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농촌사회활동 ‘봉사’에만 바쳤어요

  
 
  
 
충청북도 증평군 임춘순(54) 여성단체협의회장은 활발 농촌사회활동으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농업인이다. 1991년 증평군 도안면 송정2리 부녀회장, 2000년 증평군 도안면 부녀회장, 2003년 증평군 부녀회장을 맡아오는 등 20년간의 농촌사회활동으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신임을 얻고 있으며, 특히 지역 여성발전을 위한 의견수렴과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단정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임춘순 회장. 농촌사회활동을 하기까지의 삶이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만난 임 회장은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 이라는 검정색 정장의 단정한 차림이었다. 임 회장과의 인터뷰는 마치 편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즐거웠다. 그런 중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와 말 한마디에서는 강한 힘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여성농업인으로

고향이 전라북도 남원인 임춘순 회장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가운데 남편인 연기찬(57?농촌지도자증평군연합회장)씨를 만나 결혼 후 여성농업인이 됐다.

농사는 부모님이나 본인이나 생각지도 않았다. 농사일보다는 도시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고 커리우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결혼 전 농사는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그런데 운명이었는지 결혼 후 농사를 짓게됐죠. 처음에는 농촌생활이 무척 힘들었어요. 10년 후 쯤 나도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찾아보자고 생각했고 살기좋은 농촌을 만드는데 열정을 바쳤죠. 부녀회 활동을 통해 봉사활동을 하나 둘 씩 하면서 농촌사회활동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농촌에는 아직 어렵게 생활 하는 노인들이나 가정이 많은데 부녀회 활동을 통해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후 면단위, 군단위 회장을 맡게 되면서 그 능력을 점점 인정받게 된다.

“부끄럼이 많아 남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지만 일을 한 번 맡으면 적극적으로 하거든요. 아직도 가족들은 어떻게 농촌사회활동을 하느냐면서 의아해해요.” 이어 임 회장은 이런 활동뒤에는 믿어주고 같은 활동을 펼쳐준 남편이 있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하는 농촌사회활동

임춘순 회장의 남편 연기찬씨는 농촌지도자증평군연합회장이다. 부부가 함께 지역에서 농촌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부부는 이 같은 활동을 펼치면서 꾸준히 지역을 위해 일해 왔다.

남편 연기찬씨는 증평군에 농업기술센터를 설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농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지금 같은 활동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에요. 남편 역시 농촌지도자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남편 연기찬씨도 “제가 활동을 해서 그런지 아내가 하고 있는 활동이 많이 이해가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에서 인정을 받고 잘 해내니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그런 와중에도 아이들까지도 잘 가르쳐 사회로 내보내 더 고맙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의 두 아들은 현재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법원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농사도, 사회활동도, 자식농사도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척척 해내는 부부로 이미 군내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다.

농사도 게을리 할 수 없어

임춘순 회장은 현재 논 3천평과 밭 3천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 결혼 후 수박농사, 복숭아농사 고추농사 등 다양한 작물을 키워냈다. 또 한 때는 축산까지 관심을 갖고 젖소의 착유를 했다고 한다.

“욕심이 많은건지, 작물에 대한 관심이 많은건지 다양한 작물을 했었어요. 지금은 고추농사를 3천평 짓고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살림에서 이정도 일궈낼 수 있었던 것 감사하게 생각해요. 무엇보다 남편이 부지런해서 따라가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임춘순 회장은 또 올 해 여성단체협의회장이 된 후 적게는 한 두명에서 많게는 10명에 가까운 손님들이 거의 매일 집으로 찾아와 이야기 꽃도 피우고 놀다가 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마다 손님들의 손에는 고추나 상추 등 밭에서 키우는 것들을 손에 한아름 안겨준다고 한다.

“어떤 때는 집에 사람이 없어도 알아서 뽑아가요. 그만큼 우리 집이 편하다는 뜻인것 같아요. 이런게 시골인심이고 살아가는 정(情)아니겠어요.”

2008년은 결혼 이주여성 돕고파

올 해 증평군 여성단체협의회장이 된 임춘순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농촌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증평군과 연계해 한국사랑교육과 전통요리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시작한 교육은 매주 수강생들이 늘고 있어 지역에서는 인기 교육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결혼 이주여성들이 매년 늘고 있잖아요. 다른 지역처럼 증평군에도 마찬가지에요. 이들도 내 이웃인데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임춘순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은 올 해 12월 4일까지 매월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운영된다. 교육과정은 한국어를 비롯해 전통요리 예절, 교양 등 다양해 결혼 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지역의 여성농업인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또 임춘순 회장은 최근 늘고 있는 결혼이민자지원센터에 대해서 이민자지원센터 소장의 자격이 석사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으로 제한이 돼 있어 농촌에서는 적임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런 성격의 농촌 지원에 대해서는 그 지역의 실정에 맞는 조건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성농업인으로 부끄럽지 않을 것

임춘순 회장은 그간의 경력이 말해주듯이 20년이 넘는 시간을 농촌사회활동에 다 바쳤다.
“처음에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간부직을 맡았더니 아직 젊은데도 어느새 여성단체협의회장까지 맡게됐어요. 농촌생활에 적응도 잘 못했던 사람이고, 말 주변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사실 임춘순 회장은 올 해초만 해도 새마을부녀회장이 끝나면 남편 연기찬씨와 함께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볼 심산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단체협의회장이 됐을 땐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20년이 넘게 활동을 하다보니 집안일에, 농사일에 쉴 여가가 없었어요. 정말 새벽에 일어나 낮잠 한 번 자본 적이 없어요. 다행히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왔지만요. 그래도 다행히 여성농업인으로 부끄럽지 않은 활동을 한 것 같아요.”

임춘순 회장은 맡으면서 여자가 바깥으로 돌면서 엉망이더라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일단 새벽에 일어나 집안일부터 다 해놓고 그 다음엔 밭에 나가 일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활동을 했어요. 성격이 그래서 집안이고 농사일이고 우선으로 해두고 나갔어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더라고요.” 이웃들에게 바쁜 회장님으로 통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가끔씩은 몸도 힘들고 신경 쓸 일이 많다보니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회의감도 들때도 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해 온거 보면 지금 하는 일들이 천직인가봐요.”하면서 임춘순 회장은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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