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한국어 구사능력 낮을수록 우울 심해져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전제로 우리나라로 이주한 외국인 여성의 우울증 경험률이 한국 여성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1일 공개한 여성 건강 통계집‘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2023’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울증상 경험률은 최근 1년간 연속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다.

질병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1년 결혼이주여성의 우울증상 경험률은 27.4%로 한국 여성(14.1%)보다 약 2배 높았다.

결혼이주여성의 우울증상 경험률은 2015년 36.7%, 2018년 27.9%, 2021년 27.4%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여성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연령별 우울증상 경험률은 20대 28.0%, 30대 27.3%, 40대 27.4%, 50대 27.3%, 60대 26.6%로 연령대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출신 국가별로는 필리핀에서 온 여성의 우울증 경험률이 3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태국 30.2%, 캄보디아 30.1%. 중국 27.9%, 베트남 25.9%, 일본 23.6%, 한국계 중국 23.3% 순이었다. 소득이 적을수록 우울증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다. 월 가구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결혼이주여성의 37.9%가 우울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월 소득 200~299만 원은 29.3%, 300~399만 원 26.4%, 400~499만 원 24.0%, 500만 원 이상 22.5%였다.

유급 노동을 하는 집단에서는 25.6%가, 하지 않는 집단에서는 31.0%가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교육 수준과 한국어 구사 능력이 낮을수록 우울증상 경험률이 높았다.

결혼이주여성 중 평소 본인의 건강 수준을 양호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77.4%로, 전체 한국 여성(33.4%)보다 훨씬 높았다. 다만 한국에 거주한 기간이 길수록 건강 상태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에 5년 미만 거주한 결혼이주여성 중 자신의 건강 수준을 양호하다고 답한 비율은 86.8%로 매우 높았지만, 5~9년 거주자 83.9%, 10~14년 77.7%, 15년 이상 68.2%로 계속 낮아졌다.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 여성의 건강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자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 통계와 주요 이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계집‘수치로 보는 여성건강’을 2014년부터 발간하고 있다.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2023’에는 ▲여성의 사회적 현황과 젠더 ▲전반적 건강수준과 만성질환 ▲암 ▲건강행태 ▲정신건강 ▲성·재생산 건강 ▲의료이용 ▲노인건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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