팔다리나 손발 등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 하는 등 삐거나 뼈가 부려졌다고 생각될 때에는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하려고 여기저기 만져보거나 꺽어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다친 부위가 움직여지지 않게 조심해서 의복이나 반지, 시계 등을 제거하고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무판자나 골판지, 책 등을 찾아 다친 부위 옆에 길게 대고 위, 아래를 천이나 붕대 등으로 묶어 고정한다.

이는 다친 부분을 움직이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며 특히 다리나 발을 다친 경우 절대로 혼자 걷게 하면 안 된다. 병원에서 방사선 검사로 확인하기 전에는 삐었다고 생각하고 침을 맞게 하는 것도 옳지 않은 행동이다.

경련을 할 때
흔히 간질이라고 하는 경련성 질환뿐 아니라 열이 많이 날 때 경기를 하는 아이를 간혹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경련을 못하도록 세게 붙잡거나 몸을 꼭 누르는 것은 호흡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금해야 한다. 넘어지거나 경련 중 주위물체에 부딛혀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눕혀주고, 꼭 조이는 옷이나 벨트 등을 풀어 준다. 혀를 깨물지 않도록 나무젓가락 등을 치아 사이에 물려주는 것은 좋지만 구토를 유발할 정도로 깊이 넣거나 삼키지 않도록 손으로 붙잡고 있어야 한다.

어린 아이가 열이 많이 날 때
평소에 해열 진통제 등을 준비하여 두는 것이 좋지만 심하게 토하거나 약이 없는 상태에서 열이 심하면 옷을 벗겨주고 미지근한 물을 수건에 묻혀 등과 엉덩이, 허벅지 등을 피부가 붉어질 정도로 문질러 준다.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피부 가까이 좀 더 많은 혈액이 통과하면서 열을 발산할 뿐더러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을 식히게 된다. 찬물이나 알코올 등은 몸을 떨게 하여 열이 더 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앞가슴이나 배는 피부가 약해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등이나 엉덩이 등을 문질러 주는 것이다.

열이 난다는 것은 바이러스, 각종 병원균 감염이나 각종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사에게 찾아가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발열은 신체 대사를 항진시켜 심장과 폐의 부담을 증가시키므로 심장이나 폐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는 재빠른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해열제는 단지 발열 증상만을 경감시키므로 임의로 과다 사용 시에는 자칫 원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물질이 목에 걸렸을 때…일사병 걸렸을 때 등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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