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그토록 가슴 찡한 공항의 이별을 나눴던 농촌총각 최××(37세)군 부인이 한국에 도착했다며 점심식사 초대를 받았다.

최 군 어머님께서는 노총각 아들의 결혼을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왼팔이 소아마비인 장애인과 결혼하겠다는 여성이 없어 노심초사 하시다가 캄보디아여성을 며느리로 맞았다.

점심식사 후, 시어머니께서 말문을 열었다. 눈치가 빠르더라, 아침에 청소도 잘하고, 인사도 잘하더라는 등 며느리 행동거지가 너무 예쁘고 대견스러워 며느리 자랑을 늘어놓았다.

새색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얌전히 앉아 눈만 멀뚱거린다. 한동안 새색시를 칭찬하던 시어머니께서는 옆에 앉은 며느리를 감싸 안으며 안쓰러운 심정을 토로한다.

시어머니 - “아가 얼마나 느에미가 보고 싶껀야! 쬐끔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방기(비행기의 충청도 사투리)타고 밤시도록 완는디-, 딸레밀 이역만리 보내놓고 느에미 가심(※마음의 충청도사투리)이 월마나 아프건냐. 불쌍혀서 어찔꺼나!”
이웃들 - “암유-”,“맞는 말씸이지유-”, “암-, 기러쿠 말구”, “징말 불쌍히네유-.”
시어머니 - “선상님(※선생님의 충청도 사투리임)!언제 깜부댜(※캄보디아를 가리킴) 에 갈낀가유-?”
필자 - “이달 말쯤 갈 계획입니다. 왜 그러시는데요?”
시어머니 - “잉-,우리 애기 핀지(※편지의 충청도 사투리임)좀 갖다줘유-.”
필자 - “누구 편지요?”
시어머니 - “아가 핀지말유-. 깜뷰탸에 시는 야이 음마한티 갖다주란 말이유 -, 야-?”
필자 - “아-예, 그러겠습니다.”
시어머니 - “아가야! 느그 깜뷰탸 음마한티 잘 있따구 핀지씨그라! 항국 음마가 너미 잘 해준다구, 걱정하덜 말라구, 그리 씨그라, 알건냐 -?”

새색시 - “????????”
시어머니 - “아-야! 핀지 씨라는디, 뭐허냐! 어여, 싸게 씨그라-.”
새색시 - “????????”

편지쓰기를 재촉하시던 시어머니가 안방에 들어가 편지봉투를 들고 나왔다. 영문을 몰라 눈만 멀뚱거리는 며느리 코앞에 편지봉투를 디밀며“여기다 깜뷰탸 음마한테 핀지 씨란 말이여.”하시며 봉투에 글씨쓰는 시늉을 하셨다.
그때서야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린 듯 편지봉투를 받아 글씨쓰는 시늉을 하는 며느리의 행동에 신명이 난 시어머니는 시어머니 -“잉-, 우리 아가 핀지씨랑거 눈치채 삐렀구먼, 야이 눈치가 엄청빠르쟈-?, 안그런감? 어뗘-, 야그들 히바.”

이웃들 - “암-, 징말인디”,“징말, 눈치가 빠르구만-.”,“눈치가 보통이 아닌디-.”
끝없이 이어지는 가족과 친지들의 알 수 없는 대화를 지루하게 지켜보던 새색시는 어느새 포근한 시어머니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시어머니는 며느리 등을 도닥거리며, 주위를 돌아보며 손가락을 입에 세우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캄보디아 새색시의 외로운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시어머니의 자애로운 며느리사랑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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