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협동조합법 개정을 놓고 농식품부, 농협중앙회, 농민단체 등은 물론 해당 국회의원들까지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는 등 엇박자 안개정국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공청회를 열어 의견진술을 듣고 질의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농협법 개정안을 심사하던 의원 등 6명의 의원들이 일손을 놓고 갑자기 일본의 농협개혁의 선례를 돌아본다면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일정으로 출국해 여러 추축이 분분했다.

이와 맞물려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농어업 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과 농민단체가 같은 날인 3월4일 농협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고 한농연 또한 지난 13일 서울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협개혁 촉구하는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하는 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농식품부 장관이 “오는 9월 이전 신경분리안을 확정하고 10월 정기국회에 상정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내용상 관련성이 큰 법안을 1년에 두 차례에 나누어 개정을 추진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차례 걸쳐 의견수렴을 하고도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표류하며 이같이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에 대한 합의점을 하나하나 매듭지어 가는 모습이 아쉬운 시점이다.


농협중앙회장 권한 대폭 축소
국회 농식품위는 지난 23일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지배구조 개혁이 중심이 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앞두고 공청회를 열어 12명의로부터 진술을 수렴했다.

공청회에서 김경규 농식품부 농정국장은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을 이사회에 넘겨주고 사업전담대표이사, 전무이사를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총회(대의원)에서 선임하는 등의 개정안을 설명했다. 또한 지역농협 업무구역을 시도까지 넓히고 출자자 범위를 조합에서 중앙회,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 법인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정규모 이상 조합의 조합장 비상임 전환 등을 덧붙였다.

‘중앙회장, 직선제’ 역설
“지역농협의 구역을 확대 하려면 시군단위까지만 하되 운영실태, 문제점 등을 충분 검토 후 도 단위로의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김용덕 농협중앙회 경영기획상무는 “중앙회장 선출은 직선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영욱 안성 죽산농협 조합장은 “지역농협 구역 확대, 조합장 비상임화 등은 현행 유지”를 주장하며 “조합장의 기부행위 제한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중앙회장 직선제, 임기 연장을 역설했다. 대표이사 등에 대한 인사추천위원회 제도는 “회장이 최소한의 추천권도 보유 못할 경우 농협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약화 된다”고 우려했다.

‘신경분리추진기구 설치를’
기원주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중앙회장 직선제로 하되 선거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추천위 구성은 농민단체, 농학계, 노동조합 등 관련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조합장은 상임이든 비상임이든 단임제여야 한다는 그는 “신용-경제사업 분리를 위해 농식품부 내에 정부, 농민단체, 학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신경분리추진 기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원조합의 농협중앙회 참여에서 조합장으로 제한된 부분을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도록 해야 함은 물론 농민단체의 정치 참여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장기원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은 지역농협 구역 확대는 조합선택권 도입에 따른 조합규모화 등 순기능 보다는 무분별한 구역확대로 인한 조합원간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조합에서 상임이사를 도입할 경우 상임이사 추천권도 인사추천위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현행처럼 자율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회장 선거의 직선제, 임기단임제를 비롯해 대표이사 등에 대한 인사추천위원회 제도 도입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상희 한농연 정책실장은 정부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신용-경제사업 분리를 위해 개정안에 ‘농협 신경분리 준비단’ 조속 추진을 위해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축산업 독립·전문성 살려 주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은 “개정내용에는 축산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축산경제 대표이사 선출 특례조항 폐지를 담고 있다”면서 “축산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농협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아 한여농 사무총장은 원칙적으로 정부개정안에 대해 동의입장을 표명했고 서필상 농협노조위원장은 개정안에 대해 ‘속도전’이라면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중앙회, 부실조합지원 안 돼’
김동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는 “조합원의 조합선택권이 조합의 구조개선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가 무이자 자금으로 부실조합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장의 비상임화가 실효를 거두려면 조합장 선출을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로의 전환을 동시에 검토하고 전문경영인의 전횡을 막을 수 있게 조합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합공동법인에는 출자금액 및 배당액의 일정액을 출자로 전환하는 회전출자제도를 도입해 이용고가 많은 조합의 의결권이 높아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분리는 회원조합이 출자하는 연합회 방식으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개정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김두년 중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지역농협의 설립구역은 최대한 시군단위를 기본으로 하고 경제권이 인근시군까지 겹친다면 예외적으로 인근 시군까지를 업무구역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합장의 상임, 비상임 여부는 조합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사추천위의 구성과 선임과정에 대한 인사권을 조합원의 대표인 중앙회장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분리, 연합체제로 전환
국회 농식품위가 공청회를 개최해 관련인 등의 진술을 수렴한 이후 농어업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참석예정이었던 정연진 농협중앙회 법무회계부장과 문병완 보성농협조합장 등이 불참한 가운데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창한 농민연합 정책위원장은 “농협법 개정안에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의 분리를 위한 조항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면서 ‘연합회체제’로의 전환을 역설했다. “중앙회는 지도, 조사, 연구, 통계, 교육, 농정 등의 비 사업을 주 업무로 하고 신용사업연합회, 경제사업연합회는 각각의 사업과 자회사를 관리해야 한다”는 신·경분리안을 제시했다.

홍준근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신경분리 기간은 단축돼야 한다”면서 “금융지주회사 설립 시에는 농민 조합원 몫으로 100% 지분을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대중앙회장들의 잘못된 부패와의 고리행태를 이유로 한 중앙회장 무력화에는 반대 한다”고 밝혔다.

정재돈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은 신경분리 방안으로 중앙회 및 교육·지원 사업을 폐지하고 경제사업(판매농협)연합회가 중앙회 재산권을 승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경제사업연합회는 도매, 소매, 식품유통을 포괄하고 조합의 경제사업 자산을 매입해 ‘하나의 판매농협’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상호금융은 연합회를 설립해 독자적 발전방안을 추진하고 새로운 중앙회와 회원조합은 비사업체 협동조합으로 개편해 농민권익 대변 및 지역종합센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서필상 농협노조위원장은 “현재의 농협중앙회는 비사업적 연합체로 전환돼야 한다”면서 “농협중앙연합, 신용사업연합회, 경제사업연합회 3부문으로 분리하고 각 사업연합회에 대한 출자와 소유의 주체는 지역조합으로 한다”는 신경분리 방안을 밝혔다. 이에 의하면 농협중앙연합회는 지역조합과 연합회가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비 사업법인으로 된다. 신용사업연합회는 신용사업을 담당하는 지역 농·축협이 공동 출자해 설립하고 경제사업연합회는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지역농·축협과 품목조합이 공동 출자해 설립 한다는 구상이다.

농협개혁, 더 미룰 수 없다
논란을 거듭하던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다뤄지기 시작했으나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 농협 관계자, 농민단체, 소속 국회의원 등은 농업과 농업인을 위해 농협이 가야 할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농업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한 농협이라기보다 임직원을 위한 농협이며 농산물의 생산·가공·판매라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돈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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