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면사무소에 재직하고 있는 정××(36세)군과 함께 2명의 결혼희망자들이 국제결혼을 하기 위하여 푸놈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유난히 대머리가 벗겨진 정군은 모자를 쓰고 맞선장에 나섰다. 15여명의 현지여성들과 맞선을 보고 정군을 제외한 총각들은 배우자를 결정했다.

정군은 맞선장에 나타난 여성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딴청을 부리며, 현지회사 여직원 Miss 옥××(25세)에게 눈길을 주는 눈치다.“나, 저여자와 결혼하면 않돼요?”라는 갑작스런 정군의 말에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Miss옥이 동의한다면 가능하다고 대답한 후, Miss옥에게 정군이 너와 결혼하기를 원한다는 말과 직업은 공무원이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초혼자라고 설명했다. Miss옥도 역시 놀라는 눈치다. 잠시 생각하다가 나도 저분이 좋지만 부모님과 상의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우리 일행은 자리를 옮겨 점심식사를 한 후, Miss옥을 기다렸다. 1시간여 지난 후, Miss옥이 나타나 부모님이 허락을 하셨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70세를 넘긴 부모님께서 거동이 불편하여 프놈펜까지 나오실 수 없는 형편이라 시골집에서 결혼식을 올려 노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데 허락해 주겠느냐고 말에 정군은 쾌히 승낙을 했다.

다음날, 오전 동행한 2명의 한국인들이 결혼식을 치르고 점심을 겸해 피로연을 마쳤다. 프놈펜을 출발한지 4시간만에 칸달성 탁마우면에 위치한 Miss옥의 집에 도착했다. Miss옥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현지결혼회사에 결혼관련 업무와 서류수속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엘리트 여성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중국계 혈통으로 전통과 고풍을 중시하는 어른이며, 큰오빠는 지역 경찰서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위세 당당한 집안이었다.
차에서 내려 집안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우리 일행을 반긴다. 집은 캄보디아 전통가옥의 형태로서 사다리를 올라야 거실에 이르는 우리의 원두막과 같은 구조로 15평정도의 규모다.

입에 잘 맞지 않는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이내 어둠이 밀려온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배터리에 20왓트 전구 하나를 연결하여 불을 밝힌 거실에 모여 Miss옥의 영어통역을 통해 담소를 나누다가 밤 늦게 잠이 들었다. 잠결에 소변을 보기 위해 사다리를 내려왔으나, 캄캄한 밤에 화장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 대문앞에서 보초를 서던 경찰의 안내로 용변을 마쳤다.

먼동이 틀 무렵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음식을 준비한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캄보디아 전통 결혼식준비가 한창이다. 거실 중앙에 각종 과일과 과자류들 커다란 직사각형 형태로 수북히 쌓아 놓았다. 검은 상의에 흰 하의의 비단옷을 입은 하객들이 둘러앉는다. 대형 촛대에 불을 밝히면서 촌장의 사회로 불교의식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신랑신부가 무릎을 꿇고 앉아 합장을 한 후, 청·홍·백색 실의 실타래를 신랑신부 어깨위에 둘러주며 인연을 맺어주는 의식이 진행된다. 하객들은 촌장의 재담이 이어지며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되다가 일제히 웃고 떠들다가 또다시 엄숙한 분위기로 돌아가기도 하며 1시간 넘게 계속되던 전통결혼식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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