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이미지 ‘청개구리’와 최첨단 ‘정보화’의 만남

  
 
  
 
“왜 그렇게 해야만 했지?”
마치 대기업의 사훈처럼 들리는 이 문구는 청개구리쌀 마을의 2008년 화두로 마을 정보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잠시 후 인사를 건넨 청개구리쌀 마을 김상호(55) 위원장은 “10년간의 친환경농업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농사를 짓기 위해 이 같은 화두를 지었다”고 한다.

청개구리쌀 마을은 충북 청원군 강내면 탑연리에 있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민들에게 딱히 잘 알려진 곳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이 시골마을이 요즘에 와서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비결은 무엇일까.


4인의 ‘맛 좋은 쌀 연구회’로 시작

지금의 청개구리쌀 마을의 토대는 지난 1997년 마을에서 자립형으로 결성된 맛 좋은 쌀 연구회에서 비롯됐다. 김상호 위원장을 포함한 4인의 농업인들은 수입농산물 개방에 대비해 소비자가 만족하는 농산물을 만들고 거기에 맞는 댓가를 받길 원했다고 한다.

“우리 농촌 환경이 더 좋아지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소비자와 농업인이 공생, 공존할 수 있도록 지역의 농산물을 안전하게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했습니다.” 김상호 위원장의 당시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한 마디다.

그러나 1997년 당시에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 같은 농업에 대한 도전은 무모한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김상호 위원장은 “기존의 화학 농약을 배제하고 모든 작업을 인력으로 대체하니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어떻게 하면 인력이 안들어가고 다른 방법으로 대체 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또 그때는 다른 사람들이 안하던 농업을 하다 보니 상당한 비웃음을 듣기도 했다고.

하지만 회원들은 전국에서 콧방귀 꽤나 뀐다는 친환경농업을 마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신들만의 친환경 농업을 개발해 나갔다고 한다. 특히 친환경 농업은 현장에서 익힌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회원들은 영농기간 동안 나타나는 문제점을 공동으로 분석하고 연구했으며, 우렁이를 비롯해 오리, 쌀겨 등을 이용한 다양한 유기농법이 시도했다고 한다. 올 해 3월에는 마을에 1천700평 규모의 우렁이 종폐장을 만들고 연간 20톤의 우렁이 생산과 벼 시험포를 운영하는 등 현재는 우렁이 농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4명으로 시작한 맛 좋은 쌀 연구회는 2004년부터 정보화마을로 인증 받아 청개구리쌀 마을 회원은 현재 30개 마을 150여명으로 지금까지 많은 교육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선진농업 위한 첨단시설 구축

청개구리쌀 마을의 자랑거리 중에 하나는 대부분의 농가들이 농협이나 민간 도정업자에게 쌀 도정을 의존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하루 1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친환경쌀가공센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 친환경쌀가공센터는 도정시설 30평, 저온저장고 120평으로 지난 2004년 마을자체기금으로 마련됐다. 이곳을 통해 마을에서 생산된 쌀을 생산에서부터 상품화, 유통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다.

또 청개구리쌀 마을은 전국최초로 무인헬기를 도입해 보유하고 있다. 마을은 이를 이용해 1년에 3차례씩 농약을 대체하는 친환경 자재를 살포하는 최첨단 영농기법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 2명은 무인헬기 조정 자격증까지 취득한 상태다.

특히 쌀과 현미에 사용되고 있는 ‘청개구리쌀’ 브랜드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되는 쌀에 붙이고 있다. 이는 농약과 제초제가 뿌려지는 논에서는 청개구리조차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이용해 청원군의 청정함을 부각시키고 논과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면서 무농약으로 생산한 고품질 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청개구리쌀이 주는 친근한 이미지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친환경 쌀 판매도 지난 2004년 8억 원을 시작으로 2005년 13억 원, 2006년 18억에 이어 2007년에도 2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매년 급신장 중이다. 올해는 40㎏ 들이 쌀 3만5000포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상호 위원장은 “무인헬기는 청개구리쌀 마을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든 이용을 원하는 곳은 활용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농한기때 젊은 여성농업인들 대상으로 헬기 운전 교육도 시킬 계획이다”고 말한다.

농업인들에게도 연구와 교육은 필수

청개구리쌀 마을은 매년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5명까지 벤처농업대학과 한국관광대학에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교육을 받지 않으면 마을 집행부가 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청개구리쌀 마을은 한?중?일 쌀문화권에서 열리는 환경관련 국제학술대회에 4년째 자비를 들여 참여하고 있으며, 2009년도에는 유치까지 희망하고 있다.

농업인들도 농사만 짓는 다는 의식의 틀을 벗고 연구하고 있는 모습을 도시민들에게 전달 하기 위해서다.
또 농업, 생태 등 전문가 학술인들을 비롯해 인근의 한국교원대학교, 충북대학 학생들과 함께 개구리 환경조사를 벌이는 등 학술적으로도 친환경농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외에도 청개구리쌀 마을에서는 지역의 공무원을 마을 기금으로 다양한 학술대회에 참여시키는 등 기존의 지원을 받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상호 위원장은 “마을에서는 농업인들이 원하는 교육을 공무원이 받게 하고 다시 교육을 받는다”면서 “매년 심사를 통해 두 명씩 선발하고 이들을 해외연수나 학술대회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청개구리쌀 마을만의 홍보전략

청개구리쌀 마을은 최근 경영과 시장조사에 대한 중요성 절감하고 소비자를 겨냥한 사업도 다양하게 추진 중이다. 청개구리쌀 마을은 7년째 매년 6월 소비자를 초청해 우렁이와 오리 넣기 행사, 황토염색, 시식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유기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기데이 행사가 열리는 한국잠사 박물관은 서울이나 경기, 천안지역에 유치원은 하루 코스로 다녀간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 학교급식, 유치원급식이 친환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가정에 아이들 숫자가 적다보니 부모들이 친환경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또 청개구리 이미지와 아이들의 순수함이 맞아 떨어져 마을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또 2005년 마을회관 2층에 마련한 ‘청개구리쌀 마을 정보센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당시 행정자치부로부터 2억1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센터 내에 컴퓨터 11대 등 관련 장비를 설치했으며, 이와 함께 군의 지원을 받아 일대 60여 농가에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컴퓨터를 보급, 전자상거래를 통해 도시민에게 유기농 쌀, 벌꿀 등 지역특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창기 50톤 수준이던 인터넷 쌀판매가 지난해에는 600톤 이상으로 급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개구리쌀 마을은 70대 노인들이 e-메일을 발송하는 것은 기본이고 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농업일지와 정보교환이나 회원 간에 안부를 전하고 있다.

정보화센터 이지영 사무장은 “회원들 중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생각을 수필로 적어 글을 올리기도 하는 등 컴퓨터를 이용한 판매와 영농기법의 마을주민 간 공유가 생활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김상호 위원장은 “옛날에 1인당 120㎏를 소비했던 쌀은 지금은 75㎏만 소비되고 있고, 1㎏ 당 3500원 하던 유기농 쌀이 지난해에는 2500원까지 떨어졌고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0년 15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생산, 가공, 판매비용을 철저히 비교분석하고 대응하는 차별화 전략만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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