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제결혼을 위해 어머니와 동행한 “이××(36세)”군은 심한 청각장애와 언어장애인이다. 그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나 장애인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근무하고 있는 건실한 청년이다. 이군의 장애는 가족이 통역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곤란하다.

한국에서 배우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장애인과 결혼하겠다는 여성을 만날 수가 없어 베트남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사진과 신상명세서를 보낸 후, 장애인과 결혼하겠다고 지원한 3명의 사진을 보내왔다.
“정말, 장애인 아들과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어머니가 동행했다.

장애인 결혼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맞선과정이다. 이군은 어머니와 함께 맞선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군은 사진을 보고 마음에 두었던 “탐××(23세)”라는 여성이 나타났다. 이군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르키며 “애으, 영으 우우잉 에엥우어오?”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가 “정말, 말 못하는 나와 결혼을 하겠느냐?”라는 말이라고 어머니가 통역을 했다.

이를 베트남어로 통역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야(Ya)!”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베트남어로 “야(Ya)”는 한국어로 “예”라는 말).

결혼하겠다는 대답을 확인한 이군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가 “나도 네가 맘에 들었어! 고맙다. 정말 고맙다”라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는다.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필자가 이군에게 “××야! 색시가 좋으냐!”라는 물음에 이군은 “어, 응어으!”라고 어즙게 대답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를 지켜보던 베트남 사람들이 갑자기 “야호! 니에(Nghe) ??!”라고 합창하고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낸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는 한국사람들에게 통역은 “베트남어로 「니에(Nghe)」는 한국어로「듣는다」”라는 말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이군이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베트남사람들이 필자의 물음에 이군이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기뻐서 환호성을 지른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큰소리로 야호! 니에(Nghe) ??!를 합창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처갓집 방문과 결혼식, 피로연까지 바쁜 일정을 마친 신혼부부가 신방에 들었다. 신방에 들어간 아들이 신혼초야를「잘 치룰 수 있을까? 실수하지 않을까?」밤새 안절부절 하시는 어머니가 애처롭게 보였다.
날이 밝았다. 애타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 턱이 없는 아들은 뒤늦게 나타나서 “히-”하고 계면쩍은 듯 희죽 웃는다.

아들이 신방을 잘 치뤘는가를 물어보라고 필자를 채근한다. 조용한 곳으로 이군을 불러 손짓 발짓을 하면서 신방을 잘 치뤘는가를 물었다. 이군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게 지면서“어, 응어으!”하며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신방을 잘 치뤘다는 것을 확인한 어머니는 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쓰러 내렸다.
며느리 머리를 곱게 빗어주는가 하면, 머리에 리본도 달아주고, 한국에서 준비한 화사한 티셔츠도 입혔다. 이에 며느리는 만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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