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는 한국을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라 부른다고 한다. 무지개는 아름답지만 금방 사라지는 꿈같다. 농촌 총각들이 배우자로 외국여성들과 결혼하는 사례는 이미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외국여성들이 무지개를 좇아 국내로 들어와 살고, 그들의 삶이 어떤 형태로 유지되는지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시스템도 부재다.

지난 2일 농림부는 ‘농촌 국제결혼 여성이민자 실태조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가 정부에서 최초로 농촌 여성이민자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라니, 얼마나 이들에 대한 관리체계가 부실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사 대상자 153명 중 43명(28.1%)이 상습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고,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는 사람도 9.5%(14명)에 달하고 있다. 나이 차이나, 문화적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50.9%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1천만 원 이상을 지불하고 신부를 구해왔다니, 현대판 매매혼이나 다름없다. “너를 데려오느라 돈을 얼마나 썼는지 아느냐”가 폭력의 정당성을 대변할 수도 없거니와,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 볼 때도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사실 둘이 좋아서 만나 싫어져 헤어지는 건 개인사의 문제지만 순혈주의의 대한민국 아들·딸들도 버려지는 세태에서 혼혈 아이들이 버려지는 문제까지 대두된다면, 이는 개인사를 떠나 국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있음을 이해하려는 어떤 노력도 없이 번갯불에 콩 볶듯 신부만 데려오는 결혼 당사자도, 중개자도 모두가 사람이 살아가는 기초적인 상식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어쩔 수없이 다민족, 다문화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농촌에서 시작된 국제결혼문제가 다시 농촌문제만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무지개가 뜨는 아름다운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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