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살고 있는 베트남새색시의 시집살이 면모를 소개하고자 한다. 1월 중순 21세의 베트남새색시가 매서운 추위에 덜덜 떨면서 초췌한 모습으로 공항에 나타났다. 마중나온 남편이 김00(35세)씨가 팔을 벌려 반갑게 포옹하고 두툼한 털옷을 입혀주었다.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치른 후, 한국으로 시집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다가, 3개월만에 재회의 기쁨을 갖게된 것이다. 불안하고 초초한 마음으로 남편 하나만을 믿고 이역만리 한국땅까지 찾아 온 남국의 새색시는 남편의 따듯한 환대를 받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의 안내로 함께 마중나온 가족들에게 서투른 한국말로“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린 후 버스에 올랐다. 수많은 자동차의 행렬, 아름다운 산야, 줄지어 늘어선 고층아파트를 신기한 듯 내다보며 손가락질을 한다. 어느새 남편어깨에 기댄 채 평온한 모습으로 잠이 들었다.

시골집에 도착해 집안으로 들어서자, 시어머니가 반갑게 뛰어나오며 “우리 아가 고생했다.”하시며 꼭 끌어안고 방으로 들어가 미리 준비한 한복을 갈아 입혔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색시는 시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친척들과 동네어른들에게도 머리를 숙이고 “안녕하세요.”하면서 인사를 드렸다. 모두 이국의 새색시를 신기한 듯 살펴보며 “참 예쁘게 생겼다.“ ”참하게 생겼다.“ ”피부가 우리와 똑같네!“라고 감탄하면서, ”올해 몇 살이냐?“ ”친정부모는 다 계시냐?“, ”형제는 몇이냐?” 여기 저기서 던지는 질문에 영문을 모르는 새색시는 눈만 깜빡거린다.

“피곤할 것이니 네방에 가서 쉬거라“하시며 손을 잡고 이끄시는 시어머님의 배려로 몇시간 동안 단잠을 잔 후, 저녁식사 시간을 맞았다. 진수성찬이 가득 차려진 상이 나왔다. 시어머니가 옆에 앉아 새색시의 식사를 일일이 챙겨주지만 모든 음식이 입에 척 맞을리 없다. 새색시는 알아 들을 수 없는 가족과 친지들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하게 자리를 지킨 후에야 시댁에서 첫밤을 맞았다.

그렇게 남국의 새색시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일찍 일어나 집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시어머니를 돕고, 빨래도 잘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매번 인사도 잘 한다고 소문이 났다. 최근에는 새색시가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어 식사를 하고 있으며, 농삿일도 힘겨워하지 않고 척척 잘 한다고 시어머니의 자랑이 대단하다.

베트남 새색시가 한국에 입국한지 한달여 만에 구정이 다가왔다. 시어머니는 새색시를 데리고 시장을 보러 읍내로 나갔다. 이것 저것 제수용품을 사고 닭도 한 마리 샀다. 새색시에게 닭을 넣은 장 보따리를‘지키고 있어라’하시고 빠진 물건을 사러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새색시가 파랗게 질려“엄마 닭! 엄마 닭!”을 외쳐대며 온 시장을 뛰어 다니며 시어머니를 찾는다.

사연을 알아보니 이웃 아주머니가 자기 보따리로 잘 못알고 새색시가 지키는 장 보따리를 집어갔기 때문에 놀라서 “엄마 닭!”을 외치대며 시어머니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그 후 이웃사람들은 베트남 새색시의 별명을 “엄마 닭”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도 사랑하는 남편과 시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받으며 좋은 이웃들과 더불어 농촌에 잘 적응하며 살고있는 새색시 시집살이는 매우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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