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로 출장을 간 관리가 마침 충주에 당도하였을 때의 일이다.
날은 저물고 어두워서 한 촌가에 들어가 하룻밤을 자고 가자고 청하였다.그 집에 그 날 밤 큰 제사가 있어서 거절하여 할 수 없이 문 밖으로 나오는데, 마침 농기구를 넣어 두는 헛간이 있었으므로 잠깐 들어가 앉아 있자 얼마 후 아름다운 여인이 산적을 가지고 와서 몰래 넣어 주며,
“석바위 아재가 오지 않았소?”
하고 묻자 관리가 생각하기를 ‘오오, 이년이 어떤 놈하고 사통하고 있구나’ 하고 눈치를 챈다음 시치미를 떼고,
“와서 기다린 지 오래니라.”
“우선 먼저 이것으로 요기부터 하신 후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하고 총총히 사라지자 관리는 시장하던 터라 받은 산적으로 배불리 먹고는 ‘이제 석바위란 자가 이리로 기어 들어올 텐데 어쩐담…’ 하고 숨을 죽이고 어두운 헛간 모퉁이에 엎드려 있으니, 한 남자가 기어 들어왔다. 그 자도 들어오는 길로, “낭자는 어디 있소?”
남자는 헛간 한귀퉁이에 앉으면서 혼잣말로, ‘밤이 야심해 위한 자가 꾸짖어 말했다.

“너희 집 오늘 저녁 제사에 과일만 가져왔으니 이것이 웬일이며, 또 이제야 겨우 온 것은 무슨 까닭이냐?”
“아까 많은 산적을 후하게 들여보냈고 지금 또한 이렇게 드리는데 무엇이 박하다 하고 무엇이 더디다 하세요?”
“처음 와 놓고 먼저 주었다는 위인은 누구냐?”
서로 다투기를 두어 마디 하더니 석바위가 말하기를, ‘이 속에 딴 사람이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으니 너와 함께 같이 찾아보기로 하자,“

그렇게 둥얼거리더니 석바위와 계집이 어두운 헛간 속을 두루 찾자 관리도 함께 같이 찾아보기로 하자.“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석바위와 계집이 어두운 헛간 속을 두루차자 관리도 함께 돌아가는 바람에 끝내 찾지 못하고 석바위는 무엇이 바빴는지 여인을 누이고, 서로 운우를 즐기다가 새벽이 가까워 오자 석바위는 먼저 나가고 여인이 그 뒤를 따라 나가려다가 혹시 남에게 들킬까 걱정하여 문에 의지하여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때 관리가 뒤로부터 덥석 여인을 끌어안았다.
“그대가 딴 남자와 사통하는 것을 내가 다 보았으니 이웃에 소문을 퍼뜨릴 것이야.”
그렇게 해서 남자는 욕심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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