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상황버섯으로 온국민의 ‘무병장수’ 꿈 키워

  
 
  
 
‘향이 좋아 입맛을 좋게 하고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한다’ 동의보감에서의 표고버섯 설명이다. 조상들이 버섯에 내린 효능을 한 마디로 나타내고 있다. 또 중국의 진시황, 로마의 폭군 네로도 버섯을 즐겼다. 버섯을 따오는 사람에게 그 무게만큼의 황금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천황과 그 가족만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표고버섯을 비롯한 수많은 버섯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중한 식품으로 인정받아왔다. 경부고속도로 경산IC에서 경산 방향으로 1킬로미터 남짓 가니 오른편에 ‘김영표 버섯명가’라는 대형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농장에 들어서자 4천여 평의 넓은 농장에는 검은색으로 뒤덮인 비닐하우스 30여 동이 자리잡고 있다. 농장 곳곳에는 버섯 재배의 재료인 참나무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경산시 하양읍 환상리 ‘김영표 버섯명가’는 이곳에서 고품질 명품 버섯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효심으로 맺은 버섯과의 인연

“버섯 장수는 무병장수 한다”는 서양속담이 맞았습니다. 김영표 버섯농가 김영표(48) 대표가 대뜸 하는 말이다. 그 이유는 김영표 대표가 버섯과 인연을 이야기 하는 와중에 알 수 있었다.
김영표 대표는 1980년부터 1993년까지 대학교재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 사장이었다. 속된말로 대구에서는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그런 그가 버섯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버지가 위암에 걸리고 난 후부터다.

“1993년에 아버지가 위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집안에 종손 맏이라 사업도 중단하고 아버지 병세 호전에만 매달렸습니다. 이런 저런 입소문을 듣고 위암에 좋다는 상황버섯과 표고버섯 음식을 꾸준히 해 드렸습니다.” 김영표 대표의 마음인지, 버섯의 효능인지 6개월도 못 산다는 판정을 받은 그의 아버지는 2년 6개월을 더 살고 난 후 세상을 떠났다.

“건강은 건강할 때 꾸준히 챙겨야 합니다. 2년 넘게 아버지 옆에만 매달리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입니다.” 김영표 대표의 아버지 이야기는 버섯 꽤나 한다는 농가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김영표 대표는 성장세를 달리던 출판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버섯농사에 뛰어들었다. 멀쩡하게 꾸려가던 사업체를 포기하고 평생 해 본 적도 없는 버섯농사에 뛰어들려고 하자 가족들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한다.

“그 때 아내나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버섯농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믿어주기를 바랬고, 또 믿어주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김영표 대표는 본인 스스로 책을 한 권 읽어도 손에 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읽는 것처럼 일에 한 번 빠지면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때 반드시 세계에서 효능이 가장 뛰어난 버섯을 재배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주경야독, 수불석권이 비결

김영표 버섯농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책장에 꼽힌 수많은 버섯관련 책들을 볼 수 있다. 쌀농사는 물론 어떤 농사도 경험이 없던 김영표 대표에게 버섯농사의 속성교육은 책과 발품이었다. 국내·외에서 버섯에 관한 책이란 책은 다 구해 읽고, 버섯을 키우는 사람이나 버섯을 연구하는 대학교수를 찾아다니며 우수한 버섯을 키우는 비법을 배워나갔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공부했습니다. 또 틈날 때 마다 버섯으로 콧방귀 꽤나 뀐다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책과 씨름하고 발품을 팔며 그렇게 시작을 했습니다.”

일례로 김영표 대표는 수원에 있는 한국농업대학 특용작물학과 장현유 교수의 도움으로 학교 내 버섯 재배하우스에서 잡일을 하며 약 6개월 동안 기술을 익혔다. 몇 년 후에는 김영표 대표가 한국농업대학 특용작물 현장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열심히 공부한 것 다시 학생들한테 가르쳐서 우리나라에 좋은 버섯이 생산되면 그것만큼 기쁜일도 없지 않습니까”

표고버섯도 환경에 맞게 키워야

어떤 음식이든 우선 원재료가 맛이 있어야 맛있는 음식이 탄생한다. 표고버섯 역시 좋은 참나무에서 좋은 버섯이 나온다. 김영표 대표는 포항, 성주, 청도 등지를 돌며 좋은 참나무를 구하러 다닌다. 또 나무의 굵기와 상태를 눈으로 직접 보고 매입을 결정한다.

또 하우스로 들어서자 여느 표고버섯 농가처럼 참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다. 그런데 바닥이 흙이 아닌 하얀 돌가루로 덮여 있었다.

“표고버섯은 무엇보다 종균이 오염되지 않아야 합니다. 돌가루를 이용하면 흙에서 키우는 것 보다 오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영표 대표는 그만의 노하우라며 이유를 설명한다.

김영표 대표에 따르면 사람도 개인에 따라 체질이 다 다르듯이 표고버섯도 재배조건에 따라 성분이 달라진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과 함께 표고버섯의 재배조건에 따른 성분을 연구한 결과 김영표 버섯농가의 버섯은 비타민 D와 칼슘의 함량이 일반버섯보다 5배에서 10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고 한다. 또 사람과 마찬가지로 70%가 수분인 버섯에 좋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하 200미터에서 뽑아 올린 청정 지하수를 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하우스는 환기와 습도를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도록 차광망 위에 비닐을 덮은 이중 구조로 만들고, 차광망 안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청정 지하수가 연중 언제나 나무에 골고루 분산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2000년 농산물 품질관리원 무농약 농산물 인증, 2002년 유기농산물 인증과 신지식인(임업 부문) 선정, 2003년 농림부 추천 우수홈페이지 선정, 2004년 산학연공동기술개발사업인증을 받았다. 특히 2005년에는 국내 최초의 버섯분야 전환기유기농산물 인증과 신기술 개발로 벤처기업인증을 받아 버섯 전문 브랜드로의 입지를 굳혔다. 이외에도 버섯 자실체 내 비타민D 함유량 증강법과 생체 건조법 등 2개의 특허 등록과 6개의 특허 출원으로 연간 5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옆에서 조용한 듣고 있던 부인 남경화씨도 한 마디 거든다. “버섯을 갖고 우리 만큼 연구한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이제 농업인들도 관행적인 생산방법에서 벗어나 작물의 환경에 맞는 재배를 해야 합니다.”

체험, 관광농업으로 나가야 할 때

김영표 버섯농가는 최근 5월에 문을 열 계획으로 ‘버섯테마파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장내 500여 평에 이르는 버섯테마파크는 소비자들이 직접 버섯을 재배, 수확해보고 버섯요리 만들기 등 다양한 버섯 체험이 가능하도록 김영표 대표가 직접 설계했다.

“재래시장에서 ‘골라 골라’를 외치며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보고, 믿고, 체험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김영표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버섯농장을 선물 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버섯재배를 비롯해 공연, 전시를 즐길 수 있다. 하나의 농장문화를 개발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버섯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공연과 전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장소를 제공합니다. 농촌과 농장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본다’는 평범한 진리를 갖고 김영표 버섯농가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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